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8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다시 한 번 뛰어넘었다. 매출 총액은 대만달러(T$) 3,357억7,000만 달러(미화 약 110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적 호조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확산으로 고성능(HPC)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서버용 GPU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TSMC의 고부가가치 공정 가동률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TSMC는 성명을 통해 1~8월 누적 매출이 T$2조4,300억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로는 3.9% 늘어나며 7월과 8월 두 달간 이어진 상승 곡선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3분기 실적도 기록적인 호조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 증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관련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AI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란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AI 연산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GPU·ASIC 등 특수 고성능 칩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다.
TSMC는 NVIDIA Corporation의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로, AI 트레이닝·추론용 GPU의 대부분을 5나노·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AI 칩 수요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시장은 자연스럽게 TSMC의 증설·수주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서버용 칩 외에도 TSMC는 향후 소비자 전자제품 부문에서도 수요 회복을 예상했다. 글로벌 스마트폰·PC 교체 수요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감지되며, 2025년 하반기부터 모바일 SoC와 CIS(이미지센서) 주문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중 기술 갈등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최근 TSMC 난징 공장(중국 본토)으로 향하는 첨단 노광장비 등 핵심 장비 수출 허가를 일부 철회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국 관련 매출 비중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 해설
전문가들은 “TSMC의 수치상 매출 증가율이 계속해서 30%대를 유지하는 것은 고부가 공정 믹스 덕분”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애리조나·일본 구마모토 등 해외 공장 투자비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라고 평가한다. 특히 2nm 이하 차세대 공정 양산 시기와 인텔·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추격 속도, 그리고 고객사 다변화 여부가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특수로 인한 파운드리 업황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내수 경기 둔화와 반도체 규제 강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순이익률 측면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8월 실적 급증은 TSMC가 AI 수요의 수혜 기업임을 재확인시켜 준 사례다. 그러나 지정학적 변수와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마진 방어와 기술 리더십 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