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F·엔비디아, 미 과학계 위한 오픈 AI 인프라 구축에 1억5,200만 달러 공동 투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엔비디아(NVIDIA)가 과학 연구 혁신과 인공지능(AI) 분야 주도권 유지를 목표로 손잡았다. 양 기관은 Allen Institute for AI(Ai2)가 주도하는 ‘Open Multimodal AI Infrastructure to Accelerate Science(OMAI)’ 프로젝트에 총 1억5,200만 달러*1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NSF는 7,500만 달러, 엔비디아는 7,700만 달러를 각각 현금·현물 형태로 지원한다. 이번 공공‧민간 합작 투자에는 OMAI 프로젝트용 슈퍼컴퓨팅 인프라 조성과 AI 연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포함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백악관 AI 액션플랜과 보조를 맞춰, 개방형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AI 선도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담고 있다. 백악관은 향후 AI가 재생에너지·우주·바이오 등 국가 핵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관계자 발언

“AI를 과학 연구에 접목한 이후 연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이번 투자는 혁신 촉진을 넘어, 미국 과학·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이다.”
브라이언 스톤, NSF 국장 대행

“AI는 현대 과학의 엔진이다. 미국 연구자들을 위한 개방형 대규모 모델은 차세대 산업혁명을 촉발할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프로젝트 배경은 AI 모델 학습 비용이 수억 달러 단위로 치솟아 대학 연구실·연방정부 지원 연구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기초 AI 연구를 이끌었던 학계가 최근 자금력 격차로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을 NSF가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Ai2는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 논문·데이터셋으로 학습한 멀티모달(multimodal) 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모델은 자연어·이미지·코드·시각화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도록 설계돼, 재료공학·생명과학·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가 연구 과정 자동화새로운 패턴 탐색에 활용할 수 있다.

멀티모달이란?

‘멀티모달’은 텍스트·음성·이미지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 · 이해하는 기술을 뜻한다. 예컨대 과학자는 논문 문장을 입력하고, 동시에 현미경 이미지를 업로드해, 모델로부터 관련 코드·3D 시뮬레이션·과거 연구 인용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 설계와 검증 속도가 기존 대비 수십 배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NSF는 본 사업에 ‘중규모 연구 인프라 프로그램(Mid-Scale RI)’ 예산을 투입한다. 동 프로그램은 고성능 컴퓨팅, 대형 망원경, 해양 관측소 등 2,000만~1억 달러 규모 연구 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미 정부의 핵심 과학 투자 메커니즘이다.

엔비디아는 Hopper/H100 GPU로 구성된 최신 AI 슈퍼컴퓨터와 고성능 네트워킹 솔루션을 제공한다. 해당 장비는 초당 수백 페타플롭스(1015 회)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춰, 연산 집중적 모델 학습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

초기 활용 사례로는 △차세대 반도체·2차전지용 신소재 탐색 가속 △단백질 기능 예측 정확도 향상에 따른 신약 후보 발굴 △기존 LLM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 저감 등이 제시됐다. 환각 현상은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잘못된 근거를 생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학계 참여 확대

OMAI에는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하와이 힐로대(University of Hawaii at Hilo)·뉴햄프셔대(University of New Hampshire)·뉴멕시코대(University of New Mexico) 연구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분야별 데이터 라벨링, 벤치마크 시나리오 설계, 윤리·책임성 평가를 담당한다.

또한 프로젝트는 ‘비(非)전통적 기술 허브(Non-traditional tech hubs)’ 지역 연구원·학생 대상 역량 강화 교육을 추진해, AI 전문인력을 전국 단위로 확충할 예정이다. NSF는 향후 5년간 수천 명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완전 개방형 AI 생태계가 연구 재현성·투명성을 보장하고, 중소 연구실도 대규모 모델을 자유롭게 개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한다. Ali Farhadi Ai2 최고경영자는 “완전 공개(open-source)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수백만 연구자·개발자가 협업할 수 있을 때 미국이 차세대 과학·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학계는 Word2Vec(2013)·BERT(2018) 등 기초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이후 산업계 혁신의 촉매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데이터·장비·인재가 결합된 이번 OMAI가 ‘제2의 BERT’를 탄생시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AI 시장 분석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AI 투자가 2028년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픈소스 모델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며, 기업·연구소가 맞춤형 모델을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NSF·엔비디아 협력은 미국내 AI 산업·학계 간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 움직임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중국·EU 등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연구진·산업계·정부기관이 동일한 AI 플랫폼에서 협업하면 재료 탐색부터 시제품 제작, 임상 시험, 양산까지 전주기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성장성과 국가 안보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표 자료에는 예산 집행 일정,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 위치,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 등이 세부적으로 명시됐다. NSF는 “투명한 예산 관리와 데이터 윤리 원칙을 준수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1) 1억5,200만 달러는 2025년 8월 14일 환율 기준 약 2조 원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