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일본 제2공장 가동 시점을 2029년 상반기로 연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할 예정이던 제2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9년 상반기로 늦췄다. 이번 결정은 교통 혼잡 등 현지 인프라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TSMC(NYSE: TSM)은 구마모토현에 추진 중인 두 번째 제조시설 착공 시점을 2025년 하반기로 미루고, 실제 가동은 2029년 1~6월로 연기했다고 니칸코교(일간 공업신문)가 전했다.

TSMC는 올해 초 이미 “건설 일정에 차질이 있다”며 내부 관계자들에게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구마모토현 남부 지역은 도로 폭이 좁고 물류량이 급증해 상습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후쿠오카와 구마모토를 잇는 국도 3호선 주변은 반도체 관련 차량과 통근 인구가 몰리면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가동 중인 1공장은 2024년 말부터 12~28나노미터(㎚) 공정의 로직(Logic) 칩을 생산하고 있다. 12~28㎚ 공정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쓰이는 3~5㎚ 초미세 공정보다 덜 미세하지만, 자동차 전장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이미지 센서 등에서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덕분에 여전히 수요가 탄탄하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 선폭이 미세해져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다.


TSMC의 해외 증설 전략과 의미

TSMC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 독일 드레스덴 등 여러 지역에서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글로벌 고객사의 “현지 생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4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해 애플·엔비디아·AMD 등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다. 반면 일본 구마모토 공장은 자동차·산업용에 초점을 맞춰 일본 정부의 거액 보조금도요타·소니 등 현지 파트너의 주문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양쪽 공장 간 분업 구조가 뚜렷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마모토 제2공장이 당초 2027년 말~2028년 초 가동 목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2년가량 일정이 밀린 셈”이라며 “최근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늘어난 데다, 일본 내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 속도가 느린 것도 변수”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SMC가 프로젝트별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현금 흐름을 최적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교통 인프라 문제가 반도체 생산 일정에 미치는 영향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클린룸 환경을 유지해야 하고, 설비·원자재·완제품의 정시 물류가 매우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공장 주변의 고속도로 확장과 철도 화물 터미널 신설을 지원하고 있으나, 예산·토지 보상 문제로 착공이 지연된 상태다.

교통망 확충이 늦어질 경우 ①건설 자재 반입 지연숙련 인력의 출퇴근 불편완제품 출하 일정 차질 등이 발생해 건설 속도뿐 아니라 양산 후 수율(불량률) 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SMC·구마모토 프로젝트 주요 타임라인

2021년 10월 – 일본 경제산업성이 TSMC·소니와 첫 협약 체결.
2022년 4월 – 구마모토 1공장 착공.
2024년 12월 – 1공장 양산 개시(12~28㎚).
2025년 하반기 – 2공장 착공 예정(당초 2024년 계획 대비 1년 이상 지연).
2029년 상반기 – 2공장 양산 목표.


용어 설명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팹리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부터 설계를 받아 순수 생산만을 담당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있다.

로직 칩은 데이터를 처리·계산하는 특성을 지닌 반도체로, CPU·GPU·MCU 등이 포함된다. 자동차 산업에서 로직 칩은 자율주행·안전제어 등 다양한 시스템에 필수적이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일정 변경이 단기적으로 일본 정부의 국가 반도체 전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도요타·혼다 등 완성차 업체들도 일본 내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를 선호한다. 미국·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이 전통적 소재·장비 강점을 살려 동아시아 공급망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TSMC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해당 연기 소식이 전해진 뒤 약보합권에서 거래됐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TSMC의 장기 성장성과 초미세 공정 리더십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일정 조정은 TSMC가 캐시 플로와 글로벌 공급망 균형을 다시 계산하는 과정”이라는 시장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철도·전력망 확충 계획을 얼마만큼 신속히 실행하느냐가 2029년 상반기 목표 달성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