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JPMorgan)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스위스 국내 프라이빗뱅킹 사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했으며, 2030년까지 다시 한 번 두 배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스위스에서 가장 부유한 고객층, 즉 초고액자산가(UHNW)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스위스 프라이빗뱅킹을 총괄하는 마테오 지아니니(Matteo Gianini)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전략과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스위스 내 사업을 ‘국내(onshore) 프라이빗뱅킹’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성장 모멘텀을 2030년까지 지속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리의 포부는 스위스에서 가장 유력한 국제 은행이 되는 것이다. 특히 초고액자산가 부문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고 지아니니는 말했다.
지아니니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JP모건의 스위스 프라이빗뱅킹 운용자산(AUM)은 2024년 말 기준 555억6천만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스위스 국내 고객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위스 시장에서의 ‘온쇼어’ 경쟁력을 확인해 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최근 수년간 운용자산은 연평균 약 15%씩 성장했다. 성장 동력은 순자금 유입(net new money)과 상승하는 시장 환경이 결합한 결과로 제시됐다. 특히 2025년 한 해에만 고객 자산이 약 20% 급증했으며, 그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순자금 유입에서 발생했다.
지아니니는 “2025년은 성장과 순자금 유입 모두에서 사상 최고의 해였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이러한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업계 평균을 웃도는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는 초고액자산가 고객군에 대한 집중과 디지털·사이버보안 역량 강화, 인력 확충에 기반한다.
한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총 투자 가능 자산이 2,000만 스위스프랑(약 2,500만 달러)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위스 온쇼어 자산관리 시장이 2029년까지 연 3.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JP모건의 최근 성장률은 해당 업계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아니니에 따르면, JP모건의 스위스 프라이빗뱅킹 고객은 통상 최소 1천만 스위스프랑의 투자 가능 자산을 보유한다. 이는 BCG가 정의한 초고액자산가 기준(2천만 프랑 이상)보다 다소 낮지만, 고액·초고액 고객군을 폭넓게 포괄하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다이앤 드비아이스(Diane Debiais) JP모건 스위스 투자 총괄은 회사가 전 세계 차원에서 매년 180억 달러 이상을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자본 배정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대규모 기술 투자는 초고액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또한 2023년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이후, 많은 고객이 은행 간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화됐다. JP모건은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보고 있으며, 대체 은행으로의 자산 분산 수요가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회사는 올해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에서 인력을 30% 증원했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현지 인력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 확대는 고객 커버리지 확대, 맞춤 자문 역량 강화, 사내 통제 및 보안 체계 고도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환율 참고:1달러 = 0.8023 스위스프랑(기사 작성 시점 로이터 표기).
맥락과 용어 설명
• 온쇼어(온쇼어 자산관리)란 고객의 거주 국가(스위스) 내에서 자산관리를 수행하는 모델을 뜻한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역외(오프쇼어) 자산이 많지만, 최근에는 규제 투명성, 세제 변화, 고객 선호 변화로 온쇼어 관리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 초고액자산가(UHNW)는 일반적으로 투자 가능 자산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고객층을 일컫는다. 본 기사에서 BCG는 기준선을 2,000만 스위스프랑으로 제시했다. 이 고객군은 복잡한 포트폴리오와 맞춤형 대체투자·세무·승계 솔루션을 필요로 하며, 은행 입장에선 높은 수익성과 장기 관계를 제공하는 핵심 세그먼트다.
• 순자금 유입(Net New Money)은 새로운 고객 예탁이나 기존 고객의 추가 입금 등으로 유입된 신규 자금의 순증가분을 의미한다. 이는 프라이빗뱅킹의 질적 성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단순한 시장 상승 효과와 구별된다.
분석과 시사점
JP모건은 초고액자산가 집중 전략, 공격적 디지털·사이버보안 투자, 그리고 현지 인력의 선제적 확대라는 세 축을 통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2025년 단일 연도 20% 내외의 자산 증가와 절반 이상을 차지한 순자금 유입은 브랜드 신뢰와 운영 인프라 경쟁력을 반증한다. 특히 UBS-크레디트 스위스 통합 이후의 분산 수요는 대형 글로벌 하우스인 JP모건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다중 커스터디·다중 서비스 제공자를 선호하는 초고액 고객의 리스크 관리 기조와 맞물린다.
BCG가 전망한 연 3.9%의 온쇼어 자산관리 성장률 대비, JP모건의 연 15% 전후의 AUM 증가는 명확한 아웃퍼폼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격차는 시장 반등 효과와 경쟁사 리밸런싱이 겹친 일회성 요인을 일부 포함할 수 있어, 순자금 유입의 지속성과 이탈률(챠른) 관리가 향후 판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체투자,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구조화 상품, 크로스보더 세무·규제 자문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심화가 고객 락인과 수익성 유지에 핵심적이다.
기술 측면에서 연 180억 달러 이상의 전사 IT 투자는 거래·보관·리스크·규정준수의 백엔드 안정성과 클라이언트 온보딩·디지털 인터페이스의 프론트엔드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다. 초고액 고객이 중시하는 사이버보안과 프라이버시 역량은 고객 신뢰의 기반이며, 이는 복합자산 구조·맞춤형 보고·실시간 리스크 모니터링과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인력 증원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관계 관리자(RM)당 고객 수 비율을 낮추는 질적 개선과 현지 규제·세제 전문성 내재화로 이어진다. 취리히·제네바 중심의 30% 증원과 2030년까지 ‘2배 이상’ 확대 계획은, 고객 접점 심화와 리스크·컴플라이언스 역량을 병행 강화하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JP모건은 스위스 프라이빗뱅킹 시장에서 초고액자산가 세그먼트 집중과 기술·인력 투자의 병행으로 지속 가능한 고성장 궤도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실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순자금 유입의 질과 지속성, 분산 수요의 구조적 정착, 그리고 보안·규제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