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 북해 탄소 저장 사업 본격화…NEP로부터 6개 저장정 개발 계약 수주

[에너지 전환·탄소 포집 산업 집중조명]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 SLB(구 슐럼버저)북해 탄소 저장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선정됐다. 회사는 북해(North Sea) 탄소 저장 부지 개발을 위해 Northern Endurance Partnership(NEP)으로부터 기술‧서비스 통합 계약을 따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탄소 포집·저장(CCS) 밸류체인에서 현장 시추 단계에 해당하는 ‘저장정(drilling wells)’ 건설을 포함한다. SLB는 자체 ‘Sequestri’ CCS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총 6개의 탄소 저장정(wells)을 설계·시공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저장정 설계, 시추, 시멘팅(cementing), 유체 관리(fluids), 완결(completions), 와이어라인(wireline), 펌핑 서비스까지 전(全) 공정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계약 대상 인프라는 연간 최대 400만t이산화탄소(CO2)포집·운송·영구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기 처리 용량을 향후 단계적으로 증설할 여지도 남겼다. 업계에서는 “유럽에서도 대규모로 손꼽히는 북해 탄소 저장 허브”라며 “2030년까지 EU 탄소 저감 목표 달성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한다.

NEP 소개
· 설립 주체: bp, 에퀴노르(Equinor),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 사업 범위: 영국 잉글랜드 동부 티사이드(Teesside)험버(Humber) 지역에서 배출되는 CO2를 집결해 북해 해저로 이송·매립
· 클러스터 명칭: ‘East Coast Cluster

SLB는 “이번 계약은 단순 시추 계약을 넘어, 탄소 저장정 수명 전주기(life-cycle)를 총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Sequestri 포트폴리오를 적용하면 저장 시추공 위치 선정부터 지중 누출 모니터링까지 디지털로 통합 관리 가능하다”며 “운영 최적화와 안전성 강화,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 포집·저장(CCS) 시장의 전략적 의미

EU와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기 위해 CCS를 필수적 기술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북해 해저층은 과거 석유·가스 생산으로 조성된 공동(reservoir)과 파이프라인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어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봉인하는 ‘천연 지하 저장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질학적 특성을 활용하면, 재래식 석유정보다 오히려 안전하게 CO2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SLB는 이미 노르웨이, 미국 걸프만 등지에서 다수의 CCS 시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NEP 계약을 따내면서 북해에서도 선도 지위를 굳혔다. 이는 곧 탄소저감 기술 공급업체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북해 CCS

SLB 주가·재무적 파급

같은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LB 주가는 33.66달러로 장중 0.34% 상승했다. 시장은 “CCS 수주 확대가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만, 계약 금액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매출 기여 시점 및 규모가 주가에 본격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투자은행 베른슈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SLB의 CCS 수주잔고는 2024년 1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고 추정하며 “탈(脫)탄소 시장 진입이 기존 석유·가스 서비스 매출 변동성을 완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메이저’ 합작 NEP, 왜 SLB를 택했나

NEP는 bp, 에퀴노르, 토탈에너지스 등 메이저 석유사들이 영국 정부의 클러스터 시열(Track-1) 사업 승인을 받아 2021년 출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3사가 가진 해저 운영 노하우와 SLB의 시추·완결 기술이 결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SLB는 디지털 트윈, 지중 시뮬레이션, AI 기반 누출 탐지 등 첨단 기술을 묶어 ‘Sequestri’ 브랜드로 상용화했다. 이러한 통합형 솔루션은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MRV(측정·보고·검증)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유리하다. 영국 북해전문가 로버트 앤더슨 박사는 “CCS 사업은 지중 거동을 수십 년간 추적해야 하는 만큼, 초기 설계부터 하이테크 도구를 적용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규모의 경제 달성 여부다. 현재 400만t/년은 글로벌 메이저 CCS 허브 중 ‘중간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2050년 예상 수요를 감안하면 연간 2억~3억t까지의 증설 로드맵이 필요하다. SLB가 이번 6개 저장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2단계·3단계 확장 계약을 따낼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둘째, 규제 환경 변화다. 영국 정부는 ‘탄소 저장 허가 라이선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배출권(ETS) 가격 변동 및 세제 인센티브가 프로젝트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24년 기준 영국 ETS 가격은 톤당 50~60파운드 수준으로, EU ETS에 비해 낮다는 점이 수익성의 변수다.

셋째, 지역 사회와 이해관계자 간 합의다. 북해 석유·가스 산업 노조는 고용 전환안전규정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SLB와 NEP는 “지역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을 약속했지만, 실행력이 관건이다.

CCS 인포그래픽


용어 풀이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발전소·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CO2를 포집해 압축한 뒤, 지층에 주입해 영구 저장하는 기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교 기술(bridge technology)’로 분류된다.

와이어라인(Wireline): 시추공 내부를 탐사·측정하기 위해 전기 신호가 통하는 케이블을 넣어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 저장정 안전성을 확인하는 핵심 공정이다.

MRV(Measurement, Reporting and Verification): 탄소 저장 프로젝트의 측정·보고·검증 체계. 국제표준(ISO 27916 등)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돼야 인허가와 크레딧 인증이 가능하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시장 전망과 전문적 견해는 기자의 분석이며, 기업·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