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사상 최고치 눈앞…‘위험 회피의 달인’인 이번 강세장이 얼마나 더 버틸까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주 충격을 준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S&P 500 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 문턱까지 올라서며 연중 최저 수준의 변동성을 회복했다. 투자자들은 8월 증시를 위협할 ‘태풍 경보’를 일단 해제한 모습이다.

2025년 8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S&P 500은 지난주 2.4% 상승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3.7%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빅 테크’라는 든든한 방패 뒤에 몸을 숨기면서 동시에 공격까지 맡긴 결과다. 특히 시가총액이 가장 큰 여섯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

이번 랠리에서 S&P 500은 약 8,500억 달러(약 1,127조 원)의 시가총액을 불렸다. 그 가운데 애플 한 종목이 4,000억 달러를 차지했다. 애플은 미국 내 추가 투자 1,000억 달러를 약속하며 인도 생산 아이폰에 대한 고율 관세 적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내 시장의 ‘구원투수’가 됐다.


거시·실적 리스크, 다시 압박할까

시장은 위험을 ‘교묘히 피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러나 실적(earnings)과 거시경제(macroeconomics)가 현재 수준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7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대폭 하향 수정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 다만 동시에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면서 충격을 완화했다.

바클레이스 미국 주식 전략가 베누 크리슈나는 “앞으로 주가가 이 수준을 유지하려면 실적과 거시 지표 모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관세 정책 변화와 8월의 계절적 약세가 복잡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에는 S&P 500 구성 종목 12개가 10% 이상 급락했다. 엘리 릴리는 18%, 온 세미컨덕터는 16%, 디지털 광고 플랫폼 트레이드 데스크는 37% 폭락했다. ‘어닝 미스’에 대한 시장의 징벌적 반응은 25년 평균치의 세 배에 달한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밝혔다.


지수는 탄탄하지만… ‘집중도 리스크’가 본질

이처럼 개별 종목의 급락이 이어졌음에도 S&P 500 지수는 6,400선 바로 아래에서 견조한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6,150선은 2월의 전고점이자 50일 이동평균선으로 시장이 ‘신뢰할 만한 지지선’으로 여기는 구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수가 ‘멀쩡해 보이는’ 이면에 시가총액 상위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이 극단적으로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은 “엔비디아의 지수 비중 8.2%는 1981년 이후 단일 종목 최대치이며,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P/E)도 기록적”이라고 경고했다.

스트래터자스 리서치의 ETF 전략가 토드 손은 “엔비디아 한 종목의 비중이 S&P 500 헬스케어 섹터 전체와 거의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위 6개 종목이 지수의 33%, 상위 10개가 40%를 차지한다. 이는 ‘AI 투자’가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의 핵심 동력임을 방증한다.

Hyperscaler**클라우드 분야에서 막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대규모 연산·저장을 제공하는 사업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AWS, 구글 등와 반도체 공급사 모두가 ‘AI 인프라 대장주’로 평가받으며 ‘모두 승자’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평균’보다 거대한 주도주 vs. 이익 성장의 현실

시가총액 상위 6개 대형주는 실제로 순이익 예상치 초과 달성분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동일 가중 지수(equal-weighted S&P 500)는 최근 3년간 연 9.5%를 올렸지만, 시가총액 가중본지수는 16.9% 상승했다. 7%포인트의 괴리가 ‘초대형주 효과’를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고단백 식단’에 비유한다. 고단백은 근육을 키우지만 과도할 경우 대사 부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 등 ‘건강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스닥 100의 12개월 선행 P/E는 28배로, 지난 20년간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최고 수준이다.


340년 역사 J&J vs. AI 총아 팔란티어

시가총액 4,200억 달러의 존슨앤드존슨(J&J)과 4,400억 달러의 팔란티어는 규모가 비슷하다. J&J는 2025년 매출 930억 달러, 순이익 260억 달러, 배당수익률 3%, AAA 신용등급을 자랑한다.

반면 팔란티어는 매출 41억 달러, 순이익 16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고성장·고수익 소프트웨어 모델과 정부·기업 고객층, 그리고 열광적인 개인투자자 팬덤을 보유했다. 어느 종목을 선호할지는 투자자의 성향과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


‘밸류·디펜시브’ 기피 현상…경기 민감주 강세 지속

시장에는 전통적 방어주(defensive)와 가치주(value)를 찾는 수요가 거의 없다. 19세기 ‘철도株’가 시장의 주인공이었듯 시대가 바뀌고 산업이 교체되는 현상이라는 설명도 있다.

경기 민감주(cyclical)가 방어주를 앞서는 현재 구도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소비재(staples)가 다시 부각되려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지고, 금리가 하락해야 한다. 1999년 가치주 반등 역시 ‘싼 주식 급등’이 아니라 ‘고평가 성장주 붕괴’에서 비롯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론: ‘폭우를 피할까, 맞을까’

AI 설비 투자(capex) 붐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고용 부진·소비 둔화라는 먹구름을 피해갈 수 있다는 집단적 낙관을 형성했다. 충분히 개연성은 있지만, 결과를 보장할 순 없다. 시장이 ‘위험 회피의 달인’이 되었더라도, 거시·실적 변수가 다시 경로를 바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