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에너지·코닝, ‘전량 미국산 태양광 패널’ 공급망 구축 계약 체결

미국 태양광 시장에 ‘메이드 인 USA’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태양광 모듈 업체 T1 에너지(T1 Energy)와 특수유리 제조사 코닝(Corning Inc.)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완전한 미국 내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두 회사가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세액공제(ITC)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해당 법안은 ‘우려 대상 해외기업(foreign entities of concern)’, 특히 중국산 장비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될 경우 연방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T1 에너지는 코닝이 미시간 주 미들랜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웨이퍼를 2026년 하반기부터 공급받는다. 웨이퍼는 태양전지(셀)의 기초 재료가 되는 두께 150~180마이크로미터(μm) 정도의 실리콘 판으로, 이 위에 전극·반도체층을 형성해 빛을 전기로 변환한다.

“이번 상징적 공급망 협력은 비용 경쟁력을 갖춘 확장 가능한 청정에너지로 미국을 재활성화할 것이다. 이는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제조해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행보다.” — 다니엘 바르셀로 T1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중국은 전 세계 웨이퍼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 정·재계는 태양광 산업의 ‘중화(中華) 의존성’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태양광 업계가 중국 공급망에 과도하게 얽매여 있다고 비판해 왔다.


계약 세부 내용과 생산 라인

이번 계약은 코닝 자회사 헴록 세미콘덕터(Hemlock Semiconductor)가 이미 T1 에너지에 공급하고 있는 태양광급 폴리실리콘 장기 계약을 웨이퍼 공급까지 확장한 형태다. T1 에너지는 텍사스 주 오스틴에 건설 중인 셀 공장에서 해당 웨이퍼를 활용해 셀을 제작한 뒤, 달러스 인근 가먼트(Garland)에 위치한 기존 모듈 공장에서 최종 패널을 조립할 예정이다.

양사가 밝힌 고용 효과는 미시간과 텍사스를 합쳐 약 6,000명이다. 코닝은 올해 초 태양전지 제조사 선이바(Suniva), 헬리엔(Heliene)과도 유사한 미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의 ‘허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용어 풀이 및 시장 맥락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및 반도체 산업의 원재료로, 99.9999% 이상 고순도의 다결정 실리콘 덩어리를 뜻한다. 이를 얇게 절삭해 만든 것이 웨이퍼이며, 웨이퍼 표면에 전극과 도핑 공정을 거쳐 을 만든다. 셀 여러 개를 직·병렬 연결해 강화유리와 후면 시트를 씌우면 모듈(패널)이 완성된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제조는 ‘중국 집중 현상’이 심화돼 있다. 이에 미국은 법령·보조금·관세를 복합적으로 동원해 공급망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추진 중이다. T1-코닝 합의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 민간 차원의 실천적 모델을 제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시각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2024년 보고서에서 ‘국내 생산 태양광 모듈’ 수요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연방 조달 규정 개정 등에 힘입어 203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 계약이 본격 이행될 2026년경엔 미국 내 웨이퍼 자급률이 최소 10%p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산 제품은 여전히 원가에서 중국산 대비 20~30%가량 높아, 규모의 경제정책 인센티브의 지속 여부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안보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경우 장기적 확장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번 T1-코닝 계약은 법적 리스크를 해소함과 동시에 ‘중국 없는 태양광’이라는 미 정부·의회의 전략적 목표에 맞춰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향후 다른 에너지·소재 기업들의 유사한 움직임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