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인베스팅닷컴] Royal Bank of Canada(RBC) 캐피털 마켓이 영국계 해저 엔지니어링 업체 Subsea 7와 이탈리아 에너지 서비스 기업 Saipem의 투자의견을 기존 ‘아웃퍼폼(outperform)’에서 ‘섹터퍼폼(sector perform)’으로 동시에 하향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C는 두 회사가 2026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합병이 아직 규제 승인 등 여러 관문을 남겨 둔 만큼 주가에 추가 상승 여력이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BC는 보고서에서 Subsea 7의 목표주가를 기존 225노르웨이크로네(NOK)에서 230NOK로 소폭 상향했으나, Saipem의 목표가는 3.40유로에서 2.75유로로 내렸다. 이는 7월에 발표된 합병 교환비율과 2026회계연도(FY26) 예상 EV/EBITDA 배수(각각 4배·3.3배)를 반영한 수치다.
① 합병 지연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상단을 막다
두 회사는 해양 플랜트 건설 수요가 되살아난 2022년 이후 오프쇼어 업사이클의 대표 수혜주로 꼽혀 왔다. Subsea 7 주가는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거래 중이며, Saipem 역시 2022년 유상증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주 대비 매출 비율(book-to-bill)이 1배를 꾸준히 웃도는 탄탄한 계약 환경과 선박 가동률 회복이 이들의 실적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RBC는 “합병 완료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까지 시장이 추가 프리미엄을 선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병은 현재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사업 영업권 시장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고 있으며, 브라질 당국의 심사만 최소 12~1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② 실적 전망은 양호하나 ‘이미 반영’
RBC는 FY26 기준 Subsea 7의 영업이익률(EBITDA 마진)을 22%, Saipem을 13%로 제시했다. 이는 두 회사가 보유한 4,140억유로 규모의 백로그(수주 잔액)와 선박 가동률 상승이 마진을 견인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다만 “해당 수치는 컨센서스 추정치에 이미 반영돼 있어 합병 전까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가 기준 밸류에이션은 Subsea 7이 FY26 예상 EV/EBITDA 4배, Saipem이 2.6배로 사이클 최하단 구간에 머물러 있다.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RBC는 “합병 완료 전까지 할인 요인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③ 규제·통합 비용·유가 변동성 ‘삼중 리스크’
합병법인 ‘Saipem7’은 FY26 매출 229억유로, EBITDA 31억유로를 창출해 결합 EV/EBITDA 3.9배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용 시너지는 FY28까지 연 3억유로가 예상된다. Saipem은 2025년에 주당 0.17유로를, Subsea 7은 130억노르웨이크로네(약 13NOK/주)와 합병 관련 현금 6억5,000만달러를 배당·환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규제 승인이 미확정인 가운데 오프쇼어 서비스주와 유가의 상관계수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변수다. 브렌트유 기준 오프쇼어 평균 손익분기점(약 40달러/배럴)이 낮아졌더라도, 유가 변동은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④ 2025년 가이던스 및 장기 전망
Subsea 7은 FY25 매출 71억달러, EBITDA 14억1,000만달러(마진 20%)를, Saipem은 매출 152억유로, EBITDA 16억1,000만유로(마진 11%)를 전망했다. 이는 2010년대 초반 호황기 수준으로의 실적 회복을 예고한다. 그러나 RBC는 “투자자들이 규제 절차와 통합 일정이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용어 풀이1
1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로, 시가총액뿐 아니라 순차입금을 함께 고려해 기업의 현금 창출력 대비 밸류에이션 수준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Book-to-bill ratio는 특정 기간 신규 수주(booking)와 매출액(billing)을 비교한 지표로, 1배 이상이면 수주가 매출을 앞선다는 뜻이다. Saipem이 2022년에 실행한 rights issue(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할인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당시 재무구조 안정과 대규모 프로젝트 운전 자금 확보를 목표로 했다.
■ 전망
RBC는 “합병의 전략적 논거—전 세계 해저 시공·유정 서비스 시장에서의 함대 배치 최적화와 지리적 보완성—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규제 리스크와 매크로 불확실성, 이미 선반영된 실적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제한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