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샌프란시스코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에 특화된 고대역폭메모리(High-Bandwidth Memory, HBM)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담당 부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사용자의 AI 수요는 매우 견조하고 강력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NASDAQ:AMZN), 마이크로소프트(NASDAQ:MSFT), 알파벳(NASDAQ:GOOGL)의 구글 등 클라우드 컴퓨팅 대기업들이 책정한 AI 설비투자 규모가 향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HBM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AI 설비 확대와 HBM 구매 간의 관계는 매우 직접적이며 상관관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전력 공급 같은 제약 조건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추정했음에도 30% 성장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HBM이란 무엇인가?
HBM은 2013년 처음 양산된 차세대 DRAM 표준으로, 여러 개의 메모리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3D 스태킹)해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소모를 낮추는 기술이다. 이는 복잡한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안됐다. 기존 DRAM과 달리, HBM4 세대부터는 고객 맞춤형 로직 다이(Base Die)를 추가해 메모리 제어 효율을 높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경쟁사 제품을 동일 사양으로 손쉽게 대체하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고 최 부사장은 설명했다. 즉, 마이크론(NASDAQ:MU)이나 삼성전자(KS:005930)의 HBM을 단순 교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시장 규모와 고객 맞춤화 확대
최 부사장은 HBM 시장 규모가 2030년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각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전력 특성이 모두 다르다”면서 맞춤형 제품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엔비디아(NASDAQ:NVDA) 같은 대형 고객 위주로 개별 최적화가 이뤄지지만, 중소 고객도 향후 맞춤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사다. 다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소규모 물량을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현세대) 공급이 단기간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며 가격 하향 압력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우리는 고객에게 적시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0% 관세 논란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7일 백악관에서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 계획이 없는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반도체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식 발표가 아닌 구두 발언이었으며, 세부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최 부사장은 관세 문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여한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은 8월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투자 계획이 있어 100% 관세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과 AI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對미국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7.5%를 차지했다. 같은 해 대만으로의 HBM 수출 비중은 18%로 전년 대비 127% 급증하였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과제
시장 전문가들은 AI 연산 성능이 메모리 대역폭에 의해 제한되는 ‘메모리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HBM 수요가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 메모리 병목현상이란 CPU·GPU의 연산 속도에 비해 메모리 전송 속도가 부족해 전체 시스템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전력 효율과 응답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HBM은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다만, HBM 적층 공정은 미세한 TSV(Through-Silicon Via) 기술과 고성능 열 방출 설계가 필요해 생산 난도가 높다. 이에 따라 원가가 DRAM 대비 최대 3배 이상 비싸고, 공급망이 제한된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목된다. 특히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대용량·초고대역폭을 달성하려면 소재·공정 혁신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연 30% 성장률은 업계 평균 전망(20~25%)을 상회한다. 이는 전력·친환경 규제, AI 칩 성능 향상 속도, 고객사별 맞춤 설계 수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HBM4 도입 시기, 패키징 공정 경쟁력,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규제 정책이 향후 시장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HBM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회사 측 예상대로 2030년까지 지속적인 30% 성장이 가능할지,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정책 변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