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통신 대기업 NTT(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의 사장인 준 사와다(Jun Sawada)는 일본이 한때 세계를 주도했던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규모와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틈새(niche)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사와다 사장은 일본이 과거 1980년대에 세계적인 반도체 강자였으나 이후 대만과 한국의 경쟁사들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며, 이번에는 저비용·대량생산(low-cost, high-volume)을 쫓아 산업 경쟁력을 잃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NTT는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업체인 Rapidus에 투자한 주요 일본 기업들 중 하나다. Rapidus는 2022년에 설립되었으며, 정부가 지난해(2024년) 발표한 $650억(약 11조 원대) 규모의 반도체·인공지능 산업 육성 계획의 핵심 기업이다. Rapidus는 2027년에 첨단 반도체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로이터는 일본의 상위 3개 은행이 Rapidus에 약 2조 엔(약 129억 달러)을 대출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보도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환율은 $1 = 155.0700 엔이다.
사와다 사장은 인터뷰에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우리는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없다”며, 대신 ‘하이 믹스(고다양성), 로우 볼륨(저생산량)’ 전략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고도화·전문화된 칩을 소량으로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 우리는 TSMC나 삼성전자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하이 믹스·로우 볼륨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 재건 계획은 중국의 기술 급성장에 대응해 칩 공급망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와다 사장은 NTT가 광(光)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IOWN(아이온, 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 기술을 Rapidus에 도입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IOWN 기술이 표준 기술보다 전송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가 적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IOWN: 데이터 전송에 빛(광)을 이용하는 차세대 네트워크·컴퓨팅 플랫폼으로, 기존 전기 신호 기반 통신보다 높은 전송 속도와 낮은 전력 소모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이 믹스·로우 볼륨: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는 제조 전략을 의미한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생산 규모를 확대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사와다 사장은 또 자신이 10월까지 의장을 맡았던 한·미 비즈니스 카운슬(Japan-U.S. Business Council)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이 일본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우려가 많았지만, 일본이 올 한해 미국에 $5,500억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와다는 “관세가 높더라도 일본은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일 간 경제·투자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및 산업적 함의 분석
이번 발언과 일본 정부의 대규모 지원 계획은 단순한 국내 산업 재건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 재편과 밀접히 연관된다. Rapidus의 2027년 양산 목표와 2조 엔 규모의 금융 지원은 생산 능력 증대의 초기 자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와다가 지적했듯이, 일본이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 대기업과 동일한 비용 구조로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고부가가치의 틈새 시장 공략은 전략적 합리성을 가진다.
시장 측면에서의 영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일본이 하이 믹스·로우 볼륨 전략을 통해 특수분야(예: 산업용, 통신용, 고성능 컴퓨팅 특정 기능 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흐름에 부합해 특정 제품군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러한 틈새 제품은 통상적으로 단가가 높아 장기적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의 매출구성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대량생산 칩의 가격 변동성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나, 기술 개발비와 초기 설비투자비가 높아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재무적 부담이 클 수 있다.
또한 IOWN과 같은 신기술을 채택할 경우, 전력 소비와 성능 측면의 경쟁력이 개선되어 데이터센터·통신장비·AI 연산 장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IOWN 도입과 제품화에는 추가적인 연구개발(R&D) 비용과 에코시스템(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므로, 국가적·기업 차원의 장기 투자와 민관 협력체계가 관건이 될 것이다.
경제·금융 영향 예측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정부지원과 금융권의 대규모 대출은 단기적으로는 관련 장비·부품업체의 수익성 개선과 국내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기대만큼 단기간에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은행의 대손 리스크나 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소지도 존재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고부가가치 틈새 칩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기술 상용화와 고객 확보가 빠르게 이뤄질 경우 주가 및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망상으로는 일본의 전략이 성공하면 단기적인 반도체 단가 하락 압력이 완화될 수 있으며, 특정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의 공급 안정성이 높아져 관련 산업의 장기적 성장률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실현이 늦어지거나 수요 확보에 실패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단기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
NTT의 사와다 사장은 일본이 과거의 대량생산 모델을 반복하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틈새 전략과 IOWN 등 차세대 기술의 도입이 일본 반도체 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Rapidus의 설립(2022년), 2027년 양산 목표, 정부의 $650억 규모 지원 계획, 그리고 은행권의 2조 엔 금융 지원 계획 등은 일본 정부와 민간이 공동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관건은 기술의 상용화 속도, 글로벌 고객 확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여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