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호주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오는 9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6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9월 22~25일 실시된 로이터 설문조사(Reuters Poll)에 참여한 39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은 RBA가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 결과는 노동시장 타이트함과 물가 진정 여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연말 금리 수준이 3.35%가 될 것이라는 기존 컨센서스를 유지했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일부는 11월로 예상했던 첫 인하 시점을 뒤로 미뤘다. 이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로 전월(2.8%)보다 상승해 물가 둔화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반영한다.
노동시장·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판단
RBA는 올해 2월·5월·8월 세 차례의 25bp(베이시스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뒤 추가 조정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다수의 경제 지표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회복세를 보였고 실업률도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은 4%대에 머물러 있어, 당국은 완화 속도를 조절할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낮으며, 노동시장이 견조한 만큼 RBA는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다” — 모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 호주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서니 킴 응우옌
응우옌 수석은 “3분기 CPI 확정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정책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은행권 전망 엇갈려… 11월 첫 인하 가능성 vs. ‘무(無)인하’ 시나리오
ANZ·CBA·웨스트팩 등 호주 3대 시중은행은 11월 회의에서 25bp 인하해 3.35%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NAB는 내년 5월까지 현 수준 유지를 전망했다.
39명 중 32명(82%)이 2025년 말 기준금리가 3.35%가 될 것이라 답했고, 7명은 현행 수준 유지 의견을 냈다. 이는 8월 조사에서 ‘동결’을 선택한 응답자가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물가 반등 가능성을 우려한 신중론이 확산됐음을 뜻한다.
윌리엄 벅(William Buck)의 베사 데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CPI가 11월 인하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면서도, 최근 데이터가 RBA의 ‘경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전망을 묻는 질문(38명 응답)에는 23명이 2026년 1분기 추가 인하(3.10%)를 예상했고, 13명은 3.35%, 2명은 3.60% 동결을 점쳤다.
인플레이션·소비·고용 지표가 핵심 변수
ANZ의 매들린 덩크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예상 밖으로 상승하고 고용시장 강세가 지속된다면 11월 인하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덩크는 “이미 세 차례 인하 효과가 경제 전반에 완전히 반영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RBA가 추가 인하에 나설 필요 자체가 있는지가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물음”이라고 덧붙였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CPI(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대표 물가지표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가 0.01%포인트이므로, 25bp는 0.25%포인트 변동을 의미한다. 컨센서스는 기관·전문가들의 평균 전망치를 가리키며, 실제 수치가 컨센서스를 상회(서프라이즈)하거나 하회(쇼크)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 시각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해석)
현재 호주 경제는 완만한 성장·낮은 실업률·고물가라는 ‘삼중 과제’를 안고 있다. 물가가 3%대로 내려왔지만 RBA 목표범위(2%대 중·후반) 안착 여부는 불확실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중국 경기 둔화 등이 향후 호주 물가에 상방 압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RBA는 ‘성급한 인하’보다는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 연준(Fed)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RBA의 점진적 스탠스가 유효해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선 10월 중순 발표될 3분기 CPI 예비치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예상을 웃도는 물가가 확인될 경우 호주달러 강세·국채금리 상승이 재차 나타날 수 있어, 금리 민감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