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유럽 화학 업종 도전 속 ‘디플레이션 수혜주’에 주목

벨기에 화학 대기업 솔베이(Solvay)가 연간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유럽 화학 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며칠 사이 잇따라 가이던스를 낮춘 화학 기업들 가운데 가장 최신 사례다.

2025년 7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솔베이는 올해 핵심 영업이익(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전망치를 8억8,000만~9억3,000만 유로로 내려잡았다. 이는 현 환율이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제시된 수치다.

기존에는 10억~11억 유로 하단 범위를 제시했으나, 최대 20% 수준의 대폭 하향이 이뤄진 셈이다. 회사 측은 “2분기에도 완만한 시장 환경이 지속됐고, 전 세계 관세 논의 및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수요를 순차적으로 약화시켜 수주 잔고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2025년 잔여 기간에 대한 가시성이 여전히 낮다. 특히 올해 하반기 시장 여건이 도전적일 것”— 솔베이 경영진


미중 관세가 불러온 ‘연쇄 충격’

ING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 가운데 절반가량이 ‘간접적’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로 인해 화학 제품을 투입재로 쓰는 업종·국가의 수출 경쟁력이 훼손되는 구조다. 여기에 중국의 excedente(초과) 화학 생산물량이 관세 회피 목적으로 유럽으로 우회되면서 판매 가격과 이익률에 추가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ING는 “중·미 1차 합의(preliminary trade deal)와 EU 차원의 잠재적 수입 규제가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글로벌 시장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의 실적 시즌 ‘우울한’ 전망

모건스탠리는 막 개막한 2분기 실적 시즌에서 대부분 유럽 화학 기업들이 다소 부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로 악화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공급망이 정상화 조짐을 보인다면, 수요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기업들은 수요 급감이 아닌 수요 회복에 대비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가격 인하(Price Give-Back) 압력이 커져 팬데믹 이후 누적된 마진을 일부 반납해야 할 위험이 상존한다.


‘디플레이션 플레이’로 주목받는 다운스트림 업체

모건스탠리는 아크조노벨(Akzo Nobel)시엔스코(Syensqo)처럼 다운스트림(최종 공정) 특화 기업이 상대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원료 가격 하락 시 원가 절감 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지만, 완제품 가격 방어력은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가격(Net Price) 폭락과 마진 붕괴가 동반된다면 업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계심도 함께 표명했다.


용어 풀이와 추가 맥락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한다. 기업의 핵심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마지막 단계로, 원유나 기초화학 물질을 이용해 페인트·코팅·특수 화학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영역을 말한다.


전문 기자 시각

국면이 길어질수록 현금흐름 방어력이 뛰어난 다운스트림 업체가 유리하다는 점은 틀림없다. 그러나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사이클, 탄소 배출 관련 규제 등 다층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 중국발 수입 물량에 추가 비용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경쟁 역학이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

결국 2025년 하반기는 관세·공급망 리스크와 친환경 규제라는 ‘투 트랙’ 변수 아래, 가격 주도권 확보 여부가 기업 실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