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 오르스테드 신용등급 ‘BBB-’로 강등…미국 해상풍력 자산 매각 지연이 결정타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오르스테드(Orsted A/S)가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로부터 한 단계 강등된 ‘BBB-’ 등급을 받았다. 이는 이전 ‘BBB’에서 한 노치(notch) 하향된 조치로, 회사의 자본 지출 유연성 부족과 전략 실행 차질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S&P는 오르스테드가 미국 동부 연안에서 개발 중인 선라이즈 윈드(Sunrise Wind) 프로젝트 지분 50%를 계획대로 매각하지 못한 사실을 핵심 사유로 들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발생한 해상풍력 부문 부정적 이벤트와 맞물려 오르스테드의 사업 위험도 평가를 ‘만족(satisfactory)’에서 ‘보통(fair)’ 단계로 낮추게 했다는 설명이다.

S&P는 “프로젝트 실행 난이도 상승, 자산 매각 지연, 사업 포트폴리오 집중 리스크,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상풍력 업황 악화”를 열거하며

“특히 2025~2027년 기간에만 500억 덴마크크로네(DKK) 이상, 전체 자본지출의 36%가 미국 프로젝트에 묶여 있다”

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도 강조됐다. S&P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추진하던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 프로젝트가 2025년 초 수개월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사례를 언급하며, “오르스테드 프로젝트에 동급의 중지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그럴 경우 회사 사업 모델과 재무지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악재가 이어졌다. 오르스테드는 2025년 상반기 3GW 규모 혼지아 4(Hornsea 4) 프로젝트를 전면 철회했으며, 이에 따른 손실만 약 50억 DKK에 달한다. 동시에 영국 정부와 체결했던 계약 차액(CfD)도 포기해야 했다.


핵심 전략이던 ‘팜다운(farm-down)’ 모델에 제동

오르스테드는 프로젝트 지분 일부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재투입하는 팜다운 전략을 사업 기둥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선라이즈 윈드 지분 50% 매각이 무산되면서 신용지표에 직접적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해당 프로젝트 총 투자비는 600억 DKK(메가와트당 약 10달러)로 추산되며, 현재 공정률은 35%에 그쳐 잔여 투자액만 400억 DKK에 달한다.

이에 더해 선라이즈 윈드·혼지아 3·발티카 2 등 대형 프로젝트에는 2025~2028년 사이 1,000억 DKK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동기간 예상 EBITDA의 1.3배 규모로, 대규모 차입 의존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S&P의 진단이다.

유동성 방어를 위한 600억 DKK 규모 유상증자도 추진된다. 덴마크 정부는 기존처럼 50.1% 지분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Morgan Stanley가 나머지 물량을 인수(언더라이팅)한다. 증자 절차는 2025년 4분기 초 완료될 예정인데, S&P는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유지에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S&P는 오르스테드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FFO/Debt) 비율을 2025년 말 50%, 2026~2027년 35~40% 범위로 예상했다. 회사는 2027년까지 3년간 모회사 배당을 중단하기로 공식 발표해 현금 보존을 우선시했다.

또한 2025년 말 전 마무리될 예정인 혼지아 3 지분 50% 매각도 등급 유지의 중대 변수로 지목됐다. 거래가 무산되면 2026~2027년 자본지출이 300억 DKK 이상 증가해 재무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S&P는 오르스테드 경영·거버넌스 평가를 ‘다소 부정적(moderately 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안정적(outlook stable)’ 전망을 유지하며 “현재 등급 범위 내에서 미국 프로젝트와 기타 대형 개발사업 관련 불확실성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안내
• BBB- :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최하단으로, 이보다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Junk Bond)에 분류된다.
• 팜다운(Farm-down) : 개발사가 완공 전 프로젝트 지분을 일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구조를 말한다.
• 자본지출(CAPEX) : 설비·인프라 확충을 위해 투입되는 장기자본을 의미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로는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BBB-는 여전히 투자등급이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채권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영국 양대 시장의 규제 리스크와 공사비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재무구조는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오르스테드는 대형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집중을 완화하고, 팜다운 성공률을 높이며, 비용 초과를 억제해야 투자등급 방어는 물론 장기 성장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