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본 3대 메가뱅크 가운데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umitomo Mitsui Banking Corp., 이하 SMBC)가 사모시장 펀드에 제공한 대규모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해 위험 이전 거래( Significant Risk Transfer, SRT)를 추진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SMBC는 총 80억 달러 규모의 서브스크립션 라인(subscription lines) 대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약 12.5%에 해당하는 10억 달러를 떼어내 외부 기관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형태의 SRT 구조를 모색 중이다. 이번 거래는 아직 협의 단계에 있어 세부 조건은 유동적이라고 전해진다.
SRT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신용위험을 제3자에게 이전해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고, 남은 자본을 다른 성장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화 금융기법이다. 대개 신용위험스왑(CRS)·담보부증권(CLO 형태) 등이 결합되며, 실제 자산 매각 없이도 위험 가중자산(RWA)을 절감해 바젤 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은행권이 꾸준히 활용해 왔다.
서브스크립션 라인은 사모펀드가 LP(유한책임출자자) 자금을 실제로 소집하기 전, 유동성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 차입하는 여신 한도를 뜻한다. 보통 펀드가 투자 기회를 포착했을 때 즉각적인 현금이 필요하지만, LP에게 자본 호출(capital call)을 하면 서류·납입 절차만으로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 이때 Subscription Line을 활용하면 자금을 선조달해 거래 속도를 높이고 내부수익률(IRR)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MBC가 추진 중인 SRT는 “사모시장 대출 노출을 효율적으로 경감하면서도 핵심 고객인 GP(펀드 운용사) 관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조치”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거래 구조 및 기대 효과
현재 논의 중인 구조에 따르면, SMBC는 80억 달러 대출잔액 가운데 10억 달러 상당의 수석·중간손실(메자닌) 트랜치를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신용파생계약을 체결해 위험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해당 트랜치에 대한 최초디폴트손실(First-Loss)을 외부로 넘기는 대가로 일정 수수료(프리미엄)를 지급하며, 그 대가는 자본비용(CET1 비율) 절감으로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일본 금융권은 마이너스 금리·평탄화된 수익률곡선으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제약돼 있다. SRT를 통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면 동일 자본으로 더 많은 대출을 취급하거나 해외 성장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자본효율성이 개선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반응 및 업계 동향
글로벌 은행들은 2023년 이후 바젤Ⅲ 최종안(Basel III Endgame) 대응 차원에서 SRT를 잇따라 활용하고 있다. 영국·EU에서는 연 300억 달러 안팎의 SRT 발행이 지속되고, 미국 대형은행들도 CLO·CRT(Credit Risk Transfer) 구조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번 SMBC 사례는 아시아계 은행으로서 드문 대형 SRT 시도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국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 대출은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와 담보 커버리지 덕분에 손실률이 낮은 편“이라면서도 “거시 경기 둔화와 금리 고점이 겹치면 캐피털 콜 지연이 늘어날 수 있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용어 설명*
*Significant Risk Transfer(SRT): 은행이 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의 신용위험 일부를 투자자에게 이전해 규제자본을 절감하는 거래. 파생상품·신용보증·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된다.
*Subscription Line: 사모펀드가 LP 자본 호출 전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신용한도. 담보로는 LP의 미집행 약정액이나 펀드 자산이 활용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아시아 기반 대출의 구조화·위험이전 시장이 본격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싱가포르·홍콩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일본·한국 금융기관과도 서브스크립션 라인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동아시아 금융허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SRT 구조가 복잡하고 규제기관 승인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 시점과 가격조건이 최종 확정되려면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SMBC는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소식통들도 익명을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