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Global Ratings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 Inc.)의 장기 발행인 신용등급을 종전보다 한 단계 높은 ‘A-’로 상향했다. 전망(outlook)은 ‘긍정적(Positive)’으로 제시돼 추가 상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정은 예상보다 강력하게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수요가 핵심 배경이다. S&P는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여전히 신중하지만, 지난 2년간 보수적이었던 전망이 결과적으로 과도하게 낮았다”고 평가했다.
AI 반도체 매출이 전체의 57%까지 확대
브로드컴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1위인 엔비디아(NVIDIA)에 이어 글로벌 2위 AI 반도체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맞춤형 주문형반도체(ASIC)와 네트워킹 솔루션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25 회계연도 3분기(8월 3일 종료) 기준, AI 반도체 매출은 반도체 총매출의 57%에 달한다. 이는 2024 회계연도의 41%, 2023 회계연도의 14%와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다.
10억 달러 신규 수주…‘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입증
최근 브로드컴은 1억이 아닌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AI 칩을 신규 고객에게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고객을 오픈AI(OpenAI)로 추정한다. S&P는 이를 두고 “폭넓은 지식재산권(IP)과 설계 역량을 지닌 브로드컴이 ‘맞춤형 AI 솔루션의 신뢰 파트너’로 공인받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주요 재무지표 전망
- 2025 회계연도 총매출: 전년 대비 23% 증가.
- 동기간 AI 반도체 매출: 60% 이상 성장.
-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문: 25% 성장 예상(VMware Cloud Foundation 수요 호조).
- 2026 회계연도 총매출: 약 840억 달러로 32% 추가 성장.
- 조정 EBITDA 마진: 66%.
- 자유현금흐름(FCF): 400억 달러에 근접.
레버리지 개선…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도 견조
S&P는 브로드컴의 조정 레버리지가 2024년 2.0배에서 2025년 1.2배로, 2026년에는 0.8배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간 120억 달러가 넘는 배당금 지급과 확대되고 있는 자사주 매입에도 달성 가능한 수치로 분석된다.
잠재 리스크와 완충 장치
S&P는 AI 경기 둔화·매크로 환경 악화·고객 집중도 등의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비(非)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사업이 위험을 흡수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쟁사 엔비디아와의 제품 겹침 가능성도 “현 시점에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용어 설명: ASIC, 하이퍼스케일러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은 특정 응용 분야에 최적화한 맞춤형 칩을 뜻한다. 범용 반도체 대비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이 뛰어나, 대형 데이터센터·AI 서비스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전 세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를 가리킨다.
전망: 추가 상향 조건
S&P는 “향후 1~2년 브로드컴의 실적이 IT 업계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순레버리지 2.5배 이하를 유지할 경우 등급 추가 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자본 지출이 레버리지를 높일 경우 등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
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브로드컴이 ASIC 시장 선점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AI 하드웨어 생태계에 ‘대안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 역량이 강화되면, 장기적으로는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커져 수익 방어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일부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2027~2028년께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그러나 브로드컴처럼 IP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견고한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은 “사이클 조정기에 상대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결론
브로드컴의 ‘A-’ 등급 상향은 AI 반도체 성장이 신용도까지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지속적인 매출 확장, 견조한 수익성, 그리고 보수적 재무 전략이 결합되면서, 회사는 ‘투자적격 상위권’에 단단히 자리잡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2년간의 실적 추이를 통해 브로드컴이 AI 슈퍼사이클의 ‘주인공’으로 남을지, 혹은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갈지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