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최대 기업인 대만반도체제조(TSMC)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기존 $1650억달러($165 billion) 약정에서 추가로 확대할 방침을 밝히며 애리조나주(州)에서의 대규모 생산 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1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TSMC 경영진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대만 양국에서의 자본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TSMC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웬델 황(Wendell Huang)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I 메가트렌드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대만과 미국에서 자본 지출을 늘리는 이유”라며 “확장뿐 아니라 가능하다면 가속화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고경영자(CEO) 씨씨 웨이(C.C. Wei)는 애리조나주에서 “기가팹 클러스터(gigafab cluster)”를 건설할 계획이며 최근 추가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내 기존 약정인 $165 billion의 투자액을 이미 제시한 상태이나, 이번 발표로 투자 규모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 신년 자본지출이 2025년 대비 중간치 기준으로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제조 역량은 미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웬델 황, TSMC CFO
이번 애리조나 확장은 미국과 대만 간에 체결된 무역협정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양국은 목요일에 체결한 협정에서 대만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기존 최대 20%에서 상호 누적되지 않도록 15%로 억제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이 협정은 반도체·AI 관련 분야에서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2500억달러($250 billion) 규모의 직접 투자를 약속하고, 공급망 강화를 위한 $2500억달러($250 billion) 규모의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협정은 반도체에 대해 우대 조치를 부여해 미국 내 제조 복원(reshoring)을 지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과정에서 TSMC가 애리조나에서의 대규모 확장을 계획했다고 보도했으나, 웬델 황은 자사의 미국 투자 계획이 정부 간 무역 협상의 결과로 직접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무역협정은 두 정부 간의 사안이며 우리가 논의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고객 수요로 인해 애리조나에 대한 투자를 계속 가속화하고 있으며, 첫 번째 팹(fab)은 이미 가동되어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진척 상황
TSMC의 첫 번째 애리조나 공장은 다년간의 지연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양산을 시작했으며, 경영진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의 수율(yield)과 기술 수준이 대만의 선진 시설과 견줄 만하다고 설명했다. 웬델 황은 “이것은 우리의 제조 우수성이 미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가장 진보된 기술과 대규모 스케일업은 연구팀과 생산현장 간의 긴밀한 협업이 가능한 대만에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만의 수익률(마진)이 미국보다 높은데, 이는 부분적으로 낮은 인건비 등 비용 구조 차이 때문이다.
TSMC는 애리조나 내 첫 1,100 에이커(약 445헥타르) 계획에 원래 웨이퍼 생산 팹 6기, 고급 패키징 시설 2기, 연구개발(R&D) 센터 1기를 포함시키려 했으나, 확장 여력 확보를 위해 추가로 900에이커 부지를 매입했다. 이 추가 토지에는 원래 계획에 포함된 일부 시설을 옮기고, 나머지는 “향후 유연성(flexibility)을 위해 보유”할 예정이라고 TSMC는 설명했다. 한편, 회사는 두 번째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일정을 2027년 하반기로 앞당겼고, 세 번째 시설 건설도 올해 가속화하고 있으며 네 번째 공장 건설을 위한 허가 신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TSMC 주가는 금요일 대만 거래에서 3% 이상 상승했다.
용어 설명
팹(fab)은 반도체의 실제 제조가 이뤄지는 공장으로, 웨이퍼(원판)에 회로를 새기고 여러 공정을 거쳐 칩을 만드는 시설을 말한다. 웨이퍼 수율(yield)은 제조 과정에서 결함 없이 양품으로 생산되는 비율을 뜻하며, 수율이 높을수록 제조 효율과 수익성이 개선된다.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은 완성된 칩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다른 칩과 연결하는 후공정으로, 고성능 AI 칩에서는 패키징 기술이 성능과 전력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가팹(gigafab)은 매우 큰 규모의 팹 클러스터를 의미하는 업계 용어로, 다수의 생산라인을 모아 고용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향후 영향 및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과 지역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대규모 시설 건설과 양산 확대로 현지 건설업·장비업·소재업체 수요가 증가하고 고급 인력 고용이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TSMC의 미 조달 비중 확대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분석가는 대만 본사의 고급 공정 및 연구개발 역량이 여전히 대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내 공장이 즉시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TSMC의 증설은 AI용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늘려 관련 서버·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부품 조달 안정성에 긍정적 요인이 되겠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므로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기업 이익률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생산 확대는 해당 지역의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산업에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TSMC의 애리조나 투자 확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과 AI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재편이라는 두 축에서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기술 수준과 비용 구조, 지역별 정책 리스크를 감안할 때 향후 성과는 단계적 관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