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redit, 2분기 깜짝 실적…Banco BPM 인수 철회 후 2025년 목표 상향

UniCredit S.p.A.가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순이익을 기록하고 2025년 손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전날 경쟁사 Banco BPM 인수 제안을 전격 철회한 직후 발표된 성과로, 이탈리아 2위 은행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UniCredit은 4~6월 분기(2분기)에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 29억 유로, 포함 시 33억 유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사전에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25억 유로)를 단숨에 넘어섰으며, 전년 동기 27억 유로 대비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됐다. UniCredit은 2025년 연간 순이익을 약 105억 유로로 제시해, 기존 ‘93억 유로 이상’이라는 전망을 열 달 만에 대폭 올렸다. 아울러 2025~2027년 주주환원 규모를 최소 300억 유로로 제시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현금 배당, 나머지를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으로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발행 주식을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당순이익(EPS) 상승과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최근 금리 상승기로 유럽 대형은행들이 채택하는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이며, 배당과 달리 세제상 이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개입으로 인해 Banco BPM 주주들과 더 넓은 이탈리아 경제가 좋은 기회를 잃었다.” — UniCredit 보도자료 중

전날 늦은 밤 UniCredit은 Banco BPM 인수 제안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정부의 간섭이 절차를 변경시켰다”며, 주주·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거래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재무부가 은행 인수·합병(M&A)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이번 사례는 ‘국가와 민간 대형은행 간 갈등’이라는 해묵은 주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안드레아 오르첼(Andrea Orcel)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이후 ‘공격적 비용 절감+고금리 반사이익’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UniCredit은 3년 만에 순이익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고, 주주환원 규모도 유럽 시중은행 가운데 손꼽히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정작 대형 인수라는 퍼즐은 맞추지 못했다. 2021년 그는 정부와 진행하던 Monte dei Paschi (MPS) 매각 협상을 중도 철회했고, 올해 들어서는 독일 정부와 Commerzbank(프랑크푸르트: CBKG)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Banco BPM 철회까지 더해지면서 ‘베테랑 딜메이커’라는 명성에 흠집이 났다는 분석도 있다.


복합 지표로 본 실적 개선 배경

순이자마진 확대: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 UniCredit은 자금 조달 구조가 견조해 금리 상승 시 이익이 즉각적으로 확대되는 체질을 갖췄다.

비용 구조 슬림화: 오르첼 CEO는 디지털 전환과 지점 통폐합을 병행하며 인건비·관리비 등 고정비를 지속적으로 삭감했다. 2분기 비용/수익 비율(Cost to Income Ratio)은 45%대로 떨어져, 전통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스페인·북유럽 은행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자본비율(CET1) 유지: 2025년 예상 배당·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Ratio)이 15% 내외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바젤Ⅲ 기준 최소 요구치를 크게 상회한다.


용어 설명

순이익(Net Profit)은 총수익에서 비용·세금·이자 등을 모두 차감한 최종 이익으로,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다. 언론에서 ‘일회성 항목 제외’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구조조정비·자산손상차손처럼 재발 가능성이 낮은 비용(또는 수익)을 제거해 본업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주주환원(Shareholder Return)은 기업이 잉여현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형태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이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이 80% 안팎인 반면, 유럽 은행권은 규제·경기 요인으로 50% 내외에 머물렀다. UniCredit의 ‘300억 유로’ 계획은 이 같은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개입 논란과 전망

이탈리아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경험이 많다. 이에 따라 대형 M&A를 통한 민간주도 재편을 ‘국가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Banco BPM 사례 역시 재무부가 비공식적으로 ‘국내 자금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현지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이즈 있는 인수가 불발돼 장기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비우호적 환경에서 무리한 인수를 접고, 배당·자사주 매입에 집중하는 선택이 오히려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고금리 기조가 UniCredit의 이익 체력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ECB가 2024년 중반 이후 점진적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지만, 고정·변동금리 대출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순이자마진(NIM)이 급격히 축소될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수료 기반 수익원 다변화와 기술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은행의 본질적 경쟁력이 ‘가격 경쟁력’에서 ‘데이터·플랫폼 역량’으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UniCredit이 대규모 인수 없이 독자 성장 경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결국 오르첼 CEO가 향후 2년간 안정적 배당 정책, 자본 여력 확보, 선별적 해외 진출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