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유니버설–유튜브 TV 송출 협상 난항, 스트리밍 권력 재편 신호

유튜브 TV와 NBC유니버설 간의 ‘카리지(carriage) 계약’ 갱신 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였다. 협상이 최종 실패할 경우, 미국 전역 1,000만 명 이상 이용자가 시청해 온 ‘선데이 나이트 풋볼(Sunday Night Football)’,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등 인기 프로그램이 10월 1일 새벽부터 유튜브 TV 화면에서 사라질 수 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송출료(rate)는 물론, 콘텐츠 통합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접 인제스션(direct ingestion)’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직접 인제스션’이란 무엇인가

주목

‘직접 인제스션’은 스트리밍 사업자가 제3자 앱을 별도로 열지 않고도 자사 플랫폼에서 바로 타사의 독점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술·계약 모델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이용자는 NBC유니버설의 전용 서비스 ‘피콕(Peacock)’ 앱을 추가로 실행해야만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 같은 독점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반면 유튜브 TV가 요구하는 ‘직접 인제스션’이 성사되면, 사용자는 동일 플랫폼 내에서 채널 전환만으로 해당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NBC유니버설 측은 피콕을 독립 서비스로 유지해야만 가입자 데이터 확보표적 광고 판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 TV는 직관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해 ‘미국 최대 유료 TV 배급사’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광고 단가가 형성되는 스마트 TV 광고 시장에서 구글(Google)의 핵심 광고 비즈니스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요금보다 ‘통합’이 핵심 쟁점

관계자에 따르면 NBC유니버설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채널(Prime Video Channels)’ 등 다른 대형 배급사에 제시한 조건과 동일한 수준의 송출료를 유튜브 TV에 제안했다. 그러나 유튜브 TV는 피콕 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에 직접 통합하지 못한다면, 동일 프로그램을 이중 구매하는 셈이라며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

“유튜브 TV는 소비자를 위한다는 허울 아래, 시장 지배를 위해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 NBC유니버설 대변인

유튜브 TV는 공식 블로그에서 “NBC가 피콕에서 시청자에게 받는 가격보다 높은 송출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콘텐츠가 장기간 제공되지 않을 경우 가입자에게 월 10달러 크레딧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리밍 주도권 다툼의 배경

닐슨(Nielsen)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는 넷플릭스를 제치고 미국 내 TV 시청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유튜브 TV는 전통 케이블·위성 사업자를 포함해 ‘미국 4대 유료 TV 플랫폼’ 반열에 올랐다. 이런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유튜브는 최근 파라마운트(Paramount)·폭스(Fox)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이번 협상 실패가 현실화될 경우, NBC유니버설뿐 아니라 향후 디즈니(Disney)·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전통 미디어 그룹의 협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라이트셰드 파트너스(LightShed Partners)의 리처드 그린필드(Richard Greenfield) 애널리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유튜브 TV는 지불 요율(rate)보다 콘텐츠 통합 권한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고 진단했다.


스페인어권 시청자까지 확대되는 파장

협상은 스페인어권 콘텐츠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멕시코·미국 합작사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이 소유한 유니비전(Univision)은 유튜브 TV가 자사 채널을 더 높은 가격대의 신규 요금제에 편입하려 한다며, ‘히스패닉 세금(Hispanic tax)’ 18%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텍사스 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Ken Paxton)은 9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유튜브가 특정 정치 행사를 이유로 유니비전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측은 “텔레비사유니비전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극히 일부”라며, 시청률·가격 구조에 상응하는 합의를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텔레문도(Telemundo)까지 송출이 중단되면, 유튜브 TV는 미국 스페인어권 방송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카리지 계약과 한국 시청자에게 주는 시사점*

*카리지 계약(carriage deal)은 채널 제공사(콘텐츠 공급자)플랫폼(케이블·IPTV·스트리밍) 사이에 체결되는 송출·재전송 계약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상파-케이블, OTT-방송사 간 협상 관행과 본질적으로 같다. 이번 분쟁은 플랫폼 중심이 ‘케이블’에서 ‘대형 OTT’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소비 생태계가 ‘앱 점프(app jump)’ 없는 일원화 UI로 재편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유튜브가 승기를 잡으면,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에서 구글·메타 등 플랫폼 빅테크의 교섭력이 기존 미디어 기업을 압도하는 구조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콘텐츠 홀더가 버틴다면 ‘독점 콘텐츠를 보려면 각사 앱을 개별 구독해야 하는’ 분절적(subscription silo) 환경이 고착화될 수 있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양측은 데드라인인 9월 30일(현지시간) 자정까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 합의 시 유튜브 TV 고객은 앞서 언급한 10달러 보상을 받더라도, NBC유니버설·유니비전 계열 채널을 일시적으로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업계는 한 달 뒤 만료 예정인 디즈니-유튜브 TV 계약에도 동일한 갈등 구조가 재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번 분쟁은 ‘누가 고객 인터페이스를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광고·데이터·이용자 경험을 둘러싼 플랫폼 vs. 콘텐츠의 전선이 어떻게 그려질지,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