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가 새롭게 제시한 자산 배분 전략은 “과열된 경기순환주(cyclical)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수익성이 안정적인 방어주(defensive)로 이동하라”는 명확한 지침을 담고 있다. 전략팀은 거시경제 둔화, 밸류에이션 부담, 계절적 약세 가능성을 근거로 대부분의 순환주 노출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금융·정보기술·전기화(EV 체인)·유럽 내수 소비주에는 여전히 비중 확대를 유지하지만, 그 외 순환주에는 전반적으로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의 국내 수요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에서 4분기 0.5%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연말 3.8%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클리컬(cyclical) 주식은 경기 민감주라고도 불리며, 경기가 확장될 때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특징을 지닌다. 대표적으로 산업재·자동차·호텔·항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방어주(defensive)는 경기 변동에도 실적 변동성이 낮은 필수소비재·헬스케어·유틸리티 등을 가리킨다. UBS는 “변동성이 상승할 때 순환주는 84% 확률로 시장을 언더퍼폼했다”는 과거 통계도 함께 제시했다.
밸류에이션 부담·군중 심리 경고
보고서는 “유럽에서는 기술주와 금융주를 제외한 순환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장기 평균 대비 1.8표준편차, 미국에서는 1.4표준편차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과대평가 구간’에 근접해 있음을 의미한다. UBS는 운송·제지 업종만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지적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순환주 섹터는 이미 투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과밀 구간(crowded trades)’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높은 수익성(ROIC)과 낮은 현금수익률 변동성(CFROI)을 동시에 보유한 방어주에 대한 노출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 UBS 전략팀
특히 음료, 헬스케어 장비, 가정용품, 일부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비(非)미국 방산(인도·일본기업) 섹터가 UBS의 종목 선정(스톡 피킹) 스크리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Alcon, Abbott, DSM, Boston Scientific, Orange, Deutsche Telekom, BAE Systems, Tesco, Microsoft, SAP, Air Liquide, Enel, Elia, RWE, Entergy, NiSource, ConvaTec 등이 언급됐다.
‘이상할 정도로 싸다’는 유럽 가정용품주
UBS는 “유럽 가정용품 섹터는 식품 섹터 대비 이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면서 동 부문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상향했다. 이들 기업은 신흥국 매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성장 여지가 있으며, 물가 압력 완화 시 마진 방어가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헬스케어 장비 역시 최근 6개월 이동평균 대비 15% 하회하는 가격 모멘텀 덕분에 지난 10년간 보기 드문 ‘할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상향된 실적 전망과 맞물려 ‘가치+모멘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 과열된 자본재, ‘일단 줄여라’
반대로 자본재(capital goods) 업종은 “최근 주가가 실적 추세와 괴리된 채 과도하게 과열됐다”며 단기적으로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UBS는 특히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장비·건설장비 세부 업종에 대해 “차익 실현 구간”이라 평가했다.
전략적 시사점 및 기자 해설
이번 보고서는 전형적인 후반기 방어 전략에 해당한다. 미국 연준(Fed)이 고금리 장기화(높지만 더는 인상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고, 유럽 경기가 침체 문턱을 서성이는 상황에서 ‘거칠게 뛰는 말’보다는 ‘완주 가능한 말’에 베팅하라는 의미다. 특히 국내 투자자가 착시를 일으키기 쉬운 부분은, 기술주가 ‘순환주’로 분류되기도 하고 ‘성장주’·‘방어주’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UBS는 이번 보고서에서 기술주를 순환주에서 제외하고 있는 만큼, 애플·마이크로소프트·SAP 같은 초대형 IT기업을 방어주 성격으로 보는 ‘뉴 디펜시브’ 관점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UBS가 미 10년물 금리 3.8%를 제시했다는 점은 현재 시장 컨센서스(약 4.0~4.1%)보다 낮다. 금리 하향 압력은 방어주·고배당주에 우호적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1) 고배당 헬스케어 장비 ETF, (2) 유럽 필수소비재 ETF, (3) 일본·인도 방산 대형주 펀드 등이 올해 하반기 ‘포트폴리오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편 UBS는 계절적 패턴도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8~10월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구간이다. 실제로 VIX 지수가 15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과거 데이터상 순환주 대비 방어주가 평균 3~5%포인트 아웃퍼폼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방어’라기보다, 변동성이 높아질 때 이익을 낼 수 있는 ‘저변동 고수익’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다.
용어와 지표 간단 정리
*CFROI(Cash Flow Return on Investment): 기업이 자본 대비 얼마의 현금 흐름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데이터 분포의 산포 정도를 나타내며, 1.8표준편차 초과는 통계적으로 상위 4% 과열 구간에 해당.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상대적 고평가·저평가 판단 지표.
해당 개념은 투자 필수 기초 용어이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할 수 있어 별도로 정의를 덧붙였다.
© 2025 Investing.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