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전쟁이 신흥시장(EM) 국가들의 신용등급 상승 흐름을 멈추고, 새로운 강등(downgrade) 사이클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라비 바티아(Ravi Bhatia) 디렉터가 경고했다.
2026년 3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티아 디렉터는 중동 충돌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금융여건을 긴축시킴으로써 신흥국 전반의 신용비용을 높이고 등급 하방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티아 디렉터는 “지난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신용여건이 완화되면서 중동·아프리카(MEA) 주권의 등급 상방 압력이 관찰됐다”며
“2026년에는 중동 지역의 새로운 갈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MEA 지역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 어려워져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에너지 충격이 개발도상국 전반에 파급되고 있다.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둘러싼 혼란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인도(India), 터키(Turkey), 케냐(Kenya) 등 에너지 수입국의 비용 부담을 증대시켰다. 반대로 산유국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익 개선을 기대하겠지만,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성장 둔화, 관광 수입 감소 등으로 장기적 불확실성이 커진다.
배경 수치로는 신흥국 주권 달러 채권이 2022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52%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후의 재정개혁과 디폴트 감소, 외국인 자금 유입, 리스크 스프레드 축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S&P는 또한 지난 3년간 디폴트 감소가 아프리카 주권들의 위기 국면 탈피를 돕고 레바논과 우크라이나 같은 발행자들의 랠리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멘텀은 최근 4주 동안 역전됐다.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약 20%의 글로벌 에너지 수송(전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제약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브렌트유(Brent crude)는 전쟁 이전 $72.48에서 최근 월요일 기준 $115로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북해산 기준유(benchmark)로 국제 원유시장에서 널리 참조되는 지표이며, 유가 변동은 수입국의 물가와 재정수지, 수출국의 재정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해협 봉쇄나 제약은 즉각적인 공급 충격을 유발해 국제유가를 급등시킬 수 있다.
브렌트유(Brent crude):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기준으로 삼는 국제 유가 지표이다. 글로벌 석유시장에서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와 함께 대표적인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브렌트유 가격의 급등은 에너지 수입국의 연료비와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린다.
신용등급(credit rating): 신용평가기관이 국가나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이다. 등급 하락(downgrade)은 차입 비용 상승, 자금조달 여건 악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적·시장적 함의 분석
이번 S&P의 경고는 여러 채널을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다. 첫째, 급등한 유가는 에너지를 수입하는 신흥국의 무역수지와 재정적자 확대를 촉발한다.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는 정부의 보조금 부담을 키우거나, 보조금 축소 시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인도, 터키, 케냐 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단기적 물가상승과 재정 악화에 취약하다.
둘째,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확산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영향을 준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높아지면 주요 통화권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신흥국의 달러화 기반 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며 자본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
셋째, 금융여건의 긴축은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차입비용을 상승시키며, 일부 취약한 주권 및 기업은 재조달 부담으로 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S&P가 지적한 것처럼, 2024~2025년에 관찰된 순상향(net upgrade) 흐름이 멈추고 반대로 강등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기적 관찰지표로는 (1) 국제유가(브렌트), (2) 신흥국 주권 및 회사채 스프레드, (3) 해당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 (4) 외환보유고 변화, (5) 외국인 투자자 포지션 변동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달러표시 채무비중이 높은 국가는 리스크 노출이 크다.
시장 전망 및 대응 시나리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유가가 고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 수입국의 재정·거시지표 악화가 가속화돼 S&P와 같은 신평사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둘째, 유가가 안정화되더라도 금융여건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등급 회복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셋째,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어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면, 시장은 부분적으로 안도할 수 있으나 이미 유발된 인플레이션 충격과 재정적 손상은 즉시 해소되기 어렵다.
정책 대응으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재정정책의 우선순위 조정, 외환보유고 관리 강화, 대외부채 구조조정 협의,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신속 대응 체계 강화 등이다. 민간부문은 헤지 전략(에너지 가격 위험 관리), 달러 부채의 만기 연장 및 리스크 분산 등을 검토해야 한다.
결론
S&P의 경고는 단순한 등급 전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글로벌 에너지 수급과 금융여건을 동시에 흔들면서, 신흥국의 재정·물가·외환 상황에 즉각적이고 구조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향후 몇 달간 국제유가, 신흥국 국채 스프레드, 소비자물가 지표, 외환보유고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 모두 리스크 완화와 유연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