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략 핵심 진단] Royal Bank of Canada의 투자은행 부문인 RBC 캐피털마켓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관세가 향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전략가들은 2025년 2분기까지는 많은 기업이 관세 충격을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지만, 하반기(2H) 이후 본격적인 비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C 전략팀을 이끄는 로리 칼바시나(Lori Calvasina)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종합해 보면 관세가 당장 대규모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근거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관세(tariff)란?
관세는 정부가 특정 국가 또는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본질적으로는 수입품 가격을 높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은 원자재·부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정책은 보호무역 효과와 물가 압력이라는 양면성을 내포한다.
RBC는 2025년 2분기 실적 시즌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많은 기업이 글로벌 가격 인상, 공급망 재편, 비용 절감, 한정적 할증(surcharge) 부과 등 다양한 완화책을 통해 관세 충격을 상쇄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해당 전략이 모든 업종·모든 기업에 균등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관세 영향은 올가을 더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 증시가 계절적 약세를 보이는 시기와 맞물릴 수 있다.” — RBC 캐피털마켓 전략 메모
특히 오티스(OTIS), 제뉴인 파츠(GPC), 데커스(DECK), 트랙터 서플라이(TSCO) 등은 2025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관세 관련 비용 상승이 본격 실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관세로 인한 가격 결정 및 마진 압박이 지연 효과(lag effect)를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소비재 유통기업 오라일리 오토모티브(ORLY) 또한 “만약 광범위한 가격 인상이 2025년 하반기에 현실화된다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 심리 위축과 수요 감소 가능성을 동시에 제기한다.
전문가 분석
경제 지표상으로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는 2025년 상반기에 다소 둔화세를 보였다. 그러나 관세에 따른 비용 전가는 분기 실적·가격 정책·계약 갱신 주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6~12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반영될 때가 많다. 필자는 “RBC가 강조하는 ‘시기상조’라는 표현은 과거 보호무역 국면에서 관세-물가 파급효과가 지연됐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한다.
관세와 계절적 약세의 결합*※
미국 증시는 통상 8~10월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관세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 기업 실적과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 모두에 부정적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RBC는 “투자자들이 유동성 관리·섹터 로테이션·헤지 전략을 재점검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세부 기업 반응
• 오티스: “설치·유지보수 비용에 관세 부담이 반영되면 하반기 가격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
• 트랙터 서플라이: 농축산용 장비 및 용품 가격 상승을 부분적으로 고객에게 전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
• 데커스: 신발·의류 브랜드의 공급망 다변화 계획 언급,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물류 및 원가 부담 인정을 피하지 못함.
• 오라일리: 소매 소비자가 민감한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 특성상, 가격 저항(price resistance) 가능성을 경고.
타 기관 연구와의 연계
RBC 이코노믹스 부서도 별도 보고서를 통해 “관세는 기업 마진 축소→가격 전가→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형적 경로를 따라간다”며, 인플레이션 경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도 관세발(發) 물가 압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바시나 전략가는 “Q2(2분기)의 긍정적 지표만으로 관세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진정한 시험대는 2025년 하반기 및 2026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①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내수·서비스 업종으로 분산 투자.
②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 찾기: 동남아·멕시코·인도 등 대체 생산기지를 확보한 종목이 유리.
③ 관세-환율-원자재 가격의 삼중고 대비, 원가 구조와 가격 결정력을 면밀히 검증할 것.
④ 계절적 약세 구간에 대비, 옵션·헤지 전략으로 변동성 관리.
한편, 일부 시장 참가자는 “2024~2025년 글로벌 물류비 하락분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RBC는 “물류비와 관세는 서로 다른 비용 항목이므로 감소분이 완전히 상계되긴 어렵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처럼 관세 영향이 분기별로 지연·분산 반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 모두 향후 몇 분기 동안 기업 실적 가이던스와 물가 지표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결론
RBC 캐피털마켓은 “일부 기업이 단기적 충격을 흡수했다는 이유만으로 관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세 효과는 업종·기업·시점별로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초까지가 진정한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