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플래이드 등 핀테크 중개업체가 불필요한 데이터 요청으로 시스템 ‘과부하’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가 핀테크 데이터 중개업체들에 대해 ‘시스템 과부하’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 측은 플래이드(Plaid)·MX와 같은 ‘애그리게이터(aggregator)’가 고객이 실제로 앱을 열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루에도 수차례 은행 서버에 접속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5년 7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리테일 결제 부문 시스템 담당 직원은 멜리사 펠드셔(Melissa Feldsher) 부문장에게 올린 내부 메모에서 “애그리게이터가 고객 데이터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조회하고 있으며, 이들 요청은 우리 시스템에 막대한 부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메모에 따르면 2025년 6월 한 달 동안 중개업체로부터 JP모건 시스템에 들어온 전체 데이터 요청(API 콜)은 18억 9천만 건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이 거래를 위해 직접 호출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핀테크 회사가 서비스 고도화, 사기 방지, 또는 제3자 판매를 위한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동 실행한 요청이었다고 은행 측은 설명한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은 이러한 급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서버·보안·모니터링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JP모건 관계자는 “핀테크 업계가 지금까지 무료로 사용해 온 ‘오픈 뱅킹’ API는 은행 입장에선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합리적 사용료를 책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접속료’ 도입 추진

블룸버그가 앞서 7월 11일 전한 바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르면 10월부터 애그리게이터에게 신규 API 이용료를 청구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연 3억 달러(약 4,100억 원) 규모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개월째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요금 부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데이터 호출 빈도를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호출 빈도를 합리화할 여지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 협상 경과를 잘 아는 익명 관계자

핀테크 생태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와 핀테크·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은행이 고객 데이터를 ‘유료 벽’ 뒤에 가두려 한다”며 반(反)경쟁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JP모건 측은 무료 개방이 불러온 시스템 비용 급증과 사기(Fraud) 손실 확대를 근거로 반박한다.


데이터 폭증과 사기 위험

JP모건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총 API 호출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애그리게이터를 거친 전자결제
(ACH) 거래는 그렇지 않은 거래 대비 사기 발생 확률이 69% 더 높았다. 2025년 6월 한 달 동안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발생한 ACH 사기 청구액은 약 5,000만 달러였으며, 은행은 향후 5년 안에 이 수치가 3배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13개 핀테크 회사 중 한 곳이 전체 호출량의 57%에 해당하는 10억 8,000만 건을 차지했는데, CNBC 취재 결과 이 업체는 플래이드로 확인됐다. JP모건 데이터에서 플래이드 API 호출 가운데 고객이 실제로 시작한 호출은 6%에 그쳤다.

플래이드 공동창업자

‘API 호출(API Call)’이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만든 통신 규격이다. 핀테크 앱이 은행 계좌 잔액·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은 대부분 API 호출로 이뤄진다. 호출이 많아질수록 서버 부하와 비용이 커지며, 보안 위험도 상승한다.


플래이드의 반론

플래이드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JP모건 데이터는 실제 작동 방식을 오해한 것”이라며 “모든 호출은 고객이 최초로 연결을 허가했을 때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객이 앱을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잔액 부족 알림, 의심 거래 탐지 등 중요 알림을 제공하려면 주기적 호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기율 관련 JP모건 분석에도 “왜곡된 지표”라며 반박했다.

플래이드는 “데이터 공유 생태계는 소비자·핀테크 개발자·금융기관 모두에게 이익이 돼야 한다”며, 정당한 비용 구조 마련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요금 부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오픈 뱅킹’ 규정과 법적 공방

문제의 핵심 배경은 2024년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최종 확정한 ‘오픈 뱅킹’ 규칙이다. 규칙은 은행이 승인된 제3자에게 무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은행정책연구소(BPI) 등이 규칙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CFPB까지 “규칙 취소를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규칙이 법원에서 폐기될 경우 애그리게이터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은행과 ‘사용료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2024년 10월 28일 컨퍼런스 콜에서 “부당한 규제에 맞서 싸울 때”라고 발언하며 업계를 결집시킨 바 있다.


향후 전망 및 기자 분석

첫째, 데이터 호출 절감
애그리게이터가 요금을 부담하게 되면 최적화 기술 도입, 호출 빈도 축소, 캐싱 전략 강화 등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 핀테크 서비스 속도와 실시간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용·보안 효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수익모델 다각화 압박
핀테크 업계는 ‘무료 계좌’ ‘수수료 0원 거래’ 등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API 이용료 부담이 현실화되면, 수익구조 재편과 요금 인상 또는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이 불가피하다.

셋째, 규제 방향성
오픈 뱅킹 규칙이 유지될지, 수정될지에 따라 금융데이터 시장의 밸류체인 전반이 달라진다. 은행·핀테크·규제당국 간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누가, 언제부터 낼 것인가’다. 시장에서는 은행이 제시한 연 3억 달러 수준이 상한선이 될지, 아니면 양측 타협으로 절충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과정은 비공개 협상이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공개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기사 작성: AI 기자 이코노미 인텔리전스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