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유럽의 전문(스페셜티) 화학 유통업체들에 대한 투자견해를 하향 조정하며 섹터 전반의 목표주가를 대폭 낮췄다. 이번 조정은 그간 경기 변동 속 ‘피난처’로 평가받던 유통사의 사업 모형에 대해 구조적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JP모건은 IMCD와 아젤리스(Azelis)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추고, 브렌탁(Brenntag)을 포함해 업종 전반의 목표가를 하향했다.
2025년 11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IMCD 목표가를 130유로에서 82유로로, 아젤리스는 16유로에서 10유로로 낮췄다. 또한 독일의 브렌탁 목표가는 45.40유로에서 44유로로 소폭 하향했다. 브로커리지는 특히 2026년이 유통사들의 유기적(오가닉) 실적 감소가 4년 연속 이어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CD의 경우 시가총액 47억 유로로 섹터 내 대형주다. JP모건은 2025년 4분기 조정 EBITA가 컨센서스 대비 2% 낮고, 전년 대비로는 유기적 기준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6년 EBITA 전망치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대비 7% 낮고, 유기적 기준으로는 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3.90유로로 컨센서스 대비 19% 낮게 제시했다. 아울러 JP모건은 IMCD를 ‘네거티브 캐털리스트 워치’에 올렸으며, 2026년 2월 18일 예정된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추가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아젤리스는 기업가치(시가총액) 23억 유로 수준으로, 2025년 4분기 EBITA 전망을 5% 하향한 9,000만 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유기적 기준 11% 감소를 의미한다. 또한 2026년·2027년 EBITA 전망을 각각 10% 낮춘 4억 1,100만 유로, 11% 낮춘 4억 2,700만 유로로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컨센서스 대비 각각 4%, 8% 낮은 수준이다.
브렌탁은 시가총액 71억 유로로 섹터 내 최대이며, 주로 범용(커머디티) 화학에 집중하고 있다. JP모건은 2026년과 2027년 EBITA 전망을 각각 3%씩 낮춘 9억 2,700만 유로와 9억 7,000만 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각각 8%·11% 낮은 수준으로, 3분기 비용 절감이 예상보다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기 가시성 저하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핵심 쟁점: ‘스페셜티 유통’ 모델의 지속 가능성
이번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경쟁 구도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중국 및 아시아의 화학 제조사들이 서방 제조사 대비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스페셜티 유통을 지탱해온 독점 공급 계약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계약은 유통상의 가격 결정력과 고객 잠김 효과를 강화해온 핵심 축이었다.
JP모건은 특히 중국 공급업체의 ‘독점 계약’ 의향을 둘러싸고 IMCD와 아젤리스 경영진의 코멘트가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아젤리스는 “중국 생산자들이 독점 계약에 서명한다”고 밝힌 반면, IMCD는 “대체로 서명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IMCD의 매출 중 90% 이상이 독점 계약 기반이라는 점에서 이 차이는 중요하다고 JP모건은 설명했다.
인수 자산의 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JP모건은 최근 체결된 일부 인수 거래에서 예상보다 큰 이익 압박이 확인됐고, 피인수 사업이 사전에 기대했던 만큼의 ‘스페셜티’ 속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MCD와 아젤리스에 대한 인수 프리미엄 가정을 기존 10%에서 5%로 낮췄다.
재무 가정도 보수적으로 조정됐다. JP모건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IMCD의 경우 7.5%에서 9.5%로, 아젤리스는 9.5%에서 11%로 상향했다. 이는
“중기 성장 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구조적 경쟁 변화로 커지고 있다”
는 평가를 반영한 조치다. 아젤리스는 여기에 더해 2025년 말 기준 순부채/EBITDA가 3.4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재무 레버리지 압박이 추가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은 강점: 가격결정력·유연한 공급망·저자산성
하향 조정에도 JP모건은 유통사들이 여전히 생산사 대비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가격결정력, 공급사와의 유연한 관계, 낮은 물적자산 의존도를 강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다운사이클은
“기록상 가장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국면으로, 역설적으로 아웃소싱 확대와 업계 재편(컨솔리데이션)을 통해 중장기 점유율 확대로 귀결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용어 설명과 맥락
EBITA: 이자·세금·무형자산상각 전 이익으로, 영업활동의 현금창출력을 비교적 순수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유기적(오가닉) 감소는 인수·매각과 환율 효과를 제외한 기존 사업 기반의 실적 변화를 뜻한다. WACC는 기업의 평균 자본조달비용으로, 상승은 할인율 상향을 의미해 밸류에이션(현재가치)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독점 공급 계약은 특정 지역·제품군에 대해 한 유통사가 배타적으로 공급 권리를 갖는 계약으로, 스페셜티 유통업의 핵심 경쟁우위 기반이다. 순부채/EBITDA는 레버리지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비용 민감도 및 재무 유연성 제약이 커진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리포트는 수요 둔화라는 경기적 변수뿐 아니라, 공급망 권력이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중국·아시아 생산자들의 글로벌 채널 전략이 ‘독점’에서 ‘비독점·다중채널’로 기울 경우, 스페셜티 유통사의 마진 방어력과 협상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 반대로 장기 다운사이클에서 고객사의 재고·레시피 관리를 외주화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유통사 간 M&A가 활발해질 경우,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점유율을 누적할 수 있다. 즉, 단기 방어 vs. 중장기 재편의 충돌이 현재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을 키우는 축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자 관점에서의 체크포인트는 명확하다. 첫째, IMCD는 2026년 2월 18일 4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네거티브 캐털리스트’ 리스크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 둘째, 아젤리스는 순부채/EBITDA 3.4배라는 레버리지 경로가 추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브렌탁은 범용 화학 중심이라는 사업 포지셔닝상 혼합 개선 여지가 제한될 수 있으나, 비용 절감의 가시성은 하방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 넷째, 중국 공급사들의 독점 계약 태도에 관한 현장의 신호(두 회사 경영진 코멘트의 상충)는 유통사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
JP모건은 IMCD와 아젤리스를 ‘중립’으로 하향하고, IMCD 82유로·아젤리스 10유로·브렌탁 44유로로 목표가를 낮추며, 2026년까지 이어질 유기적 실적 압박을 반영했다. 동시에 WACC 상향·인수 프리미엄 축소 등 보수적 가정으로 구조적 리스크를 수치화했다. 그럼에도 유통업의 가격결정력·공급망 유연성·저자산성이라는 강점은 유지된다고 보며, H2 2022부터 시작된 장기 다운사이클이 아웃소싱 확대와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 점유율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단, 중국 공급업체의 독점 계약 기조와 인수 자산의 질, 그리고 레버리지 경로는 당분간 섹터 리레이팅을 제약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