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윙클보스 억만장자 형제가 운영하는 제미니 Earn 소송 전격 합의

뉴욕 = Reuters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억만장자 쌍둥이 형제 타일러·카메론 윙클보스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Gemini Space Station)’을 상대로 제기했던 미등록 암호화폐 자산 대여 프로그램 관련 소송을 조건부로 합의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SEC와 제미니 측 변호인은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에 제출한 서한에서 “양측 간 원칙적 합의가 이뤄져 ‘제미니 Earn’ 관련 소송을 전면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의안은 SEC 위원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양측은 12월 15일까지 최종 합의 문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기존 소송 일정을 모두 중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SEC와 제미니 측은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이번 합의 소식은 암호화폐 업계 규제 및 감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EC는 2023년 1월, 제미니와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를 회피했다며 양사를 동시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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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Earn 프로그램이란?

‘Gemini Earn’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제네시스에 대여하면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대여 수수료 명목으로 제미니 트러스트(Gemini Trust)가 최대 4.29%에 달하는 수수료를 취득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FTX 거래소 붕괴 여파로 제네시스가 인출을 중단하고, 2023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약 34만 명의 제미니 Earn 고객 자산 9억 달러가 묶였다. 이러한 상황이 SEC 소송으로 이어지며, 미등록 증권 판매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합의 조건 및 시장 반응

제네시스는 2,1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이미 합의했으며, 위법 사실은 부인했다. 제미니 또한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합의 절차에 동참했다.

합의 공시 사흘 전에 마감된 제미니 IPO 직후 자금 조달 규모는 4억 2,500만 달러, 기업가치는 약 33억 달러로 평가됐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28달러) 대비 16% 오른 32.52달러로 마감했다.

SEC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감독 강도가 다소 완화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이번 합의가 향후 암호화폐 대여 상품 전체에 대한 규제 청사진을 가늠할 중요한 전례가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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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기관 설명

암호화폐 자산 대여 프로그램은 투자자가 보유한 코인을 대여 플랫폼에 맡기면, 플랫폼이 이를 필요로 하는 차입자에게 빌려주고 일정 이자를 배분하는 구조다. 기존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장치가 없으므로, 플랫폼·차입자 리스크가 직접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증권시장 감독과 투자자 보호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다. 등록 의무가 있는 ‘증권’인지 여부를 두고 업계와 규제 당국 간 해석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와 향후 전망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44세인 타일러·카메론 형제의 자산은 각각 46억 달러로 추정된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와의 법적 다툼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암호화폐 산업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법조계에서는 “합의가 최종 승인되면, 제미니는 장기간의 법정 공방 리스크를 해소하고 신규 사업·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투자자 보호 단체는 “SEC가 엄중 처벌보다는 합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고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12월 15일 이전에 최종 합의 문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이 사건(사건번호 23-00287)은 정식 종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