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그룹(이하 UBS)이 자회사인 헤지펀드 운용사 오코너(O’Connor)를 미국 브로커리지 기업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에 매각하는 작업을 공식적으로 추진한다고 토드 터크너(Todd Tuckner)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확인했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최근 오코너 펀드 일부가 미국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의 파산채권에 노출돼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도 매각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크너 CFO는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UBS의 대차대조표에는 퍼스트 브랜드 관련 익스포저가 전혀 없으며, 소수의 투자펀드만 해당 부실채권에 노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매각은 UBS의 포트폴리오 단순화와 핵심 사업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거래 종결 시점과 세부 조건은 규제 승인 절차에 따라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코너·캔터 피츠제럴드, 어떤 회사인가
오코너는 1980년대 시카고에서 출범한 전통의 시장조성(MM·Market Making)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매크로·주식 롱/쇼트·크레딧 전략을 운용해 온 UBS 내 대표 헤지펀드 플랫폼이다. 반면 캔터 피츠제럴드는 1945년 설립된 월가의 중견 브로커리지 겸 투자은행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채권 – 특히 국채·회사채 – 중개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운용 전문성(오코너) + 세일즈/트레이딩 네트워크(캔터)”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는 헤지펀드 고객층 확대와 기관 투자자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캔터 피츠제럴드의 전략적 행보”라고 뉴욕 소재 자산운용 컨설팅사 체스트넛 파트너스는 분석했다.
UBS의 전략적 아젠다 — 美 국가은행 허가부터 자사주 매입까지
터크너 CFO는 이날 여러 전략 현안을 동시에 업데이트했다. 그는 먼저 “UBS는 미국에서 전국구 은행 면허(국가은행 차터) 취득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금조달 다변화와 기업·선물환(FX) 상품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에 대해서는 “스위스 규제당국의 최종 자본 규칙(capital rules)이 4분기 배당·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세르지오 에르모티(Sergio Ermotti) CEO 역시 “2026년 자사주 매입 규모는 인수 통합 진행 상황과 자기자본 여력에 따라 책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시아·태평양(APAC) 사업 — “예외적 성과”
터크너는 올 3분기 APAC 지역 실적을 “예외적(exceptional)”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지 고객이 현지 자산에 투자하는 ‘APAC for APAC’ 흐름이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도·호주 등에서 대체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UBS의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수수료가 동반 상승했다고 해석한다.
AT1 채권 손실 소송 — UBS·FINMA vs 투자자
이번 간담회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이슈는 AT1(Additional Tier 1) 채권 관련 법적 분쟁이다. 터크너 CFO는 “AT1 전액상각(write-down)은 UBS의 CS(크레디트스위스) 인수 구제금융 패키지에서 필수적 요소였다”며, “UBS는 FINMA(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와 함께 상각 적법성을 법원에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 당사자 지위가 당행의 추가 책임을 확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스위스 정부로부터 별도 면책(indemnity)을 받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AT1 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위험도가 높지만 자본으로 간주돼 은행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바젤Ⅲ 체제하에서 은행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3년 도입됐으며, 부실이 발생하면 원금이 강제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퍼스트 브랜드 파산 — UBS “대차대조표 영향 ‘0’”
최근 미 상장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드(본사 오하이오주)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자금난으로 챕터11(파산보호)을 신청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회사 총부채는 약 15억 달러, 현금 보유액은 2억 달러 수준이다. UBS 측은 “일부 투자펀드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당행 직접 익스포저는 없으며, 고객 손실도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전망과 파급효과
취재진이 접촉한 복수의 런던 · 취리히 소재 펀드매니저들은 “오코너 매각은 UBS가 자사 리스크 가중자산(RWA)을 경감하고 핵심 사업인 글로벌 자산관리·프라이빗 뱅킹에 집중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입을 모았다. UBS의 CET1(보통주 자본비율)은 2분기 기준 14.4%로, 스위스 대형은행 평균(12%대)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이번 딜이 완료될 경우 향후 자사주 매입·배당 여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오코너의 이탈이 UBS 내 헤지상품·파생 영업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UBS 관계자는 “오코너 제외 후에도 내부 멀티매니저 플랫폼을 통해 대체투자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리
이번 발표는 UBS가 신(新) 전략 지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본 효율화·규제 순응·글로벌 네트워크 재편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오코너 매각 가격·계약 조건, 그리고 2026년 이후 가시화될 자사주 매입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UBS와 캔터 피츠제럴드 모두 딜 클로징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관례상 규제 승인 완료 기준 6~12개월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