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거인 KKR & Co.의 공동 회장 헨리 크래비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화 위험을 경고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크래비스 공동회장은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정치화되는 것은 거대한 실수(huge mistake)”라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경제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 징후가 나타나면 파월 의장이 적절히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신뢰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Too Late” MUST CUT INTEREST RATES, NOW, AND BIGGER THAN HE HAD IN MIND. HOUSING WILL SOAR!!!”라는 글을 올리며 파월 의장에게 더 크고 신속한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Too Late(너무 늦었다)’는 파월 의장의 신중한 태도를 비판할 때 그가 자주 붙이는 별명이다.
연준은 올해 내내 높은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로 야기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CME 그룹의 FedWatch 툴에 따르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9월 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6%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에도 현재 금리가 “적어도 3%포인트는 너무 높다”고 주장하며 보다 급진적인 완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대규모 금리 인하가 정부의 이자 비용을 줄이고 모기지 금리를 낮춰 주택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과도하게 가파른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 버블, 통화가치 불안, 장기적 재정·물가 위험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크래비스 공동회장은 정부가 통화정책에 직접 개입해 혼란을 자초한 사례로 터키를 지목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든 정책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 해설]
1 KKR(Kohlberg Kravis Roberts & Co.)는 1976년 설립된 세계 최대급 사모펀드로, 대형 인수·합병(LBO)으로 유명하다.
2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중앙은행 체제이며, 통화·금융정책 결정을 담당한다.
3 FOMC는 Fed 내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차례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 등을 결정한다.
4 CME FedWatch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선물 가격을 통해 시장의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실시간으로 산출하는 서비스다.
5 쿼터포인트(quarter-point)는 0.25%p, 즉 25bp(basis point)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의해 결정된다.”
본 기자의 시각에서, 크래비스의 발언은 단순히 사모펀드 업계 거물의 개인 의견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시 환경에 대한 우려를 대변한다. 중앙은행이 정치권 압력에 흔들릴 경우, 시장은 정책 예측 가능성을 잃게 되고 자본 조달 비용이 급격히 요동칠 위험이 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 시기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정치적 비판 속에서도 금리를 대폭 인상해 물가를 잡았으며, 이 경험은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양적완화(QE)를 단행했지만, 의사결정 구조의 독립성을 지켰기에 금융시장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크래비스는 “금융 안정을 위해 정치와 통화정책의 분리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국민 경제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9월 FOMC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시장은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데이터 중심 접근을 고수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