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의 한 식품지원기관에서 자원봉사자가 기부 식품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제공: Bloomberg | Getty Images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주민이 SNAP(연방 보충영양지원) 급여 지급 지연 가능성으로 인해 굶주림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가운데, 연방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에 11월 급여 지급을 명령한 이후에도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았다고 전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미국에서 매년 4천억달러에 가까운 식품이 폐기로 이어지는 현실과 맞물려 문제의식이 커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2025년 11월 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식품폐기 문제에 특화된 미국 비영리단체 리페드(ReFED)는 최근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서 2023년 미국에서 발생한 잉여 식품 규모가 3,82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가 이용 가능한 가장 최신 연도의 집계치로, 소비·유통·외식·가정 등 전 단계를 포괄한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모든 식품의 약 40%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라고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 북미사업 총괄 크리스 매컬리(Chris MacAulay)는 말했다. 그는 “냉장고 앞에 서서 절반을 그대로 버리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낭비”라고 표현했다. 투 굿 투 고는 북미에서 70개 도시로 확장했다.
투 굿 투 고는 원칙적으로 푸드뱅크로 들어갈 수 있는 식품을 돌리지 않고, 평소라면 폐기될 가능성이 큰 잉여 식품에 판로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잉여를 보유한 식료품점·레스토랑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찾는 소비자를 매칭한다. 예컨대 지역 피자가게가 영업 종료 시 남는 파이를 그대로 폐기하는 대신, 플랫폼을 통해 일정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비자는 보통 ‘서프라이즈 백’ 형태로 음식을 받아보며, 해당 백에는 원래 매립지로 갈 뻔한 식품이 담긴다. 회사 측은 자사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매초 8끼 식사가 ‘구해진다’고 추정한다자체 추정.
매컬리는 “SNAP 급여의 일시 중단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 다수가 식료품비 증가의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서프라이즈 백은 정확히 무엇을 받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보통 정가 대비 50~60% 할인된 우수한 품질의 음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SNAP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패키지에 포함된 식품보조 프로그램 축소 기조 속에서 불거졌으며,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의 급여 지급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연방 판사가 11월 급여 지급 중단을 막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수혜자들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보도의 핵심이다.

CNBC ‘Power Lunch’가 전한 관련 보도 이미지
기부, 퇴비화(컴포스팅), 가축사료 전환, 잉여식품 마켓플레이스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주요 옵션으로 꼽힌다. 매컬리는 “단일 해법은 없고, 여러 해법의 조합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식품폐기 공급망’으로 바라본다”며 특히 식료품점들이 투 굿 투 고의 마켓플레이스에 잘 맞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문제의식은 투자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브라운 기번스 랭 앤드 컴퍼니(Brown Gibbons Lang & Company)에서 환경 서비스·환경 인프라·에너지 전환 분야의 투자은행 업무를 총괄하는 에프람 캐플런(Effram Kaplan) 전무는 “해당 섹터에 대한 거래 활동과 관심이 매우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캐플런은 폐기물 관리 비즈니스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수익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투자자 이목을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5년 경력 동안 보아온 결과, 이 분야는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대형 인프라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폐기물 산업의 수익성을 재발견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했지만 미국에서는 이제 막 본격화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장비 등 초기투자가 상당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매컬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술이 진입장벽을 낮춰 과거보다 시작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상업 주방까지: 기술이 바꾸는 음식물 쓰레기
밀(Mill)은 네스트(Nest) 스마트 온도조절기 공동 창립자가 세운 스타트업으로, 가정용 스마트 키친 빈에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장치는 남은 음식을 말리고, 부피를 줄이며, 악취를 제거해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메타푸닥스(Metafoodx)는 2024년 5월 시리즈A에서 94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상업 주방에서 무엇이 사용되고, 무엇이 버려지며, 어디서 개선할 수 있는지를 추적하는 3D AI 스캐너를 구축했다. 데이터 기반으로 낭비를 가시화해 주방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접근법이다.
브이심플(Vsimple)의 버디 보크웨그(Buddy Bockweg) 최고경영자(CEO)는 산업·환경 서비스 기업(폐기물 관리 업체 포함)의 현장 배차부터 청구까지를 디지털화·효율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는 “AI는 배차 측면의 전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며, “기술에 투자해 운영을 고도화하는 기업이 수익성과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가비지 투 가든(Garbage to Garden)의 창립자 겸 대표 타일러 프랭크(Tyler Frank)는 2012년 300달러와 트럭 1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생활 중 손쉽게 퇴비화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를 깨닫고, 퇴비용 버킷 제공과 구독 기반의 회수 루트를 만들었다.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가공되어 지역 농장에 공급되며, 구독자는 토양을 다시 공급받을 수도 있다.
프랭크는 “내가 선택한 방식은 진입장벽은 낮지만 오랜 시간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는 여정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폐기물 사업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존재하며, 시의적절한 사업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현재 회사는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보스턴·매사추세츠주 메드퍼드 등 지방정부의 수거 계약을 확보했다.
저소득층은 음식물 쓰레기가 더 적다
프랭크의 모델은 직접적인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SNAP 지급이 지연되는 시기에는 가정이 가능한 한 모든 식료를 아껴 쓰려는 경향이 강해져, 퇴비화로 넘어오는 식품 폐기량은 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전반적인 흐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과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비칼리지의 경제학 교수 벤 샤라딘(Ben Scharadin)은 연방 차원의 폐기물 감축 의무와 기업의 효율성 제고 수요를 이유로 정부가 이 분야의 혁신과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상황의 가혹한 아이러니는 SNAP 수혜 가구가 다른 가구보다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저소득 가구는 예산 제약이 크기 때문에 버퍼가 거의 없다”면서, “저소득·SNAP 가구는 필수적으로 식단 계획 능력을 높여야 하므로 낭비를 줄이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샤라딘은 젊고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음식물 쓰레기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독형 퇴비화 서비스는 프리미엄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며, 순환경제 전반은 SNAP 축소의 파급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투 굿 투 고처럼 ‘2차 시장’ 기반 모델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계 예산이 더 빠듯해질수록, 소비자는 서프라이즈 백과 2차 시장으로 더 빨리 이동할 것이다. 다소 품질이 낮아 보일지라도 말이다.”
라고 샤라딘은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공략하고 있음에도, 식품 폐기의 ‘최우선 목표’는 감축 자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 해설과 맥락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은 미국의 대표적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으로, 전자카드 형태의 급여로 식료품 구매를 지원한다. 경기·정책 변화에 따라 급여 수준과 지급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리페드(ReFED)는 미국 기반 비영리단체로, 데이터·정책·시장 솔루션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잉여 식품’은 소비되지 못해 유실되거나 폐기될 위험에 놓인 생산물을 의미한다.
잉여식품 마켓플레이스는 유통기한 임박·당일 판매 실패 등으로 정상 유통에서 이탈한 식품을 할인 등 형태로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투 굿 투 고의 서프라이즈 백은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순환경제는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사용·재활용을 극대화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경제 모델을 뜻한다. 식품 분야에서는 감축→재분배(기부)→사료·재활용→퇴비화 등의 우선순위 사다리가 통용된다.
시리즈A는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뒤 성장 가속을 위해 받는 첫 단계의 기관투자 라운드를 의미한다. 인프라 투자자는 장기·안정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폐기물 관리처럼 수요가 구조적으로 유지되는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
분석: 굶주림과 낭비의 공존, 그리고 ‘효율’의 투자 논리
이번 보도는 먹거리 불안과 구조적 낭비가 동시에 존재하는 미국 식품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낸다. SNAP 지급 불확실성은 취약계층의 식단 계획을 더욱 압박하지만, 동시에 시장에서는 잉여 식품의 회수·재분배·가공 효율을 높이려는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AI·플랫폼이 이를 뒷받침하며, 투자자들은 예측 가능한 수익을 이유로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핵심 목표는 ‘폐기 자체의 감축’이다. 기부·퇴비화·사료화·2차 시장이 중요하지만, 상위 단계인 발생 억제와 수요 예측 개선이 먼저 이행될 때 사회적 비용과 환경 발자국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 소비자 행동 변화(식단 계획·보관·조리·남은 음식 관리)와 기업 운영의 정밀화(발주·재고·메뉴 엔지니어링)가 맞물릴 때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공 안전망의 예측 가능성과 민간의 혁신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기본적 식생활 안정이 담보될 때, 시장 기반 솔루션도 보다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정책·투자·소비자 선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음식물 쓰레기 감축이 ‘사회적 안전망’과 ‘경제적 효율’을 함께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