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vity Inc.가 중국 진단 사업 부진을 이유로 2025 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월요일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약 10% 급락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왈섬에 본사를 둔 이 의료장비 업체는 올해 전체 진단 제품 매출 성장률을 종전 ‘중간 한 자릿수(mid-single digit)’에서 ‘낮은 한 자릿수(low-single digit)’로 낮춰 잡았다.
회사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 진단 제품 매출이 2분기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라흘라드 싱(Prahlad Singh)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면역진단(immunodiagnostics) 부문에서 상당히 큰 폭의 수요 위축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DRG(Diagnosis Related Groups) 기반 병원 검사비 정산 제도를 개편하면서 고부가가치 면역진단 키트의 보험수가가 낮아졌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 주문량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DRG 제도는 환자 진단군별로 의료비를 포괄적으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다중 표적을 한 번에 진단하는 멀티플렉스(multiplex) 테스트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단일 표적(single-plex) 테스트 사용을 유도한다. Revvity는 멀티·단일 테스트 모두를 공급하지만, 높은 마진을 창출하는 멀티플렉스 제품 의존도가 크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애보트(Abbott Laboratories)도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매출 감소와 중국 정부의 대규모 공동구매(VBP) 압박으로 2025년 약 7억 달러의 진단 부문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Revvity는 “4월 말 시행된 중국의 신규 조달·보험 정책 이후 멀티플렉스 테스트 수요가 급속히 위축됐다”며 “이에 따라 의사들이 단일 테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대형 동종업체 다나허(Danaher)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중국 제약·바이오텍 분야 환경은 개선 조짐이 보이나, 진단 부문은 여전히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나허와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은 올해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Revvity는 반대 방향으로 가이던스를 손질했다.
Revvity의 구체적 가이던스 변경
회사는 2025 회계연도 조정 EPS를 종전 4.90~5.00달러에서 4.85~4.95달러로 소폭 낮췄다. 약 0.05달러 하향 조정이지만, 시장 기대치가 높았던 탓에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2분기 실적 자체는 업계 평균과 궤를 같이했다. 생명과학 부문 매출은 3억6,590만 달러로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 3억5,390만 달러를 상회했다.
회사는 2025년 전체 매출 전망을 28억3,000만~28억7,000만 달러에서 28억4,000만~28억8,000만 달러로 소폭 상향했다.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달러화가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DRG·VBP 정책이 진단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중국 정부는 의료비 지출 효율화를 목표로 DRG 지불제와 집중구매(VBP, Volume-Based Purchasing)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DRG는 한국의 ‘포괄수가제’와 유사하며, VBP는 국가가 의료기기·시약을 대량 구매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책은 고가 시약·기기의 가격 인하 압력으로 직결돼, Revvity·애보트·다나허 등 글로벌 기업의 중국 매출 구조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테스트는 진단 정확도와 검사 효율성을 높이지만, 단가가 최대 3배 이상 높다. 중국 병원들은 DRG 한도 내에서 검사비를 관리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일 테스트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Revvity의 진단 포트폴리오는 질환 조기 발견과 다중 표적 분석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지만, 정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일 테스트 라인업 강화, 가격 경쟁력 확보, 현지 파트너십 확대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코로나19 이후 검사 패턴 변화 등 외생 변수가 많아 보수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DRG 제도가 아시아·유럽으로 확산될 경우, 진단 업계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고부가 멀티플렉스’ 중심에서 ‘가성비 단일 테스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생명과학 연구용 시약·장비 수요는 견조하기 때문에 Revvity가 보유한 유전자 편집, 세포 분석, 이미징 플랫폼이 매출 방어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Revvity는 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단기 충격을 인정하면서도, 달러 약세와 연구용 제품 호조에 힘입어 연간 매출 전망은 오히려 높였다. 그러나 진단 부문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향후 2~3개 분기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중국 의료 정책 변화가 글로벌 진단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과 제품 믹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Revvity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이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