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분기 실적 기대감 증폭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타이완반도체제조(이하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호조와 비(非)AI 부문 회복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이 자사 가이던스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TSMC가 9월 실적이 계절적 흐름을 따를 경우 가이던스 대비 약 8%, 컨센서스 대비 약 7%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TSMC는 8월 매출이 3,360억 대만달러(약 111억 달러)로 전월 대비 4%,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7·8월 누적 매출은 6,590억 대만달러로, 이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중간값) 대비 70%에 해당한다.
번스타인은 “해당 비율은 과거 평균치인 63~67%를 웃돈다“며 “9월이 통상적 계절 패턴을 유지한다면 3분기 최종 매출이 회사 전망치를 8%가량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AI 가속기, 데이터센터용 GPU·ASIC 등 고부가 라인업이 성장세를 견인하고, 스마트폰·자동차·가전 등 비AI 수요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목표주가 1,444대만달러, 18% 상승 여력
투자의견은 ‘아웃퍼폼(Outperform)’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1,444대만달러로 제시돼 10일 종가 대비 약 18%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보고서는 8월 대만달러 약세에 따른 2.6%의 환율 우호 효과가 있었지만, 단순 환산만으로는 매출 급증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5년 TSMC 매출 성장률이 33%에 달해 회사 가이던스(30%)를 웃돌 것” – 번스타인 보고서
번스타인은 최근 대만 재무부의 수출 통계와 주요 고객사 주문 흐름을 근거로 2026년까지 AI 칩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AI 수요 회복·가격 인상 카드도 주목
보고서는 미·중 관세 이슈로 인한 ‘풀인(pull-ins)’ 효과가 스마트폰·PC 등 전통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풀인은 수입 관세가 인상되기 전 물량을 당겨서 주문·선적하는 행위로, 단기적으로 실적을 부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TSMC는 2026년 1분기부터 5나노미터(㎚) 및 그보다 첨단 공정 노드 가격을 5~10%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드(node)란 반도체 회로선폭을 의미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미세화·고성능·저전력 특성이 강화된다. 업계에서는 고부가 공정의 가격 인상이 환율 역풍과 해외 진출 비용 증가를 상쇄해 줄 방패막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용어·배경 설명
노드(Node)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구분하는 단위로, 대표적으로 7㎚·5㎚·3㎚ 등이 있다. 수치가 작아질수록 트랜지스터 밀도는 높아지고 전력 효율은 향상된다.
풀인(Pull-in)은 관세 인상·부품 부족·성수기 돌입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사가 예정보다 앞당겨 제품을 주문·선적하는 것을 뜻한다. 해당 물량은 통상 실적을 선행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TSMC 위상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의 핵심 생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3㎚ 공정을 적용한 애플 ‘A17 Pro’ 칩과 AI 학습용 GPU도 TSMC가 양산 중인 대표 사례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 등 해외 fab(공장)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현지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가격 인상(5~10%)이 수익성 방어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리스크 및 전망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특히 대만 해협 긴장) 그리고 해외 공장 가동 지연은 TSMC의 중·장기 리스크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고도화, 전장(電裝) 반도체 수요 증가, AR·VR 등 차세대 디바이스 출시에 힘입어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번스타인은 보고서에서 “AI 중심의 장기 수요 사이클과 더불어 스마트폰 교체 사이클 회복, 전기차·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가 겹쳐 TSMC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7·8월 실적만으로도 가이던스 대비 높은 달성률을 기록한 TSMC는 9월 매출이 예년 패턴을 따를 경우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AI·비AI 수요의 쌍끌이 성장과 향후 단가 인상이라는 두 가지 모멘텀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더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