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의장 폴 애트킨스, 분기보고 의무 변경 “시장 스스로 주기를 결정하게 할 것”

워싱턴 D.C.—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폴 애트킨스(Paul Atkins)CNBC 인터뷰에서 기업의 분기보고서(Quarterly Report) 제출 주기에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애트킨스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제기한 ‘분기보고 폐지·완화’ 구상에 대해 “원칙적으로 변화 제안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

시장 자체가 적절한 보고 리듬(cadence)을 결정할 수 있다

”고 강조하면서, 기관·개인투자자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정보 주기를 직접 요구·조정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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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통 환경이 과거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도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애트킨스 위원장은 “오늘날은 소셜미디어·전자공시 시스템 등을 통해 정보가 즉시 확산된다”며, 동일한 주기 규제에 묶여 있던 과거의 논리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기보고서 제도, 왜 다시 도마에 올랐나

미국 상장사는 1934년 증권거래법 이후 10-Q(분기보고서)매년 3회 제출해 왔다. 서류에는 매출·순이익·현금흐름 등 핵심 재무지표가 포함되며, 투자자는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비교·평가한다. 그러나 ‘장기적 가치’보다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트위터를 통해 “미국 기업이 반기보고(6개월)만 해도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SEC는 이번 논의에서 의무 주기 단축·완화·선택적 보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애트킨스 위원장은 “제시된 모든 옵션이 투명성·유연성·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평가될 것”이라며, ‘일률적 규제’에서 ‘시장 주도형 모델’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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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사모시장 접근성 문제

인터뷰에서 그는 공·사모 시장 간 격차도 언급했다. “일반 투자자(normal investors)도 사모시장(diversified private markets)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유동성(liquidity)·평가(valuation)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이는 SEC가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 기준 완화 및 사모펀드 공시 강화 등 여러 방안을 병행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해설—‘정보 주기(cadence)’란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재무·경영 정보의 빈도를 의미한다. 빈도가 높으면 실시간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기업은 보고비용·단기실적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반대로 빈도가 낮아지면 비용은 줄지만 정보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시장 반응과 잠재적 영향

현재 S&P 500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은 분기보고서 외에도 컨퍼런스콜·투자자 데이·IR 자료 등으로 빈번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의무’가 완화돼도 정보 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상장사에게는 보고 부담 완화가 재무적 여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규정 변경은 변동성·거래량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예컨대, 분기보고서 발표일 전후에 집중되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관련 변동성이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보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 루머 거래가 늘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규제·정책 전망

SEC가 실무 검토를 마친 뒤에는 공개 의견수렴(Notice-and-Comment) 절차를 거쳐 최종 규정을 확정하게 된다. 통상 6~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선·의회 일정 등 정치 변수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트킨스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

투명성 유지와 비용 최소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필요하다면 ‘적시(disclosure on time)’‘적합(right amount of detail)’이라는 두 축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며, 규제 유연성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설계를 약속했다.


기자 의견 및 전망

전문가적 관점에서 볼 때, 분기보고서 의무 완화는 단순한 제출 횟수 감소를 넘어, 기업-투자자 커뮤니케이션 구조 전체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ESG 보고, 실시간 데이터 공유대체 정보 채널이 등장·확산될 경우, 전통적 재무보고의 ‘주기 개념’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 정보 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시장 투명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결국, 시장 스스로 결정이라는 애트킨스 위원장의 메시지는 ‘규제 완화’라는 단어 너머에 자율과 책임의 균형을 내포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견고히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장기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입체적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