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통신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 딜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Vodacom Group Ltd는 자사가 추진해 온 마지브(Maziv) 지분 30% 인수 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Court)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Vodacom이 마지브로부터 발행된 주식 30%를 취득하기 위해 진행해 온 규제 절차 중 가장 큰 고비로 꼽혀 왔던 사법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Vodacom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증권거래소(JSE)에 상장된 최대 이동통신기업 가운데 하나다. 해당 기업은 이동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가정용·기업용 광대역 솔루션,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마지브 역시 광섬유 네트워크 확장 및 유지보수 능력으로 평가받는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Vodacom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유·무선 통신망 전반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예상된다.
주요 규제 기관의 역할과 절차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Court)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기업 결합, 가격 담합 등 경쟁법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최상위 사법기관이다. 해당 법원은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경쟁재판소(Competition Tribunal)의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이 항소했을 때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구다.
이번 인수 건에서 실제로는 경쟁재판소 단계까지 진입하지 않고도 합병 심사가 승인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Vodacom은 인수 완료를 위해 남아프리카 통신규제청(ICASA·Independent Communications Authority of South Africa)의 무조건적 승인(unconditional approval)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ICASA는 주파수 배분·망 구축·서비스 품질 등 통신 관련 인허가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결합 이후 시장 경쟁과 소비자 보호에 미칠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Vodacom 측은 성명을 통해 “경쟁항소법원의 결정은 회사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남아프리카 국민이 더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도록 ICASA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30%인가? 지분율의 의미
Vodacom이 정확히 30% 지분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첫째,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을 고려했을 때 30% 수준은 전략적 영향력 확보와 규제 리스크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다. 둘째, 전격적인 지분 50% 이상 인수는 대규모 자금 조달 압박과 과도한 통합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계적 지분 확보 전략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소액 투자로 보기에도 적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마지브 이사회 및 사업 운영에 Vodacom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4년 기준 Vodacom의 자본지출(CapEx)은 총 1,370억 랜드(약 10조 원) 수준으로, 광대역망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를 통해 마지브가 보유한 광케이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CASA 승인까지 남은 과제
ICASA는 합병 또는 지분투자가 통신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핀다. 특히 망 중립성·소비자가격·Rural broadband(농촌지역 광대역 확대)와 같은 공익적 요소를 철저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규제 관례상, 경쟁항소법원의 결정이 ‘안전판’ 역할을 하긴 하지만 ICASA가 별도의 조건을 부과하거나 일정 범위에서 사업 구조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2022년 텔콤(Telkom)과 MTN 간 합병 협상이 무산된 배경에도, ICASA가 농촌지역 커버리지 요건 강화와 광대역 최저속도 상향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Vodacom이 이번에도 ICASA와 협상을 통해 농촌 및 저소득층 서비스 품질 강화 같은 공공적 약속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남아공 통신시장의 구조적 변화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 산업은 Vodacom, MTN, 텔콤, 셀시(Cell C) 등 주요 4대 사업자가 주도하며, 광대역 부문에서는 다수의 도매 망 사업자와 소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혼재해 있다. 특히 광섬유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수준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데이터 트래픽 급증 및 재택근무 확산에 기인하며,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수불가결한 과제로 대두됐다.
Vodacom–마지브 결합은 이동통신–고정망 융합(fixed-mobile convergence)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업계 경쟁구도뿐 아니라 소비자 서비스 품질·요금정책 전반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쟁 제한성 제고를 우려하는 이해관계자들—주로 중소 ISP 및 경쟁사—가 향후 ICASA의 심사 과정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해설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Court)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대법원·고등법원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전문재판부다. 경쟁위원회(Commission)·재판소(Tribunal)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최종적인 사법적 구제를 제공한다.
ICASA는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기능을 합친 듯한 기관으로, 주파수 경매, 서비스 라이선스 발급, 소비자 보호와 같은 다방면의 권한을 갖고 있다.
Fixed-mobile convergence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유선통신·광섬유 사업자가 네트워크·요금제·서비스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5G·FTTH(광섬유직접연결) 시대에 필수적 트렌드로 꼽힌다.
Vodacom은 ICASA의 무조건적 승인을 기다리는 한편, 인수 이후 통합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브도 동일한 TF를 꾸려 양사 네트워크 관리시스템(NMS)·고객관계관리(CRM) 통합 방안을 사전 검증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규제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딜은 Vodacom의 유무선 융합 전략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