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가 주요 주가지수에서 디지털 자산을 대량 보유한 기업들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안함에 따라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들이 지수 편입 자격을 잃을 위험이 커졌다. 이로 인해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이끄는 스트래티지(Strategy, 과거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기업의 주식 수요가 최대 미화 90억 달러(약 10조원 안팎)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MSCI는 10월 고객 질의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자산총액 대비 디지털 자산 보유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제안했다. MSCI는 이러한 기업들이 투자펀드와 유사한 성격을 띠어 자사의 벤치마크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 가운데 다수는 자신들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운영기업(operational companies)이라고 주장하며 MSCI의 방침이 암호화폐를 부당하게 차별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경우 2020년부터 비트코인 매입을 시작한 이후 주가가 약 3,000%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함께 급락해 올해만 약 43% 하락했다.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자체 재무제표에 토큰을 보유해 자산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디지털 자산 재무(treasury) 기업, 약칭 DAT 모델을 채택한 회사들이 수십 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토큰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자사 자산으로 보유하지만, 비즈니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인덱스 제외 시나리오와 규모
MSCI는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며 2026년 1월 15일까지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와 분석가들은 MSCI가 DAT를 제외하면 다른 주요 지수 제공자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프리스(Jefferies)의 인덱스 전략 책임인 카아샤 사이니(Kaasha Saini)는 로이터에 “대화는 이미 MSCI를 넘어 DAT의 주식 인덱스 편입 자격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니는 패시브 자산운용사들이 대형주 유통주식수(free float)의 최대 30%를 보유할 수 있다며, 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상당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히 많은 회사들이 토큰 매입 자금을 주식 매도로 충당하는 DAT 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래티지와 업계의 반응
스트래티지는 토큰 매입을 위해 채무를 늘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사 대변인은 해당 사안에 대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마이클 세일러는 이달 초 MSCI 제외 우려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으나, 세일러와 스트래티지 CEO 퐁 르(Phong Le)은 MSCI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DAT 제외가 발생하면 스트래티지 주식 약 28억 달러어치가 청산될 수 있고 업계에 “냉각 효과(chill)”를 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널리스트 추정치도 유사한 규모를 제시한다. TD 카우엔(TD Cowen)은 11월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 가운데 약 25억 달러가 MSCI에 기인하며 추가로 55억 달러는 다른 지수에서 온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MSCI가 스트래티지를 제외하면 28억 달러의 자금유출이 발생하고, 나스닥100, CRSP 미국 토탈마켓 인덱스 및 LSEG 산하 러셀 지수 등 다른 지수에서도 배제될 경우 유출 규모가 최대 88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보도 시점 기준 약 450억 달러였다.
CRSP는 언급을 거부했으며, LSEG 대변인은 고객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론(메소돌로지) 관련 협의가 있을 경우 거버넌스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닥은 언급을 거부했으나 이번 달 정기 편입조정에서 스트래티지를 나스닥100에 잔류시켰다.
DAT 열풍과 시장 규모
법률회사 DLA 파이퍼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최소 200개의 DAT가 집계된 시가총액은 약 1,5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부 기업의 주가는 보유 토큰의 순자산가치(NAV) 이하로 거래되기도 했다.
MSCI의 예비 목록에는 스트래티지를 포함해 배제 위험에 처한 38개 기업이 포함됐고, 이들의 발행사(issuer) 합산 시가총액은 2025년 9월 30일 기준 467억 달러에 달했다. 프랑스의 비트코인 매입 기업인 캐피탈 B(Capital B)도 명단에 포함됐다.
캐피탈 B의 비트코인 전략 책임자 알렉상드르 레제(Alexandre Laizet)는 수동적 펀드(passive funds)가 보유한 자사 주식의 비중은 “현재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수동적 자금 유입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회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트코인 매수 기업 스트라이브(Strive) CEO 맷 콜(Matt Cole)은 자사(스트라이브)는 MSCI의 예비 명단에 없다고 밝히며 제안 내용은 시장에 대부분 이미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비트코인 재무 보유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디지털 자산 재무(DAT, Digital Asset Treasury)는 기업이 재무제표상의 자산으로 암호화폐(예: 비트코인)를 직접 매입하여 보유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델은 토큰 시세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지만,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된다.
MSCI는 글로벌 주가지수와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지수 구성 종목의 적격성 판단 기준(메소드롤로지)을 정하고 고객사 의견을 수렴해 주기적으로 기준을 개정한다. MSCI의 결정은 전 세계 패시브 자금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며, 다른 지수 제공자들이 이를 참고하기도 한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MSCI의 DAT 배제 결정은 단기적으로 DAT가 지수에서 삭제되는 기업의 주가에 직접적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 구성 비중에 따라 보유 비중을 조정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에 대한 자동적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 보도의 전문가 추정치를 종합하면 스트래티지 한 종목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며, 모든 DAT가 동일한 처지에 놓일 경우 업계 전반에 걸쳐 유동성 프리미엄 및 자본비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다수의 지수 사업자가 MSCI 방침을 따르게 되면 DAT 기업들은 상장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구조조정(예: 토큰 보유 축소, 부채 조정), 또는 사업모델 다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토큰 매입 전력의 약화와 함께 암호화폐 수요의 일부를 줄일 수 있다. 둘째, 만약 DAT 배제 방침이 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지 않고 일부 지수에만 적용된다면, 자금은 배제되지 않은 지수·상품으로 재유입되며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DAT의 대규모 매도·청산이 암호화폐 시장의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특히 DAT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토큰을 매수한 경우, 가격 하락 시 강제 청산이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규제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지수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위해 자산군별 적격성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론
MSCI의 공개 협의와 최종 결정은 2026년 1월 중순 전후로 시장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스트래티지와 유사한 DAT 기업들은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단기적인 주가 충격과 중장기적인 자본비용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MSCI의 최종 입장과 각 지수 제공자의 후속 조치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