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에너지 기업 레프솔(Repsol)이 JP모건체이스로부터 투자의견을 두 단계나 상향 — 언더웨이트(Underweight)에서 오버웨이트(Overweight)로 — 받으면서 13일장 초반 주가가 약 2% 올랐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레프솔의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2유로에서 15.5유로로 조정했다. 은행 측은 디젤 시장의 지속적 타이트(공급 부족) 현상과 OPEC 주도 유가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레프솔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제 마진 1달러/배럴 변동 시 주당순이익(EPS) 변동 폭이 최대 7%에 달한다”는 점이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한 핵심 근거다. 레프솔 정유 공정의 중간유(yield) 비중이 50% 이상이며, 주로 디젤과 항공유로 구성돼 있어 업계 내 최대 수혜주로 부각됐다.
레프솔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고도화·대형 정유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일일 원유 처리량은 100만 배럴에 가깝고, 상류(Upstream) 부문 생산량도 하루 55만 배럴 수준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집중 실시한 보수 작업 덕분에, 하반기에는 시설 가동률을 고점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JP모건은 “7.3%의 현금 배당 수익률과 자사주 매입분을 포함한 총현금수익률 12.5%는 디젤 랠리에 따른 재평가 공간이 여전히 넓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5.5배는 동종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라이트-헤비(light-heavy) 원유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레프솔의 복합형 해안 정유소가 더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디젤 마진은 연말까지 배럴당 20~25달러 범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허리케인 시즌으로 미국 정유시설 공급이 끊기거나, 러시아 원유 정제 제품에 대한 EU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경우 상방 위험(asymmetric upside)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JP모건은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 에퀴노르(Equinor)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언더웨이트(UW)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260노르웨이크로네(NOK)에서 240NOK로 낮췄다. 디젤 헤지 비중이 낮고, 부채비율(gearing)이 상대적으로 높아 2026년 이후 잉여현금흐름(FCF)으로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레프솔을 OW로 두 단계 상향한 이유는 디젤 및 OPEC이 자극할 수 있는 크루드 스프레드 확장에 가장 직접적으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가진 기업이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에퀴노르는 완화된 업스트림 가격 환경과 부채 증가로 인한 2026년 이후 현금환원 축소 위험이 아직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레프솔의 2025·2026년 조정순이익 전망치를 각각 19%, 14%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제 마진 1달러/배럴 상향 반영,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마케팅 및 상류 부문의 견조한 수익 예상을 합산한 결과다.
전문가 설명: ‘오버웨이트·언더웨이트’란?
글로벌 투자은행은 통상 업종 내 평균 비중과 비교해 개별 종목의 투자 비중을 ‘오버웨이트(비중 확대)’, ‘뉴트럴(시장 비중)’, ‘언더웨이트(비중 축소)’로 구분한다. 오버웨이트는 향후 수익률이 업종 평균을 웃돌 것으로 기대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언더웨이트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비중 축소가 권고된다.
정제 마진과 중간유(yield) 이해
정제 마진(refining margin)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구매 비용과 운영비를 뺀 차익을 말한다. 이 지표는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다. 중간유(middle distillate)는 휘발유보다 끓는점이 높고 벙커유보다는 낮은 제품군으로, 주로 디젤·항공유가 해당한다. 경기 회복 국면, 물류수요 확대 시 가격이 급등해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알짜’ 제품으로 통한다.
기자 해석 및 전망
현재 유럽 정제업계는 러시아산 경유 수입 제한 및 아시아발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는 구조적 변곡점에 직면했다. JP모건이 배럴당 20~25달러라는 고마진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레프솔처럼 해상 원유 혼합·고도화 설비를 갖춘 기업은 크루드 간 스프레드 확대 시 원가 절감이 가능해, 디젤 강세와 맞물려 ‘투트랙’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에퀴노르는 가스 비중이 높고 디젤 노출도가 낮아 동일한 매크로 환경에서 상대적 수혜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의 투자의견 변경은 투자심리를 이끄는 신호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디젤 재고 변동, OPEC+ 증산/감산 결정, 미국 허리케인 시즌 등이 레프솔·에퀴노르 주가의 주요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