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스위스 연방은행)이 올가을 투자 전략 수립을 위한 7대 거시경제 테마를 발표하며, 탄탄한 경기 지표와 안정적인 기업 신용 펀더멘털, 선택적인 투자 수요가 유럽 크레딧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8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최근 미국·EU 간 15% 수준의 관세 합의가 전면적 무역 갈등으로 비화할 위험을 일단 해소하면서 단기적인 유럽 IG(투자적격) 및 HY(하이일드) 스프레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럽 IG 스프레드는 80bp(베이시스포인트), HY 스프레드는 276bp로 UBS가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를 이미 하회하고 있다. UBS는 이를 두고 “미국발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변화, 재정 부담 확대라는 잠재적 위험을 시장이 다소 안일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수정된 기준선 시나리오에서 UBS는 3분기 말까지 IG/HY 스프레드가 각각 90bp, 300bp 수준으로 완만히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4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전환(pivot) 가능성이 부각되면 크레딧 자산 성과가 다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시각 ‘두 갈래’…미·EU 통화정책 전망 엇갈려
UBS는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두 개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진영은 “미국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화돼 ECB(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둘째 진영은 “관세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미·EU 모두의 금리 인하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UBS는 유로존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1.1%로 상향했다. 조정 배경으로는 내수 회복, 관세에 따른 대외 수요 감소폭 축소, 독일의 재정 부양책을 꼽았다.
공급·수요 모두 양호…그러나 ‘과도한 차입’ 경계
발행 시장에서는 지난 3개월간 IG 2,200억 유로, HY 540억 유로 규모가 나왔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각각 47%, 145% 많은 수준이지만, UBS는 “시장에 스트레스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기업 차입 수요가 급증해 프라이머리(발행)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경계론도 제시했다.
저변동성·실적 호조가 수요 지탱
한편 낮은 시장 변동성과 양호한 기업 실적이 투자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EU HY 부도율은 0.4%로, 전년 동기 대비 뚜렷이 낮아졌다. UBS는 “HY 시장의 신용 질적 개선이 과거 지표 대비 스프레드가 덜 부담스러운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전략 제안: ‘바벨 포지셔닝’ 유지
UBS는
“방어적·우량 업종(보험·부동산)에 장기 물(듀레이션)을, 고베타 자산에는 단기 물을 배치하는 바벨 전략을 유지한다”
고 밝혔다.
또한 ETF(상장지수펀드) 자금이 올해 중반 이후 꾸준히 유입되며 특히 HY 섹터에 기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동성이 얇은 일부 ETF의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용어·개념 해설
IG(Investment Grade)는 신용등급 BBB- 이상을 의미해 비교적 안전한 채권으로 분류된다. 반면 HY(High Yield)는 BBB- 미만으로, 수익률은 높지만 위험도 크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스프레드를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p에 해당한다. 예컨대 80bp는 0.80%p다.
바벨 전략은 포트폴리오 한쪽에 안전·장기 자산, 다른 한쪽에 위험·단기 자산을 배치해 중간 듀레이션 자산을 최소화함으로써 리스크·수익 균형을 노리는 방식이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채 대비 회사채가 제공하는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나타낸다. 스프레드가 넓어질수록 위험 인식이 커졌음을, 좁아질수록 위험 선호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시장 시사점 및 기자 관점
이번 UBS 보고서가 강조하는 핵심은 “위험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재가속, 재정지출 증대, 관세·무역 변수 등 잠재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투자자 저변 동요는 제한적이다. 이는 낮은 부도율·개선된 신용 구조와 같은 펀더멘털 요인이 시장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미국 연준의 피벗 타이밍과 ECB의 추가 완화 여부다. 기자 역시 “스프레드가 완만히 확대된 이후 반락한다”는 UBS 전망이 원활한 유동성·ETF 자금 흐름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본다. 다만 촘촘한 위험 관리 없이는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차입이 언제든 시장을 흔들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