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포스트(SingPost)가 자산 매각에 따른 사업 축소의 여파로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로부터 한 단계 낮은 ‘BBB-’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는 투자등급 범주에서 가장 하단에 위치한 등급으로, 회사채 투자자의 위험 인식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는 안정적(stable)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지난해까지 ‘BBB’ 등급을 지켜온 싱가포르 포스트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 잇단 매각으로 ‘호주 2번째 본사’ 전략 사실상 폐기
SingPost는 2025년 3월 호주 물류 자회사 프라이트 매니지먼트 홀딩스(Freight Management Holdings Pty Ltd.)를 매각해 ‘호주를 제2 본사로 육성한다’는 기조를 공식적으로 접었다. 해당 자회사는 2025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영업이익의 약 50%를 담당했던 핵심 자산이다.
이어 같은 해 7월 21일에는 싱가포르 포스트가 페이머스 홀딩스(Famous Holdings Pte Ltd.)와 네덜란드 소재 로테르담 하버 홀딩(Rotterdam Harbour Holding B.V.) 등 포워딩(운송 주선) 부문을 ‘비핵심(non-core)’ 자산으로 규정하고 추가 매각을 단행했다. 이로써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크게 축소됐고, 우편·물류 본업 중심의 사업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다.
■ 구조적 역풍 맞은 우편·물류…영업이익률 1%대로 추락
단, 우편·물류 본업은 전자문서·메신저·온라인 청구서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2025 회계연도 싱가포르 내 우편·물류 및 국제부문 영업이익률은 약 1%에 불과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20 회계연도 ‘우편·소포(post and parcel)’ 부문의 15%와 대비된다.
■ 신용등급 ‘BBB-’ 의미는?
국제 신용등급 체계에서 ‘BBB-’는 투자등급(Investment Grade)의 최하단에 해당한다. 한 단계만 더 하락하면 투기등급(High Yield·정크본드)으로 분류돼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
통상 장기 차입금/EBITDA가 2.5배를 초과하거나, 경쟁력이 추가로 약화될 경우 S&P는 추가 하향을 경고했다.
■ 경영진 교체·이사회 재편 가속
회사는 7명 이사 가운데 4명을 올해 신규 선임했고, 그중에는 신임 이사회 의장도 포함된다. 또한 2025년 1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영입했지만,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재편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순현금 기조 유지…1회성 특별배당도 예고
S&P는 잇단 자산 매각으로 SingPost의 현금이 약 7억5,000만 싱가포르달러(S$) 증가해 향후 2년간 순현금(net cash)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에 S$2억250만 규모의 특별배당 지급 계획을 밝혔다.
■ ‘싱가포르 포스트 센터’가 사실상 영업이익 버팀목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싱포스트 센터(SingPost Centre) 상업 복합단지는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 4,840만 S$을 기록해, 지속사업(continuing operations) 기준 그룹 전체 영업이익 4,430만 S$를 넘어섰다. 점유율 98.2%, 평가 가치 10억 S$ 등 우수한 부동산 지표가 회사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 추가 하향 또는 상향 조건
S&P는 경쟁력 약화·부채 확대가 이어져 부채/EBITDA가 2.5배를 넘을 경우 등급을 더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다각화된 이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달성하면 상향조정 여지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 해설 및 시사점
1) 투자등급 유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마지노선’에 몰린 만큼 향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2) 전통 우편 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글로벌 우편사 공통 고민으로, 디지털 전환 및 라스트마일 배송 경쟁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3) 프라이트 포워딩 사업에서 철수한 것은 고정비 절감 효과가 있으나, 매출 다각화 측면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연내 CEO 선임 여부가 전략 재정립과 시장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포워딩(Forwarding)’이란 항공·해상 운송을 주선해 화주의 국제 물류를 총괄하는 서비스 업종을 뜻한다. 화물 선적·통관·보험·창고 관리 등 전 과정의 중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자료 출처: S&P Global Ratings, SingPost 공시, Investing.com(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