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총재, 스위스 물가 향후 상승 기대…일시적 마이너스는 경계 신호 아님

취리히(스위스) —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인 마르틴 슐레겔(Martin Schlegel)은 향후 몇 달 내에 스위스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달에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전년 동월 대비 하락)로 나올 가능성은 존재하며, 이러한 일시적 하락이 곧바로 경보 신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6년 2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슐레겔 총재는 취리히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SNB는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를 0~2%로 설정하고 있다며 향후 몇 달 동안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슐레겔 총재는 “몇 개월간의 마이너스 수치가 나올 수는 있으나, 몇 달의 마이너스는 경보 신호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중기적 관점에서의 물가안정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에도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현재 정책금리 0%의 조합이 SNB를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계상으로 스위스의 인플레이션은 2026년 초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6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로 SNB 목표 범위의 하한에 근접한 수치이다. 행사에서 슐레겔은 스위스 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관측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관세(관세 부과)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었지만, 많은 경제 부문이 예상보다 더 강인하게 버텨냈다고 지적했다.

슐레겔은 SNB가 조사한 스위스 기업 가운데 약 4분의 1(25%)미국의 관세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중 약 10%에 가까운 기업들은 주로 기계·공학 분야 기업들이며,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 관세가 낮은 국가 또는 미국 자체로 제조시설을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슐레겔은 전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어 설명

중기적(중간기) 물가안정은 중앙은행이 몇 개월 단위의 단기 변동성보다 1~2년 정도의 기간에 걸친 물가 수준의 동향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예: 계절적 요인, 일시적 수요·공급 충격)이 중기적 물가 흐름을 오판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통화정책의 관점이다. 또한 정책금리 0%는 중앙은행이 은행 간 단기 금리를 사실상 0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상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관세(무역 관세)는 특정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상대국의 수출품 가격을 높여 수입을 억제하거나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이 있다. 관세 부과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공급망 재편, 교역 축소, 무역비용 증가를 통해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경제·물가 영향 분석

슐레겔 총재의 발언은 SNB가 시계열적·중기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단기적으로 몇 개월간의 마이너스 물가가 관찰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을 근거로 즉각적인 통화완화(예: 추가 금리 인하) 또는 급진적 정책 전환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석된다.

첫째, 단기 인플레이션 하락(예: 월별 마이너스)이 발생하더라도 SNB는 물가경로(trajectory)를 살펴 중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0~2%)로 회귀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기적 전망이 상승하는 신호를 보이면 현재의 정책금리(0%)를 유지하거나 점진적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미국의 관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수출 의존도가 큰 스위스의 제조·공학 부문에 구조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슐레겔이 밝힌 기업 설문 결과처럼 약 25%의 기업이 이미 부정적 영향을 경험했고, 약 10%는 심각한 타격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투자·생산 결정에 소극성을 유발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전반적 수요 부진은 중기적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일부 기업들의 제조 이전(생산기지 재배치) 움직임은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여 장기적으로는 생산비 구조와 지역별 비교우위를 바꿀 수 있다. 제조 이전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적 비용(이전 비용, 설비 투자)이 증가해 기업의 수익성·가격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중장기적으론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며 수입품 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증대될 수 있다.

넷째, 통화정책 측면에서 SNB는 정책금리 0%라는 제약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과의 협업이나 비전통적 통화수단(예: 환율정책·자산매입 등)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슐레겔의 발언은 이러한 비전통적 수단의 즉각적 사용을 시사하지는 않으며, 중기적 물가 안정 관찰을 우선한다고 명확히 했다.


시장과 투자자 관점

금융시장과 투자자는 SNB의 중기적 관점과 발언을 주의 깊게 해석해야 한다. 단기적 물가 하락 신호가 나올 때마다 바로 정책 변화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금리·환율·채권·주식 시장에서의 변동성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관세 관련 실물 충격이 심화될 경우 기업 실적의 하방 리스크가 커져 주식시장 섹터별 차별화가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기계·공학 등 수출 연계 산업은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요약하면, SNB는 단기적인 마이너스 물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나 중기적 물가 안정 여부를 정책 판단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미국발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스위스 기업 활동과 중기적 물가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몇 개월의 마이너스 수치는 경보 신호가 아니다. 우리는 중기적 물가안정을 본다.” — 마르틴 슐레겔, SNB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