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기업금융(Corporate Banking) 부문에서 대규모 채용을 단행하며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내년(2026년)까지 해당 부문 인력(headcount) 20% 추가 확대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올해 7월까지 이미 달성한 20% 증원에 이은 두 번째 20% 증원 계획으로, 당초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했던 증원 목표를 사실상 1년 앞당겨 배로 늘린 구상이다.
※ Headcount(헤드카운트)란 조직 내 총 인원수를 의미하는 인사·재무 용어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비용·리스크 관리와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이번 채용 확대를 주도하는 인물은 올리버 브링크만(Oliver Brinkmann) APAC 공동 대표(Co-Head of Global Corporate Banking, APAC)다. 그는 1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JP모건 APAC CFO & Treasurers Forum’ 행사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
올해 달성한 20% 증원에 이어,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며 “추가 채용 인력은 아시아 전역에 고르게 배치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지역별·직급별 세부 인원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은행업계가 구조조정·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온 상황에서, JP모건이 오히려 공격적인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디지털 혁신·역내 교역 확대·글로벌 진출 수요 증가 등 장기 성장 동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링크만 공동 대표는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일수록 투자 타이밍이 오히려 좋아진다”며 “경쟁사도 곧 반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3~4년이 인재 확보의 ‘골든 타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반론
최근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이 중국 부동산 침체·내수 부진·무역 분쟁 등을 이유로 대(對)중국 노출을 축소하는 것과 달리, JP모건은 중국 시장을 성장 모멘텀으로 진단했다. 브링크만 공동 대표는 “
중국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5%씩 성장 중”이라며 “‘중국은 곧 둔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2018~2020년)의 광범위한 대(對)중국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글로벌 자금 조달·해외 진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APAC 전체가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동남아·인도를 포함한 ‘신(新)공장 벨트’의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기업의 ‘글로벌화’ 가속… 수요 폭증
브링크만과 함께 APAC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커윈 클레이턴(Kerwin Clayton) 공동 대표도 “
아시아 기업들의 해외 확장 속도가 고삐 풀린 듯 빠르다
”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홍콩·서울·도쿄·뭄바이·시드니 등 주요 금융 허브에서 현지 기업 고객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JP모건이 해당 니즈에 맞춰 상품·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 Corporate Banking(기업금융)이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현금 관리, 무역금융, 외환·금리 헤지, 인수금융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영역이다. 개인금융(Retail)·IB(투자은행)·자산관리(Asset Management)와 구분된다.
글로벌 금융업계 인력 시장에 미칠 파장
JP모건의 공격적인 채용 계획은 HSBC·씨티(Citi)·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경쟁 글로벌 은행들이 올해 들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수천 명 규모의 감원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인력 이동 시장에서는 “빅테크가 아닌 은행권에서 단행되는 보기 드문 공격적 증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경력직 채용 시장의 ‘연봉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파이낸스·핀테크·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 인력 수급이 빡빡해질 전망이다. 리서치 기관 셀러리벤치마크(SalaryBenchmark)는 아시아 금융권 중간 관리자급 연봉이 내년 평균 8~12%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유럽 금융권 평균치(4~6%)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 시각: JP모건의 ‘선택과 집중’ 전략
다수 전문가는 JP모건의 결정이 ‘포스트 팬데믹’ 금융산업 재편 국면에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라고 분석한다. 국제금융센터의 한승훈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 장기화, 금리 변동성 확대, 규제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APAC 기업금융은 높은 마진·성장성·신흥시장 네트워크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평했다.
또한 내수 중심 경제를 넘어서는 아시아 기업의 글로벌 자금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글로벌 무역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에디터 의견 및 향후 전망
에디터 분석: JP모건의 선제적 증원은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서비스·상품 스펙트럼을 확장해 ‘기업 고객의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려는 수직·수평 통합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현금 관리·무역금융·외환·파생상품·ESG 연계 금융 등에서 아시아 로컬 은행과 글로벌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 글로벌 경기 둔화·미중 긴장·금리 고점 논쟁 등 대외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 JP모건이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만큼, 향후 3~4년간 ▶성과 대비 비용 구조 ▶규제 리스크 ▶지역별 거버넌스 등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