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발 재정·신용 분석 —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S&P Global)이 14일(현지시간) 인도의 장기 비청구식(unsolicited)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올렸다. 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상향 조정으로, 투자등급의 ‘하단’에서 ‘중간’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누라다 타쿠르(Anuradha Thakur) 인도 재무부 경제차관(Economic Affairs Secretary)은 “이번 조정은 모디 정부가 추진해온 재정 통합(fiscal consolidation)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시에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S&P의 결정을 뒤따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회복탄력성과 지속적인 재정건전화 움직임이 등급 상향의 주요 근거” — S&P 글로벌
이번 등급 상향 결정에서 S&P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했다. 첫째, 경제 회복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됐다는 점, 둘째, 중앙정부가 적자 축소와 부채 관리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인 노력을 이어왔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BBB 등급은 국제 신용평가 체계에서 투자등급의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투자등급(Investment Grade)은 통상 BBB- 이상부터로, 국가가 원리금을 상환할 능력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한 단계 아래였던 BBB-는 ‘투자적격’의 최하단이며, 그 아래 BB+부터는 ‘투기등급(Junk)’으로 분류된다.
재정통합이란?
‘Fiscal Consolidation’은 중앙정부가 국가채무·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정책 방향을 통칭한다. 인도 정부는 2021회계연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연간 0.5~0.7%p씩 감축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해 왔다. 이러한 노력이 시장 신뢰를 높였다고 S&P는 분석했다.
타쿠르 차관은 “국가신용등급은 해외 투자자에게 거시경제 정책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등급 상향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와 더 낮은 조달금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 규율을 더욱 강화해 2025~2026회계연도 적자 목표(4.5%대)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정책 파급효과
- 채권금리 하락 가능성 — 투자등급 상향은 인도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려 국채 수익률 하락(가격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 루피화 안정 — 신용등급 개선으로 자본 유입이 확대되면 루피화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 인프라·제조업 투자 유인 — 장기 차입비용 절감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제조업 확장에 긍정적이다.
국제 금융계는 이미 이번 상향 조정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일부 투자은행은 “인도의 매크로 지표가 중기적으로 우호적”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지적한다. S&P 역시 “재정개혁 속도가 둔화되거나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등급 전망이 다시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필자 판단으로 이번 상향은 ‘단순 호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인도는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음에도 높은 공공부채와 구조적 인프라 부족으로 등급 상향이 지연돼 왔다. 따라서 상향 결정은 ‘체질 개선’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는 신호다. 둘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용 프리미엄 축소가 실제 차입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도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재정 건전성 메시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포퓰리즘 지출’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 용어 해설
1 비청구식(unsolicited) 등급은 국가나 기업이 직접 평가를 의뢰하지 않아도 신용평가사가 자체적 판단으로 부여하는 등급을 뜻한다.
2 BBB~BBB- 구간은 ‘하위 투자등급’으로, ‘안정적이지만 경제 충격에 노출될 경우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