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피로’가 던진 장기 경고—연준 대차대조표 축소가 미국 자산시장·실물경제에 남길 구조적 상흔

■ 서론 ― “금리가 아니라 유동성이 진짜 변수다”

2025년 10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서도 대차대조표 축소(QT·Quantitative Tightening)는 ‘현 수준 유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레포(Repo) 시장 금리가 정책금리 상단을 터치했고, 상설 레포기구(SRF) 이용이 급증하면서 “시스템 유동성 한계(Reserve Scarcity)가 이미 도래했다”는 경고음이 커졌다.

본 칼럼은 ①연준 대차대조표 축소가 왜 시장의 ‘보이지 않는 긴축’인지, ②QT가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채권·실물경기에 남길 구조적 흔적은 무엇인지, ③투자자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한다.

주목

1. 연준 대차대조표의 ‘메커니즘’ 총정리

1) QE→QT 역전 과정

  • QE(양적완화) : 연준이 국채·MBS를 매입해 시중은행 준비금을 공급. 은행 준비금↑ → 레포 금리↓ → 리스크자산↑
  • QT(양적긴축) : 만기도래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아 연준 보유자산을 축소. 은행 준비금↓ → 레포 금리↑ → 리스크자산 변동성↑

2) 수량 구조

구분 2022.4 (QT 전) 2025.10 증감
총자산 $8.96T $7.11T −$1.85T
은행 준비금 $3.9T $2.9T −$1.0T
Reverse Repo $0.5T $1.4T→$0.6T 자금 이탈

*T=Trillion(조 달러)


2. 왜 ‘보이지 않는 긴축’인가? ― 세 가지 경로

(1) 단기 현금 프리미엄 확대
레포 금리가 SRF 상단 근처로 치솟으면 MMF(머니마켓펀드)는 고수익 T-bill을 선호, 준비금→T-bill로 자금이 이동한다. 은행은 예대마진 방어를 위해 대출 축소·가계 CD 금리 인상에 나서고, 이는 곧 기업·가계의 신용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2) 자산가격 변동성
은행 준비금이 3T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과거(2019·2020년) 사례처럼 주식·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이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다시 가격되는 과정이며, 특정 매크로 이벤트(국채 입찰 부진·MMF 역환매 등) 시 Flash Crash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재정 덫(Fiscal Impasse)과의 ‘더블바인드’
재무부는 TGA(일반계정) 평잔을 $0.5T 이상 유지하겠다고 예고했다. 국채 발행이 QT와 동시에 진행되면 공급 쇼크 vs. 지급준비금 쇼크가 겹친다. 2년물 금리가 스텝다운한 뒤에도 장기금리가 하방 경직적인 배경이다.

주목

3. 장기 영향 ① : 주식시장 팩터 구조 재편

가. ‘초과유동성’ 프리미엄 붕괴
2009~2021년 S&P 500 시가총액 증가는 QE에 힘입은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승이 절반 이상이었다. 2022년 이후 PER re-rating이 멈추면서, 수익 성장률(G) 대비 PER 이상치가 줄어드는 중이다.

나. 스타일 로테이션

  • 유동성 팽창기 : 하이베타·무수익 성장주 우세
  • QT 후반부 : 캐시플로 안정·주주환원 비중이 높은 ‘현금흐름 퀄리티·배당 그로스’ 팩터 우위

2024년 이후 Nvidia·Microsoft 같은 ‘현금괴물(Cash Machine)’은 이 트렌드에 부합해 초대형주 쏠림을 심화시켰다. 반면 적자 스타트업·고베타 ETF는 디스카운트에 직면했다.


4. 장기 영향 ② : 채권·대체자산 수익률 함의

◆ 채권 커브 왜곡 지속
준비금 부족이 장기금리보다 2년물 등 단기 섹터 변동성을 증폭시키면서, 일시적 베어 스티프닝→유동성 주입 후 불 스티프닝 패턴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 TIPS·금 헤지 효용 상승
QT가 물가를 직접 끌어내리기 전 변동성-조정 실질금리가 불안정해진다. CPI 지표 공백(셧다운 리스크)이 겹치면 ‘임시물가지수’ 적용으로 TIPS 가격 왜곡이 재현될 수 있다.

◆ 암호화폐·비전통 대체자산 양극화
비트코인 ETF 등 온체인 유동성은 실물 준비금과 무관하기에 “디지털 골드” 서사가 다시 부각되지만, DeFi 레버리지 섹터는 레포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아 ‘급락–반등’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5. 장기 영향 ③ : 실물경제 전달 경로

① 신용 창구(Channel) : 은행이 준비금 부족을 느끼면 기업 RBL(Reserve-Based Lending) 및 중소기업 대출에서 한도 축소→총량 신용 수축 →CAPEX 연기.

② 자산가격 효과 : 주식·주택가격 하락은 소비자 MEW(Mortgage Equity Withdrawal)를 위축,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 반등을 촉발.

③ 재정정책 한계 : 고금리·QT 동반 시 정부의 이자비용 지출이 확대돼 재정 승수가 낮아진다. 이미 2025 회계연도 미 연방 순이자비용은 GDP의 3.5% 수준.


6. 정책 시나리오 : ‘QT 종료’ 3가지 로드맵

  1. 즉각 중단 : 준비금 $2.7T 선에서 정지. 장점은 단기 리스크 차단, 단점은 인플레 파이팅 신뢰 훼손.
  2. 점진 테이퍼 (현재 시장 컨센서스) : 2026년 $2.5T 목표로 월 MBS 재투자 상한 조정.
  3. ‘스텔스 종료’ : SRF 상단/IOER(초과지준금리) 인상을 매개로 시장에 유동성 페널티 부과, 준비금 바닥선 재설정.

필자 의견 : 레포 발작과 국채 발행 계획이 맞물릴 경우, 연준은 ‘점진 테이퍼’에서 ‘조기 종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SRF 낙인 문제가 남지만, 실질금리 급등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용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7. 투자 전략 ― “유동성 빈곤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① 캐시플로 퀄리티 : EBITDA 마진 상위 20%·순현금 포지션 기업을 스크리닝한다. 대표 섹터는 반도체 팹리스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구독주, 헬스케어 장비, 통신 인프라.

② ‘바벨’ 채권 포트 : 국채 10년물+IG 3년 이하 단기채 듀얼 구성으로 커브 변동성 헤지.

③ TIPS + 금 : CPI 지표 공백 리스크•실질금리 스파이크에 동시 대응.

④ 현금 대기전략 : 레포 금리 급등기엔 MMF 7일물 수익률이 현금이자의 ‘실질 상한’ 역할.

⑤ 디지털 자산 ‘핵심+위성’ : 현물 ETF 비중 50%, 레버리지·옵션 10% 이하로 제한.


8. 결론 ― “유동성 패러다임 전환의 초입”

2020년 이후 시장은 QE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유동성 팽창 → 멀티플 팽창’ 메커니즘에 익숙해졌다. QT는 이 공식을 거꾸로 돌리는 최초의 대규모 실험이다. 금리가 내려가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자산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레포 시장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연준이 어느 지점에서 QT를 멈추든, 은행 준비금이 ‘풍부(Ample)’에서 ‘충분(Abundant)’ 수준으로 영구히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는 불가역적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금리만이 아니라 ‘연준 총자산·준비금·SRF 이용 규모’를 장기 자산배분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QT는 ‘유동성에 기댄 성장 모델’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남은 질문은 단 하나—통화 당국이 어느 수준에서 ‘새 균형점’을 선언하느냐이다.


글 : 경제칼럼니스트 兼 데이터 애널리스트 김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