ST 페테르부르크발 핵심 메시지 — 러시아 2위 국책은행 VTB Bank가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갈 때마다 순이익 200억 루블약 2억5,000만 달러이 늘어난다고 드미트리 피야노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밝혔다. 이는 VTB가 순이익의 50%를 배당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절반가량이 국고로 귀속된다는 뜻이다.
2025년 7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야노프 CFO는 ST 페테르부르크 국제 금융포럼 현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VTB”라며, 고금리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지만 금리가 떨어질 때 그만큼 이자 마진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기준금리, 여전히 20%…경기 침체 우려 확산
러시아 중앙은행은 21%라는 20여 년 만의 최고치에서 지난달 1%포인트를 인하해도 여전히 정책금리 20%를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는 투자와 차입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키며 은행권 대출 포트폴리오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 관료와 재계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추가·조속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피야노프 CFO는 “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내려가도 VTB의 순이익이 200억 루블 증가한다
”고 거듭 강조했다. VTB는 러시아 은행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가장 높아, 고금리 상황에서 연체·채무조정 리스크가 급증한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고 자본요구치도 완화돼 수익성이 개선된다.
배당, 국방산업 재원으로 직행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VTB 배당금을 국영 조선기업 ‘유나이티드 쉽빌딩 코퍼레이션(USC)’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USC는 2023년부터 VTB 관리 하에 있으며 방위산업 계약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VTB 지분 60% 이상을 보유한다.
고금리로 투자 정체…신용건전성 악화
고금리는 기업·가계 모두를 ‘예금 우선’ 기조로 돌려세워, 대출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있다. 중앙은행도 여신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인정하지만 “아직 위기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금융포럼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기업 신용위험과 금리리스크가 은행권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피야노프 CFO는 “구제금융이 필요한 은행은 없다”며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가재정의 ‘효자’ 배당
국가가 방위비 조달과 유가 하락, 루블 강세로 GDP 대비 1.5% 적자 재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국영기업 배당은 핵심 세수 역할을 한다. 이번 주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는 100억 달러 규모 배당을 승인했다.
VTB는 2022년 서방 제재로 77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4월 전쟁 이후 첫 배당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총 2,757억5,000만 루블
규모로, 2024년 사상 최대 이익 덕분이다. 피야노프는 “올해 이익이 줄어들겠지만 다시 5,000억 루블을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이 자본적정성 규제를 조정하더라도 순익의 50% 배당 정책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테일 투자자 급증으로 ‘배당 선호’ 뚜렷
피야노프 CFO는 서방 자본이 떠난 뒤 개인투자자가 러시아 증시의 지배적 세력이 된 점을 강조했다. 그는 “
리테일 투자자가 이렇게 많아진 만큼 모두가 배당을 원한다
”며, 주주가치 유지를 위해서도 배당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용어 해설
VTB Bank는 러시아 정부가 지분 과반을 보유한 2대 국책은행으로, 기업·소매금융과 투자·국제금융을 아우른다. 기준금리(키 레이트, key rate)는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 공급·회수를 위해 적용하는 대표 금리로, 상업은행 대출·예금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배당 성향(Dividend Payout Ratio)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의미하며, 투자자 수익률과 기업 재투자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 환율은 1달러=79루블 수준이다. 따라서 20억 루블은 대략 2,530만 달러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