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이하 HBM)와 디램(DRAM)의 장기 공급 부족 구간을 발판으로 ‘구조적(structural) 실적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2025년 10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를 ‘한국 반도체주 가운데 최선호주(Top Pick)’로 꼽고,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8% 상향한 13만 원으로 제시했다.
KB증권 반도체 담당 김정기(Jeff Kim)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CapEx)가 2030년까지 5배 이상 확대되지만, 실질적인 신규 메모리 생산 캐파 증가는 △평택 P5 라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2028년 가동 전까지 제한적”이라며 “HBM·DRAM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붐이 불러온 HBM 쇼티지…삼성, 엔비디아·오픈AI 수혜 직접 관통
보고서는 엔비디아(NVIDIA)와 오픈AI 등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이 고대역폭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c(1-nm class) DRAM 수율 향상에 따라 2026년부터 본격적인 HBM4 대량 출하가 가능하다”며 “엔비디아·오픈AI의 ‘직접 수혜주’”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보다 20% 상향한 64조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2018년 이후 8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3분기 잠정 실적 ‘컨센서스 19% 상회’…4분기·2026년까지 랠리 지속 예상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공시한 2025년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2조 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60.9% 증가했으며 시장 컨센서스를 19% 웃돌았다. KB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을 12조 5,000억 원으로, 2026년에는 64조 2,000억 원으로 각각 제시하며 “디램 마진 개선과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이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레거시(구세대) 공정 디램 쇼티지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2026년 평택 P4 라인을 HBM4·파운드리·낸드 중심으로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레거시 디램 공급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짚었다.
용어 설명①
① HBM은 여러 개의 DRAM 칩을 수직 적층해 ▲대역폭을 수배로 늘리고 ▲소비전력을 대폭 낮춘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다. 인공지능 학습용 GPU·가속기 등에 필수로 탑재된다.
DRAM은 컴퓨터·서버·모바일 기기의 주기억장치로 쓰이는 휘발성 메모리다.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제조 난이도 상승 ▲수율 관리가 어려워져 가격 변동성이 크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가 주문한 칩을 대신 제조해주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Taiwan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다.
평택 P5 라인·용인 클러스터는 삼성전자가 경기도에 건설 중인 초대형 메모리 및 파운드리 생산 시설이다. 2028년 이후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본격 가동 시 글로벌 메모리 공급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함의
시장 전문가들은 “AI 슈퍼사이클”이 메모리 업황 변곡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HBM은 TSMC·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이 경쟁적으로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고난도 TSV 적층 공정·열 방출 솔루션 확보 등이 쉽지 않아 단기간에 대규모 증산이 어렵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기존 디램 노하우와 초미세 공정 역량을 활용해 가격 주도권과 마진 레버리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가 측면에서는 HBM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 스마트폰·TV 수요 정상화 등 복합 재료가 맞물리며 PER·PBR 리레이팅이 예상된다. 다만 ▲미·중 기술 패권 갈등 ▲설비투자 지연 리스크 ▲경기 침체에 따른 IT 수요 둔화 등은 변동성 요인으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KB증권은 “HBM 매출이 2026년 세 배로 뛰면서 삼성전자가 ‘경기 회복’ 국면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현재 주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