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자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주가를 끌어올린 촉매는 AI만이 아니었다. 주식분할(stock split)에 대한 시장의 열광 역시 주요 지수 상승의 또 다른 동력으로 꼽힌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특히 2025년 들어 굴지의 비(非)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정(正)방향 분할(Forward Split)을 단행하며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동차 부품 체인점 오라일리 오토모티브(NASDAQ: ORLY)는 그 중심에 선 대표적 사례다.
주식분할이란 무엇인가?
주식분할은 기업이 표면상으로 주가와 유통주식 수를 같은 비율로 조정해 주주 1인당 보유 가치를 변함없이 유지하는 ‘화장(化粧)효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자 반응은 분할 유형에 따라 극명히 갈린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역방향 분할(Reverse Split)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 시장은 대체로 외면한다. 반면 정방향 분할은 명목주가를 낮춰 소액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2025년 ‘첫 스타’ 오라일리 오토모티브
오라일리는 1993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약 6만5,000%나 급등했다. 이 같은 폭발적 상승으로 주당 가격이 1,565달러를 웃돌자, 회사는 올해 3월 15대1 분할을 예고했고, 6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실행됐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미국 소비자가 자동차·픽업트럭을 역대 최장인 평균 12.8년 보유한다는 S&P 글로벌 모빌리티 2025년 보고서는 오라일리 성장 배경을 설명한다. 고금리 자동차 할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외국산 자동차 관세 여파로 신차 수요가 둔화되자 소비자·정비업체가 오라일리 같은 부품 체인에 의존해 기존 차량을 더 오래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라일리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and-spoke) 모델을 통해 물류 효율을 극대화했다. 2024년 말 기준 31개 지역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약 400개의 허브 매장, 6,000여 개 소매점을 거느리며 하루 혹은 익일 기준 153,000개 이상의 품목(SKUs)을 공급한다.
주주환원도 가파른 성장의 또 다른 축이다. 2011년 시작된 자사주매입으로 15년이 채 안 돼 266억 달러를 투입, 발행주식의 60%를 소각했다. EPS(주당순이익)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주가 매력도를 더욱 높였다.
AutoZone, 다음 ‘분할주’ 후보?
오라일리의 최대 경쟁사 오토존(NYSE: AZO)은 1991년 상장 이후 14,000%+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1992년과 1994년 2회 2대1 분할 이후 31년간 분할이 없었다. 주가는 제2차 분할 이후 처음으로 4,000달러를 돌파했다.
오라일리와 마찬가지로 차량 노후화 추세, 트럭·SUV 교체 지연 등이 호재로 작용한다. 오토존도 110,000개 SKU를 보유한 ‘메가허브’ 매장을 200곳 이상 구축하겠다는 계획 아래 위성매장을 신속히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두 기업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자사주매입 규모다. 오토존은 1998년 회계연도(8월 마지막 토요일 종료)부터 381억 달러를 투입해 1억5,550만 주를 매입, 무려 90.3%의 유통주를 소각했다. 이로써 EPS는 급증했지만, 개인투자자 지분율은 9.4%에 불과하다.
정방향 분할의 직접적 동기는 ‘주가가 너무 높아 소액투자자가 매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온라인 증권사는 "소수점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 명목 주가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90% 이상을 보유한 오토존 이사회가 굳이 분할을 결의할 유인은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높은 주가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주식분할의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 오토존이 당분간 오라일리와 같은 대규모 분할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정방향 분할(Forward Split): 1주를 여러 주로 나눠 명목주가를 낮추는 방식. 예) 10대1 분할 시 100달러→10달러, 주식 수는 10배.
- 역방향 분할(Reverse Split): 여러 주를 1주로 합쳐 주가를 올리는 방식. 주로 상장폐지 위험 회피 목적.
- 자사주매입(Share Buyback): 회사가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거나 보유해 EPS를 높이는 주주친화 정책.
- 허브 앤드 스포크: 대형 물류센터(허브)에서 여러 소형 매장(스포크)으로 재고를 빠르게 공급하는 구조.
기자 의견*: AI 열풍이 증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이, 실물 소비재 업종의 안정적 현금흐름과 공격적 자사주 소각 전략이 장기 수익률을 견인하는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분할 여부 자체보다는 꾸준한 매출 성장·주주환원 정책이 향후 투자 수익의 핵심 변수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