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시장 개장 전 정적이 깔렸다. 25일(현지시간) 새벽 미 증시 지수 선물은 전날 기록한 역대 최고치 이후 큰 변동 없이 소폭 상승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은 8월 1일 관세 시한을 앞두고 미·EU·아시아 국가 간 무역 협상 결과를 주시하며 추가 매수와 차익 실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7시 50분(미 동부시간 06:50) 현재 다우존스30 선물은 68포인트(0.15%) 오른 반면, S&P 500 선물은 8.25포인트(0.13%) 상승, 나스닥100 선물은 10.5포인트(0.04%) 오르며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전날 현물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다우지수는 0.7% 하락했지만, 지난해 12월 세운 사상 최고치와 큰 격차가 없었다. 반면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잇단 신기록을 경신하며 투자 심리를 견인했다. 세 지수 모두 이번 주를 상승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는 일본·인도네시아·필리핀과의 양자 무역 협상 진전이 시장에 낙관적 기대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무역 전선: 협상 타임라인과 관세 리스크
투자자들의 시선은 8월 1일로 향한다. 이날은 미국이 예고한 고율 관세가 발효될 수 있는 시한으로, 유럽연합(EU)·한국과의 협상 테이블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협상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철강 분야를 중심으로 ‘막판 스퍼트’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회피 합의’가 성사돼 관세 발동을 피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데드라인에 임박한 불확실성이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애덤 쿠르피엘 전략가팀은 보고서에서 “이번 주에는
‘관세 헤드라인(무역 관련 속보)’이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자극하며 랠리를 주도했지만,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
”고 평가했다.
실적 시즌: 기업별 희비
2분기 실적 발표가 호재성 촉매로 작용하는 가운데, 25일 현재 S&P 500 구성기업 152곳 중 80.3%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이는 레피니티브(LSEG) 집계 기준이다. 반면 개별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향후 몇 개 분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여파로 2개월 만의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 중이다. 제너럴 모터스 역시 2분기 실적에 11억 달러 규모 관세 비용을 반영하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인텔은 장전 거래에서 7.8% 급락했다. 3분기 손실 전망이 월가 추정치를 밑도는 데다, 구조조정 차원의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면 금광업체 뉴몬트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2.1% 상승했다. 헬스케어 보험사 센틴은 깜짝 분기 적자로 10% 급락했고,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84억 달러 규모의 스카이댄스 미디어 인수합병(M&A)이 규제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1.3% 올랐다.
연준(Fed) 회의 임박: 금리·정치 변수 교차
다음 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다. 시장은 ‘동결 후 향후 인하 시사’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CME 페드워치(FedWatch) 기준, 9월 즉각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60% 내외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변수뿐 아니라 정치 리스크도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연준 본부를 전격 방문해 “인플레이션이 관세 때문에 상승하더라도 금리를 내리라”며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더 온건한 인사를 연준 수장으로 교체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시장에 초저금리 기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용어·배경 설명
• 선물(E-mini Futures): 지수를 추종하는 소형 계약으로, 정규장 개장 전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가늠하는 지표다.
• 컨센서스: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실적 전망 평균치로, 실제 실적과의 차이가 주가에 즉각 반영된다.
• 페드워치: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방기금(FF) 선물가격을 활용해 산출한 금리 인상·인하 확률 지표다.
• EUA(무역 협상) 관련 관세: 미국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와 핵심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확대 중인 추가 수입관세를 가리킨다. 특히 8월 1일 시한은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주요 산업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망 및 전문가 시각
월가에서는 ‘관세 변수’와 ‘연준 스탠스’ 사이의 엇갈린 신호가 8월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만약 8월 1일 이전에 유럽·한국과의 합의가 타결되고, 연준이 매파적 언급을 자제한다면 S&P 500은 5,800포인트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협상 결렬·관세 발효와 함께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 메시지를 강화할 경우, 현재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PER 22배 전후)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수 있다.
한편 변동성 지수(VIX)는 12선(장기 평균 20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서프라이즈 쇼크’가 발생할 경우 18선 이상으로 단숨에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헷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단기 풋옵션과 금·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실적 모멘텀은 긍정적이나, 정책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