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JP모건으로부터 투자의견 상향을 받으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사노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neutral)’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올리고, 2026년 12월 목표주가를 주당 105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110유로에서 소폭 하향한 수치지만, 여전히 현재 주가 대비 2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이 긍정적으로 판단한 핵심 요인은 말기 임상(Phase III) 단계에 있는 두 개의 신약 후보 물질이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아믈리텔리맙(amlitelimab)과 원발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PPMS) 치료제 톨레브루티닙(tolebrutinib)이 그 주인공이다. 두 후보 물질 모두 임상 데이터가 가시화되는 2025년 하반기 이후 연간 수십억 유로의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투자의견 상향을 이끌었다.
① 아믈리텔리맙: 4주 간격 투여로 경쟁약과 유사한 효능
JP모건은 Phase III 임상인 ‘COAST-1’ 시험 결과가 2025년 3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시험에서는 4주 투여 일정으로 24주차에 위약 대비 28%~34% 수준의 EASI-75(피부염 중증도 지수 75% 이상 개선) 달성이 예상된다. 이는 경쟁 약물 대비 동등한 효능이면서도 투여 빈도를 줄여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JP모건은 peak sales(최고 연매출)를 20억~30억 유로로 전망했고, 12주 유지 요법이 2026년 별도 시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일 경우 추가 성장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② 톨레브루티닙: 장애 진행 억제 효능으로 최소 10억 유로 시장
원발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 치료 대안이 매우 제한적이다. 톨레브루티닙의 PERSEUS 임상 결과는 2025년 3~4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며, 기존 RRMS(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데이터에서 확인된 ‘장애 진행 위험 감소’ 지표가 PPMS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은 본 적응증 단독으로도 최소 10억 유로 이상의 연매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하며, 원발·이차 진행형을 포함하면 미조정 기준 29억 유로(약 4조3000억 원)까지 시뮬레이션했다.
환율·시장 할인 적용에도 성장 모멘텀 유지
보고서는 2025~2030년 매출과 주당순이익(Business EPS)을 환율 역풍 등을 이유로 2%~3% 소폭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2026년 사업 EPS 성장률 전망치는 연 11%로 유지됐다. 특히 2025~2030년 EPS의 연복합성장률(CAGR)이 7%에 달해, 이는 업계 평균 대비 50%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사노피 주가는 섹터 평균 대비 약 20% 할인된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어 상대적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설명이다.
목표주가 산정에는 SOTP(부문별 합산 가치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JP모건은 2026년 예상 EPS에 12배 배수를 적용하고, 일반의약품 자회사 오펠라(Opella, 지분 47.8%) 가치를 주당 3유로로 반영했다. JP모건은 “파이프라인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밸류에이션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메모: “사노피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백신·스페셜티 부문과 혁신 신약 라인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주가 할인은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용어 설명
• EASI-75: 아토피 피부염 임상시험에서 사용되는 지표로, 피부염 중증도 지수(EASI)가 처음 대비 75% 이상 개선된 비율을 뜻한다.
• PPMS(Primary Progressive Multiple Sclerosis): 발병 후 지속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다발성 경화증 유형으로,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RRMS와 구분된다.
• SOTP: 사업 부문별로 가치를 평가한 뒤 합산해 기업 전체 가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투자의견 상향에도 JP모건이 목표주가를 110유로에서 105유로로 낮춘 것은 긴축적 거시 환경과 유로화 약세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임상 모멘텀이 구체화되는 2025년 하반기 이후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크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Risk-Reward)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 신약의 긍정적 임상 결과가 확인될 경우, 사노피는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라인업을 추가 확보해 성장 정체 우려를 불식시킬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12개월 동안 아믈리텔리맙의 중간 데이터 공개와 톨레브루티닙의 안전성 업데이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2주 요법에서 우수한 내약성과 지속 효능이 검증된다면, 아토피 치료 시장에서 탈피모트(릴리)·리브릭키즈(레오파마) 대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MS 치료제 시장은 오렐리아리브(Ocrevus, 로슈) 등 항체 의약품이 주도하고 있는데, 경구 제형 톨레브루티닙이 복용 편의성으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