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급격한 가격 움직임 배경에 대해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스위스 투자은행은 옵션 델타 헤지(delta hedging) 전략과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자금의 추세 추종 매매가 서로 맞물리며 지수 변동폭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10월 2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UBS 전략가 Nicolas Le Roux와 Bhanu Baweja는 고객 보고서에서 “최근 옵션 시장과 CTA 포지셔닝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호재·악재에도 지수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5% 이상 상승했다. 4월 관세 이슈로 잠시 주춤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재점화하며 반등했고, 10월 마지막 주에는 S&P 500뿐만 아니라 나스닥 종합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까지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옵션 델타 헤지는 어떻게 변동성을 키우는가
UBS는 첫 번째 요인으로 옵션 델타 헤지를 꼽았다. 이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들은 옵션 가격 변동에서 발생할 위험(델타)을 중립화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매수·매도한다. 델타 중립 포지션이라 불리는 이 상태에서는 기초자산 가격이 소폭 움직여도 포트폴리오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트레이더가 옵션을 팔고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스트라이크)에 근접할수록, 그는 리스크 재조정을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비용을 들여 옵션을 다시 사들이거나, 혹은 기초자산을 직접 매수·매도해야 한다. 대부분 두 번째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올라갈 때 더 사고, 떨어질 때 더 파는’ 구조가 돼 가격 움직임을 증폭시킨다.” — UBS 보고서
예컨대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가 지수가 상승해 행사가에 근접하면, 델타 위험을 상쇄하고자 동일 지수를 매수해야 한다. 반대로 풋옵션을 매도한 상태에서 지수가 하락하면 매도자는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지수를 매도한다. 이 연쇄매매가 자체적 ‘자이로 효과’를 만들어 상승·하락을 더욱 가속한다는 게 UBS의 설명이다.
CTA 자금, 알고리즘 따라 ‘추세 추종’… 시장 충격 커져
두 번째 요인으로 CTA 자금 흐름이 거론됐다. CTA 펀드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 추세를 식별하고, 수익률의 ‘관성(inertia)’을 노린다. UBS는 “CTA 규모와 거래 빈도가 커지면서 이들의 포지션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CTA들은 나스닥에 대해 ‘맥스 롱(max long)’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옵션 용어로 ‘딥 인더 머니(deep in-the-money)’ 상태여서, 체결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유리하다. UBS는 “CTA가 롱 포지션을 축소하려면 나스닥이 현 수준에서 약 5%는 내려가야 한다”고 관측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 옵션 델타 헤지: 옵션 가격 변화에 대한 기초자산 가격 민감도를 의미하는 ‘델타’를 0에 가깝게 맞추는 운용 기법. 포트폴리오가 작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다.
*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선물·옵션·CFD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 알고리즘 기반 매매로 수탁자산을 운용하는 전문 운용사·헤지펀드를 지칭한다. ‘추세 추종 전략’이 대표적이다.
나스닥 단기 ‘감마’ 집중… 투자자, 실적 시즌에 예의주시
UBS는 “단기 감마(short-term gamma)가 나스닥에 대거 몰렸다”고 덧붙였다. 감마는 델타 변동률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감마가 크면 기초자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델타가 빠르게 바뀐다. 투자자들이 실적 시즌을 앞두고 큰 폭의 변동을 대비해 콜·풋 양측 베팅을 강화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옵션 매도자(헤저)와 추세 추종 CTA가 각각 동일 방향(상승 시 매수, 하락 시 매도)으로 움직이면 유동성이 풍부하더라도 가격 탄력이 커진다.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 숏 커버링과 CTA 추가 매수로 급등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5% 조정이 촉발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투자자 유의 사항 및 UBS 제언
UBS는 “나스닥 지수 레벨을 일차적으로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단기 옵션 만기가 다가올수록 델타 헤지 매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CTA ‘트레일링 스톱’이 발동될 때 변동성은 더욱 치솟을 수 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나스닥 롱 포지션 유지가 합리적일 수 있지만, 5% 내외 조정 리스크도 열려 있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손절(Stop-loss)와 이익 실현(Take-profit)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 UBS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옵션 시장 수급과 CTA 포지션 변화를 함께 관찰해야 한다. 두 세력이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는 상승폭도, 하락폭도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UBS는 “델타·감마·CTA 포지셔닝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익절·손절 시나리오를 사전에 세워 두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