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 SiFive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4억 달러(약 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아트레이디스 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 엔비디아(Nvidia) 등으로부터 이루어졌다.
2026년 4월 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SiFive의 기업가치는 이번 투자 유치로 36억 5천만 달러(약 4조 6천억 원)로 평가되었다. SiFive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리틀(Patrick Little)은 로이터에 이번 라운드가 기업공개(IPO) 전 마지막 자금조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상장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SiFive는 직접 칩을 판매하지 않고 고객사가 자체 내부 설계에 맞춰 맞춤화할 수 있는 칩 설계의 청사진(설계 지적재산권, IP)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대표적 고객으로는 알파벳(Alphabet)의 구글(Google) 등이 있다. 이와 같은 IP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랫동안 영국의 Arm Holdings가 사실상 주도해 왔으나, Arm이 최근 자체 칩을 공개·제공하면서 기존 고객들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RISC-V와 SiFive의 기회
SiFive의 설계는 RISC-V라는 오픈 칩 표준을 기반으로 한다. RISC-V는 특정 기업이 지배하지 않는 비영리 재단이 관리하는 공개 명세로, Arm의 기술처럼 하나의 기업이 통제하는 형태가 아니다. 이 점은 Arm이 자체 칩을 출시하면서 생긴 이해 충돌 가능성에 대해 고객들이 대안을 찾는 상황에서 SiFive에 기회를 제공한다.
리틀 CEO는 “그들의 기존(익숙한) 공급사가 향후 몇 년간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10년간 이들과 협력해 왔고, RISC-V는 이제 고객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만큼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보상이 큰(가장 높은 목표)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조달 자금의 용도
SiFive는 이번에 유치한 4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CPU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으며, Arm의 최근 제품 공개, 엔비디아의 시장 진출 표명, 인텔(Intel)의 수요 폭주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성능과 전력효율, 확장성 측면에서 새로운 설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아트레이디스와 엔비디아 외에도 애폴로(Apollo), D1 캐피털 파트너스(D1 Capital Partners), 포인트72(Point72),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Investment Management)가 자문하는 계정들이 참여했다. 또한 기존 투자사인 프로스페리티 7 벤처스(Prosperity7 Ventures), 캐피탈 그룹(Capital Group), 서터 힐 벤처스(Sutter Hill Ventures)도 참여해 기존 주주들의 신뢰를 유지했다.
기술·시장 배경 설명
RISC-V는 명령어 집합 구조(Instruction Set Architecture, ISA) 중 하나로, 설계 명세가 공개되어 누구나 이를 기반으로 자체 칩을 설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Arm의 ISA는 Arm이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IP(설계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는 회사가 완성된 물리적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대신 설계 도면, 회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등을 제공해 고객사가 이를 라이선스하여 자신만의 칩을 제작하는 모델을 뜻한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고객사는 라이선스 조건·비용·공급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Arm 기반 설계에서 RISC-V 기반 설계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CPU는 대규모 병렬처리, 전력 효율, 서버 확대에 따른 총소유비용(TCO)에 민감해 설계 선택이 곧 운영비용과 직결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SiFive의 이번 자금조달과 데이터센터 CPU 설계 진출은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RISC-V 기반의 설계 역량이 투자자들로부터 상업적 가치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Arm의 제품화로 인해 기존 Arm 고객들이 공급선 다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반도체 업체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경쟁 구도에서 SiFive의 전략적 파트너십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SiFive의 기업가치 36억 5천만 달러 평가는 향후 IPO 시점의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된다. 리틀 CEO가 이번 라운드를 IPO 전 마지막 조달로 전망한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기술 성숙도와 데이터센터 CPU 시제품·성능 검증이 상장 시점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와 같은 투자자가 참여한 만큼, SiFive의 설계가 특정 하드웨어 생태계와 협업하거나 상호보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 데이터센터 CPU 시장은 이미 인텔, AMD, Arm 기반 설계 업체, 그리고 엔비디아의 인터벤션 등 다수 경쟁자가 존재한다. SiFive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성능·전력·비용 측면에서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입증해야 하며, 고객(예: 대형 클라우드 제공자)의 검증과 장기 계약 확보가 필요하다.
결론
이번 투자 유치는 RISC-V 기반 설계 회사가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에서 상업적 기회를 본격적으로 노릴 수 있는 전환점이다. SiFive는 설계 IP를 통해 고객 맞춤형 칩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자금으로 데이터센터 CPU 설계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향후 SiFive의 기술 검증 결과와 고객 확보 현황, 그리고 IPO 일정은 반도체 설계 생태계와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 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