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vian·Lucid, 정책 역풍 속 실적 부진 경고…올해 ‘험난한 주행’ 예고

전기차(EV) 업계의 신흥 강자 Rivian AutomotiveLucid Group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놓으며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약 4%, 7% 하락했다. 두 기업은 미국 및 중국의 정책 변화·무역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가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연간 전망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고비용 구조 타개 및 시장 수요 둔화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를 예고했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세제 및 관세 정책 변화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EV 산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소비자 세액공제(대당 최대 7,500달러)를 9월 말로 종료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에 부과하던 연비 미달 과태료(CAFE fine)를 폐지하며, 수입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도입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모터 핵심 소재인 중(重)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Rivian은 2분기 희토류 공급 부족 탓에 생산이 지연돼 차량 한 대당 원가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상승(118,375달러 → 128,000달러 내외)했다.

“생산량 감소로 고정비가 분산되지 못해 원가가 상승한 것일 뿐, 자재비 자체가 급등한 것은 아니다”(RJ 스캐린지 Rivian 최고경영자)

Rivian은 9월 세 주 동안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이미 2분기 시행한 1주일 셧다운과 병행해 공정을 재설계한다. 이는 2026년 초 출시 예정인 중형 SUV ‘R2’ 생산 준비 차원이다. R2는 기존 R1S·R1T 대비 가격이 낮아 대중시장 진입의 열쇠로 평가된다.

반면 Lucid는 재고로 확보해 둔 희토류 자석 덕분에 즉각적인 생산 차질은 피했으나, 2분기 관세 비용으로 마진이 크게 훼손됐다. 회사는 올해 생산 가이던스를 하향하면서도 3분기 세액공제 종료 전 ‘수요 당겨오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분기에는 수요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 대책을 준비 중”(마르크 빈터호프 Lucid 임시 CEO)

세액공제 종료 효과는 소비자 수요뿐 아니라 EV 기업의 핵심 수익원인 ‘규제 크레딧’ 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CAFE 과태료가 사라지면, 전통 완성차가 규제 회피를 위해 EV 업체로부터 구매하던 Regulatory Credits의 가치가 급감한다. Rivian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3억 달러를 예상했지만, 현재 “하반기에는 사실상 0″이라며 전망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재무 전망 악화

Rivian은 올해 조정 영업손실(Adjusted EBITDA) 전망을 기존 17억~19억 달러에서 20억~22.5억 달러로 확대했다. Lucid 역시 구체적인 손실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주문 감소와 관세 부담을 고려해 기존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Rivian은 “연간 총이익률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겨냥”한다고 밝혔다.

Rivian Assembly

그럼에도 두 기업 모두 3분기에는 기록적 인도량을 자신한다. Rivian은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 대상 전기 배송밴과 소비자용 SUV·픽업이 분기 수요를 견인한다고 설명했다. Lucid 역시 ‘에어’(Air) 세단 모델에 한시적 혜택을 더해, 9월까지의 주문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한편 ‘희토류’는 주기율표 57~71번 원소 가운데 영구자석 소재로 쓰이는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등을 가리킨다. 전기 모터의 효율을 좌우해 EV·풍력발전·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서 Strategic Mineral(전략 광물)로 불린다. 중국이 세계 공급량 70% 이상을 차지해, 수출 규제 시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이 불안정해진다.

전문가 시각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정책 변동성이 실질적인 수요보다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며, 원가 관리 능력·탄탄한 현금잔고·모듈형 플랫폼 확보 기업이 승자라고 지적한다. 특히 Rivian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Lucid의 에어 컨트롤 소프트웨어 같은 수직통합 IP가 장기적으로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4분기 이후 세제·규제 인센티브가 사라진 시장에서 EV 평균 판매가(ASP)를 ‘심리적 저항선’인 5만 달러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대량생산 기반이 없는 스타트업형 제조사는 운전자본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Rivian은 “R2 양산 시점부터 부품 공용화를 확대해 부품비 25% 절감”을, Lucid는 “플랫폼 확장으로 2026년 브레이크이븐”을 목표로 내세웠다.


*중(重) 희토류: 디스프로슘(Dy)·테르븀(Tb) 등 원소번호 62~71 범주. 내열·내식성이 우수해 고성능 자석 제조에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