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미국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NYSE: JPM)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금 1Malaysia Development Berhad(1MDB) 스캔들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에 3억3,000만 달러(약 4,4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JP모건체이스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성명은 이번 지급으로 1MDB 사건과 연루된 모든 사안이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1MDB 스캔들의 개요
1MDB는 2009년 당시 총리 나집 라자크 정부가 경제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부 펀드다. 그러나 수년간 1MDB 자금 수십억 달러가 부당하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제적 스캔들로 번졌다. 2015년부터 미국·싱가포르·스위스 등 다수 국가의 당국이 자금세탁 및 부패 가능성을 조사했고,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이 채권 발행·자금 조달·운용 과정에서 관리 소홀 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이번 합의는 1MDB 사건과 관련해 JP모건체이스에 제기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 공동 성명 중
합의의 의미와 배경
JP모건체이스는 그간 조사 대상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최근에 합의에 도달한 사례다. 1MDB 스캔들은 이미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 등 다수 글로벌 은행이 수억~수십억 달러 규모의 벌금 또는 합의금을 지급하며 일단락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번 합의를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건 발생 10여 년 만에 재정적 회수 작업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금융권 규제 환경 변화
전문가들은 1MD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기관을 겨냥한 규정 준수(compliance) 및 자금세탁 방지(AML)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대형 은행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 고객 실사(KYC) 절차, 위험 기반 모니터링 강화 등을 요구해 왔다. JP모건체이스도 내부 점검 프로세스를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 인력을 대폭 증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1MDB 스캔들의 파장
1MDB 스캔들은 단순한 금융 부패 사건을 넘어 말레이시아 정치·사회 전반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2018년 총선에서 나집 라자크 전 총리 정권이 교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투자자와 신용평가사들은 말레이시아의 국채 및 통화 가치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계기로 보고 있다.
용어 설명
1MDB(1Malaysia Development Berhad):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관광·에너지 프로젝트 투자와 경제 개발을 위해 설립한 국부 펀드다. “Berhad”는 말레이시아식 주식회사(유한책임 회사)를 의미한다.
합의금(settlement):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사자 간에 체결된 민사상 화해금 또는 벌금 성격의 금전 지급을 말한다. 이번 건은 형사 책임과는 별도로 민사·행정상 책임을 종결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 시각
국제컴플라이언스연구소(ICCI) 관계자는 “JP모건체이스가 3억 달러가 넘는 합의금으로 사안을 마무리한 것은 경제적 손실보다 명성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 “글로벌 은행들이 신흥국 국부 펀드와 거래할 때, 정치적 이해관계와 자금 출처에 대한 한층 더 면밀한 실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회수한 자금을 국가 재정 건전성 및 대외신인도 회복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다른 국제 금융기관과의 남은 분쟁도 빠른 시일 내 종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체이스는 자사 대차대조표에 이미 충당금을 설정해 둔 것으로 알려져, 단기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기자 해설
1MDB 사건은 글로벌 금융 허브인 뉴욕·런던·싱가포르가 연루된 복합적 부패 스캔들이었다. 이번 JP모건체이스 합의는 금융기관들이 직면한 ‘거대 프로젝트 자금조달’의 딜레마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각국 규제당국이 국가 차원의 대형 인프라 개발 펀드를 면밀히 감시하고, 글로벌 은행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넘어서 정치·법률적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스캔들로 인해 타격받은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성 제고와 거버넌스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