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OVH클라우드(Euronext: OVH)의 경영 구도가 다시 한 번 대전환점을 맞았다. 회사는 2025 회계연도(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31일) 실적 발표와 함께 창업자 옥타브 클라바(Octave Klaba)의 최고경영자(CEO) 복귀 소식을 전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판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OVH클라우드는 처음으로 연매출 10억 유로(약 1조 4,000억 원) 장벽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9.8% 증가한 10억 8,000만 유로라는 기록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이날 오전 8시 42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주가는 장중 18% 급락했다. 이 같은 낙폭이 유지될 경우 상장 이후 최대 일일 하락이 될 전망이다.

1. 실적 세부 내역 및 사업 부문별 성과
OVH클라우드는 이번에 발표한 2025 회계연도 실적에서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 40.4%를 달성했다.
EBITDA 마진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외 투자자와 국내 기관 모두가 성장성보다는 수익성 지표로 자주 인용한다.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8.5%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했고, 퍼블릭 클라우드는 17.5% 늘어 20%를 담당했다. 웹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3.7% 성장해 18%를 차지했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미국 빅테크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한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OVH클라우드의 높은 유럽 현지화 수준과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전략이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2. 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 성장 둔화 우려
회사는 2026 회계연도(2025년 9월 1일~2026년 8월 31일) 유기적(organic) 매출 성장률 5~7%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제시된 2025 회계연도 가이던스(9.3%)보다 낮을 뿐 아니라, 스티펠(Stifel)과 JP모건이 예상했던 약 10% 수준을 밑돌았다. 동시에 OVH클라우드는 EBITDA 마진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을 확인했으며, 설비투자 비율(CAPEX)이 매출 대비 30~3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CAPEX는 클라우드 인프라 경쟁에서 필수적인 지표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신제품(예: GPU 기반 AI 서버) 투자를 병행해야 하므로,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확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3. 경영 전면에 다시 선 창업자 옥타브 클라바
이번 실적 발표의 또 다른 핵심은 창업자의 ‘돌아온 구원투수’ 역할이다. 클라바는 1999년 창업 이후 2018년까지 CEO를 맡다가 회장으로 물러났으나, 이사회가 회장·CEO를 겸직하는 구조를 채택하면서 즉시 CEO 자리에 복귀했다. 기존 CEO이자 2024년부터 지휘봉을 잡아 온 벤자민 레브콜레브스키(Benjamin Revcolevschi)는 물러났다.
“시장은 AI 수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클라우드 독립성을 갈망하고 있다. OVH클라우드는 이를 기회로 삼겠다.” ― 옥타브 클라바
클라바 일가는 OVH클라우드 지분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그의 경영 복귀는 의사결정 속도와 투자 효율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4. 고객 기반 및 글로벌 확장 전략
OVH클라우드는 연간 10만 유로(약 1억 4,000만 원) 이상의 반복매출(ARR)을 창출하는 고액 고객 1,200곳을 확보했다. *해당 수치는 전체 고객 수가 아닌, 고액 고객 규모임을 회사 측이 명확히 했다.* 총 고객 수는 160만 곳에 달한다.
지역 확장 측면에서 회사는 캐나다·싱가포르·인도 등에서 공공·민간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2025년 10월 1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주한 1억 8,000만 유로 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입찰과 관련해 “시간은 걸리지만 시장이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5. 주가 급락 배경과 향후 관전 포인트
이번 주가 급락은 성장성 둔화 우려와 CAPEX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40%를 웃도는 EBITDA 마진을 유지하는 한, OVH클라우드가 시장 기대를 재차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 확산으로 GPU·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지역별 데이터 규제(예: 유럽 GDPR, 미국 CLOUD Act)에 따라 지역 클라우드 전문 업체에 대한 수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6. 용어 해설: 유기적 성장·EBITDA·데이터 주권
•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은 인수·합병(M&A) 효과를 제외한 순수한 내부 성장률을 의미한다.
•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이익으로,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은 자국 내 혹은 특정 지역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해당 국가·지역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OVH클라우드는 프라이빗·퍼블릭·웹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첫 10억 유로 매출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낮아진 성장 가이던스와 높은 CAPEX 비중이 당분간 투자자 심리를 누를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클라바 CEO의 복귀 후 AI 인프라 투자·신시장 공략·유럽 규제 수혜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달성하느냐에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