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SE가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산업처럼 관세에 직접 노출된 업종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AP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클라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일괄적·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해 클라우드 서비스 구독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인 CEO는 “지금 같은 지정학적 환경에서는 하반기 매출 흐름을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 기조가 부활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해외 생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들여올 때 적용되는 25% 관세(levy)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관세(tariff)는 정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균형 조정을 목적으로 한다. 관세가 인상될 경우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부품·소재 공급망 전반이 타격을 받는데, 이들이 IT 예산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면 소프트웨어 공급사인 SAP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적 발표 및 시장 반응
SAP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ETR: SAPG)에서 7월 23일 장중 한때 3% 넘게 하락했다. 이는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지 않은 데 따른 실망 매물로 해석된다. 2분기(4~6월) 조정 EPS(주당순이익)는 1.50유로, 매출은 90억3,000만유로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EPS 1.43유로, 매출 90억9,000만유로)를 소폭 웃돌았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1억3,000만유로를 기록했다. 다만 직전 분기 27%, 전년 동기 25% 증가율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둔화했다. SAP의 주력 제품인 ‘RISE with SAP’ 프로그램과 S/4HANA(클라우드 ERP) 수요가 꾸준하긴 하나, 거시 환경 변수로 신규 계약 체결 주기가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여전히 강한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반기를 지나면 변수들이 급증한다.” — 크리스티안 클라인 SAP CEO
2025 회계연도 가이던스
SAP는 2025년 조정 영업이익 전망치를 103억~106억유로로 유지했다. 이는 전년 81억5,000만유로 대비 20% 이상 성장한 수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더 공격적인 상향 조정을 기대해왔다. SAP 최고재무책임자(CFO) 도미닉 아잠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공 부문 IT 투자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가이던스는 오차 범위가 넓어 불확실성을 내포한다”며 매출·이익 예측 오차를 경고했다. 이는 투자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SAP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별 영향 분석
자동차 제조업체는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해 관세 변동에 민감하다. 완성차 업체가 미국 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차량에 25%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 절감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ERP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상이 실제로 관측되고 있다고 클라인 CEO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EV)·배터리 분야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된 조세 혜택·국가보조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럽·아시아 업체들이 북미 현지화 투자에 나서면서, 유동성과 자본 지출이 클라우드 전환 예산을 잠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라우드·관세 개념 정리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외부 데이터센터에 저장·운영해 인터넷으로 제공받는 서비스 모델을 의미한다. 기업은 초기 하드웨어 투자비를 대폭 줄이고,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통해 IT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투자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늘어난다. 관세(tariff)란 앞서 언급했듯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무역 갈등 심화 시 기업의 조달 비용과 가격 전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된다.
전망 및 결론
시장 전문가들은 SAP가 클라우드 전환 장기 트렌드의 최대 수혜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평가한다. 다만 2024~2025년은 미국 대선 정국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 리스크가 겹쳐 있어, 신규 수주 속도와 플랫폼 전환 수익성에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SAP는 <RISE with SAP>와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자동화 솔루션을 앞세워 고객당 평균매출(ARPU)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향후 관세 정책이 완화되거나 공급망 리스크가 안정된다면, 대기 수요(pipeline)가 빠르게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료: SAP IR, 월스트리트저널, 인베스팅닷컴, 도이체방크 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